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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담, 선각 스님과 문자옥(文字獄)

글로 피해를 입는 문자옥
진시왕 분서갱유 대표적


본지 향한 어떤 외압에도
파사현정·정론 걷겠다

 

글로 권력자를 비판하거나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다가 화를 입는 일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글 때문에 죽임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히는 것을 문자옥(文字獄)이라 한다. 말 그대로 글로 인한 감옥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대표적인 문자옥은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다. 그러나 문자옥의 역사는 이보다 오래됐다. 중국 역사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문자옥은 춘추시대 장공 때의 일이다. 옛 기록은 이렇게 전한다.


제나라 대부 최서(崔抒)가 왕인 장공을 살해하고 권력을 쥐었다. 당시 역사를 기록하던 사관(史官)은 ‘최서가 왕을 시해했다’고 사실대로 기록했다. 이 글을 보고 분노한 최서는 그 자리에서 사관을 처형하고, 그 동생을 후임으로 앉혔다. 그런데 이 동생 또한 최서의 권력에 굴하지 않고 ‘최서가 왕을 죽였다’고 기록했다. 최서는 분노했다. 다시 동생의 목을 친 최서는 그 가문의 대를 이를 마지막 사내를 다시 사관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그 또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강직한 모습에 겁을 먹은 최서는 더 이상 사관의 목을 치지 못했다.


이런 문자옥의 의미가 법보신문 기자들에겐 그리 낯설지 않다. 직필(直筆)을 하다 고통을 당했던 옛 사람의 시련이 바로 법보신문에서 재현됐기 때문이다. 영담, 선각 스님이 2010년 법보신문을 향해 제기한 고소사건이 최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났다. 영담 스님은 2009년에도 본지를 고소했지만 패소했다. 4년에 걸친 소송은 지난했지만 법보신문은 이들 스님에 대한 비판 보도가 정당했음을 입증 받았다. 법적다툼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소송을 걸어 온 스님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보도 내용에 대한 법적다툼은 때론 불가피하다. 개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법적다툼은 자기방어의 권한을 넘어선 측면이 있다. 현대판 문자옥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영담 스님이 MBC ‘PD수첩’에서 밝힌 “반대계파에 대해서는 목을 확 따버려야 된다”는 속내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영담 스님은 법정에서 “법보신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불교방송 직원을 시켜 검찰에 로비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법보신문에 대한 고소가 보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판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검찰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을 ‘모욕죄’로 기소했다. 모욕죄로는 이례적으로 징역 6개월을 구형하며 담당 기자를 겁박했다. 불기소 결정이 난 사건은 담당검사가 교체되며 기소로 바뀌었고, 한 검사는 조사과정에서 “스님에게 용서를 빌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무죄를 받았으니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제 문자옥의 어두운 터널은 벗어났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쓴소리’는 위험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법보신문은 문자옥의 시련을 마다하지 않겠다. 성역 없이 보도하고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도 잊지 않을 것이다.

 

▲김형규 부장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의 가르침이다.


이 말씀을 등불삼아 파사현정(破邪顯正) 정론직필(正論直筆)의 한길을 묵묵히 걸을 것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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