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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4대강

기자명 법보신문

최근 광덕사 회주 철웅 스님을 친견하기 위해 고향 천안 광덕을 찾았다. 마침, 인터뷰가 오전에 끝나 잠시나마 들녘을 걸어 볼 짬이 났다. 대지는 이미 황금색으로 변했다. 그 속에 담긴 농부들의 피땀을 헤아려야 할 터이지만, 그보다 앞서 가을 들녘이 펼쳐 보이는 풍광에 마음이 사로잡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릴 적 벼가 여물 무렵이면 논 옆에 가만히 앉아 있다, 참새들이 벼를 쪼려 내려앉으려는 찰나 ‘훠이 훠이’ 소리 질렀다. 어린 나이에 새를 쫓는 건 놀이였다. 참새들이 놀라 달아나는 게 재미있어 ‘어서 내려 앉아 보라’며 미루나무 옆에 숨기도 했다. 마치 참새들과 숨바꼭질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확 트인 풍광이 눈앞에 선뜻 다가왔던 건 허수아비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감지했다. 벼가 다 익었으니 벌써 허수아비는 창고로 들어간 것일까? 순간, 중국의 마오쩌둥과 4대강이 스쳐갔다. 마오쩌둥과 참새 이야기는 유명한데 올해 출간된 ‘중국인 이야기’(한길사)에도 이 대목이 나온다. 그 책에 담긴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1955년 한 농민이 ‘참새들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탄원서를 공산당 중앙당에 보냈다. 며칠 후 마오쩌둥의 입에서 ‘12년 내에 전국의 쥐, 참새, 파리, 모기를 섬멸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4해(四害)’라는 말이 처음 출현했다.”


1958년 4월 섬멸작전이 개시됐다. 그 한 해 동안 죽음에 이른 참새 수는 2억1천만 마리! 성과는 어떠했을까? 대풍년? 그 해 대 흉년이 들었다. 이유는 해충이 창궐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해충 잡이 일등공신이었던 참새가 사라짐으로 해서 벼농사를 완전히 망친 것이다. 이 같은 흉년은 수년간 지속됐다. 중국이 참새를 ‘해로운 새’에서 다시 ‘보호 새’로 지정한 건 한 참 후의 일이다.


참새는 봄부터 여름까지 대략 하루 100마리 정도의 해충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애벌레는 물론, 이 기간 중 익어가는 벼알도 포함된다. 새 박사인 윤무부 교수에 따르면 참새가 벼를 먹는 기간은 20일 정도이며 새 한 마리가 먹는 벼알은 하루 20알 정도라고 한다. 벼알 하나도 아까워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네 아버지, 할아버님들도 참새 쫓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도 ‘훠이 훠이’, 허수아비가 다였다.


앞서 언급한 ‘중국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 보자. 마오쩌둥이 참새박멸 발언을 하기 직전 한 농부의 탄원서를 접한 중국 농업부는 동물연구의 권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답은 이러했다. ‘참새의 식성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없다. 박멸이 필요한지 감히 말할 수 없다.’ 이 대목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일언이다. 마오쩌둥은 그러나 며칠 후 박멸발언을 했고, ‘10년 뒤 참새 소탕작전에 참가했던 홍위병들은 완장을 찼다.’


대운하에서 이름만 바꾼 4대강 사업은 이미 시작 전부터 ‘4대강 살리기가 아닌’ ‘4대강 죽이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미시적 차원에서는 생태문제가, 거시적 측면에서는 인간생존의 환경문제까지 거론됐다. 그 때마다 정부는 그러한 편협적 견해는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라는 식으로 치부하고는 ‘경제’를 들먹이며 공사를 강행했다. 결과는 어떠한가.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초기 우려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4대강 생태계는 ‘쇼크 상태’라는 보도가 객관적으로 나왔다. 홍수와 가뭄도 공사 이전에 비해 늘었다는 분석까지 내 놓았다. 더 우려되는 건 4대강 사업을 부추긴 사람들이 고위직에 앉아 또 다시 ‘경제’ 미명아래 환경파괴에 앞장서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경제논리에 앞서 환경도 짚어야 할 때임을 현 정부는 아직도 모르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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