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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지뢰마을에 ‘자비의 쌀’ 1톤

기자명 법보신문
  • 해외
  • 입력 2012.10.29 15:50
  • 수정 2012.10.29 16:35
  • 댓글 0

천호희망재단, 제5차 오지학교 후원 전달식
한국불자들 정성모아 교과서 3000권․학용품
월서 스님, 한국전쟁당시 죽음의 고통 체험
지뢰마을 주민에 쌀과 교육지원 발심하게돼

 

 

 

 

천호희망재단 이사장 월서 스님이 지난 10월25일 캄보디아 오도르민쩨이주(州) 훈센 오도르민쩨이 고등학교를 방문, 9종류의 국정교과서 3000권과 학용품을 전달했다. 또 베트남 전쟁 당시 캄보디아 시엡립 인근, 미군이 설치한 수없이 많은 지뢰로 인해 ‘지뢰마을’이란 별칭을 얻은 오지에 들러 피해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자비의 쌀 1톤을 보시했다. 캄보디아에는 현재 4만2000여명이 지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지뢰마을에서 직접적인 지뢰폭발로 인한 사상자 수는 급감했지만 마을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46%(670㎢)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등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천호희망재단의 교과서 전달식은 지난 2월 캄보디아 승왕청 승왕인 텝봉 스님과 캄보디아 벽오지 마을 국정교과서 지원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후 다섯 번째로, 현재까지 1만5000여권의 교과서와 학용품을 전달했다.
 
훈센 오도르민쩨이 고등학교는 태국과 국경지대에 있는 학교로, 2006년 문을 열었으며 현재 898명의 학생과 38명의 교사가 재직 중이다. 전달식에는 오도르민쩨이주 시장과 캄보디아 스님이 함께 해 두 나라의 교류와 우의증진을 기원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럼마니타 양은 “한국의 월서 큰스님께서 이렇게 많은 교과서와 학용품을 보시해 주셔서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어 반드시 보답 하겠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월서 스님이 지뢰마을에 쌀을 보시한 것은 전쟁에 대한 남다른 마음의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님은 출가하기 전 1953년 겨울, 전투경찰에 입대했다. 당시 한국전쟁은 휴전 협정서에 서명을 해 막바지였지만 여전히 지리산 일대는 치열한 전투가 지속되고 있었다. 몸이 남달리 건장했던 스님은 유격대로 발탁되어 훈련을 받고 지리산 공비소탕작전에 참가했다. 전장은 언제나 스님에게 두려움으로 몰려왔다. 싸움이 끝나면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잤던 동료들이 두 서 너 명씩, 더러는 손발이 잘린 채 돌아오거나 죽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스님은 몸이 몹시 아파 다른 병사가 대신 작전에 투입되었다. 다음 날 아침, 그 병사는 시퍼런 주검으로 돌아왔다. 그 주검을 마주 대하자 스님은 “아아, 그가 내 대신 죽었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는 괴로움에 휩싸였다. 그 순간 생사의 갈림길에 선 스님은 전쟁의 참상을 겪고 번뇌와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는 등 인생의 사고(四苦)를 크게 체감했던 것이다. 그러한 괴로움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 병사 덕분에 여전히 생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늘 빚처럼 남아 있었다.  

 

제대를 한 뒤 월서 스님은 당시 지리산 화엄사에서 정진 중이던 금오 큰스님을 우연히 친견하게 되었다. 금오 큰스님은 “나고 죽는 것보다 더 큰 사건도 없지만 우주의 섭리에서 보면 이 또한 풀잎 위의 이슬처럼 허망한 것, 마땅히 대장부라면 수미산처럼 높은 깨달음을 얻어 생사해탈에 이르러야 한다. 만약 젊은이가 망상의 번뇌에서 벗어나 대자유를 얻으려면 출가를 해야 할 것이다”라며 출가 사문의 길을 권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가르침이었지만 그 순간 스님은 환희심이 일어나는 듯 마음이 가벼웠다. 그길로 출가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60여 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전쟁의 상흔은 마음속에 여전했다.

 

그러던 중 캄보디아 오지학교에 정부교과서를 후원하기 위해 현지를 시찰하다가 베트남 전쟁당시 캄보디아 국경지대에 미군이 무차별적으로 설치한 엄청난 양의 지뢰로 수많은 군인과 농민들이 살상되거나 손발이 잘린 채 모여 살고 있는 지뢰마을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순간 스님은 60여 년 전 전쟁의 참상이 파노라마처럼 다가왔다. 비록 머나먼 이국이었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고민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마련해준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손발을 사용할 수 없기에 농사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실정이다.

 

100여 가구 가량이 부인과 서너 명의 자녀들이 함께 지뢰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정상인처럼 보이지만 모두 의수와 의족을 하고 있으며 오랜 착용으로 진물이 나고 상처가 끊이질 않아 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월서 스님은 그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과 교육이라는 점을 깨닫고 쌀을 지원하고 교과서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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