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세속화를 경계해야
수행의 세속화를 경계해야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2.11.12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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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힐링 대유행
수행은 진리추구 뜻 담겨


일부 돈벌이 수단화 우려
불법 천하게 되는 일 없어야
 

 

돌아보면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참선과 위빠사나는 물론이고 마음챙김과 마음나누기, 동사섭, 아봐타, 마음수련 등 종류도 많다. 우리가 듣지 못한 수행법도 있을 것이다. 세간에서는 수행보다는 명상으로 불린다. 수행은 진리를 추구한다는 탈속(脫俗)의 뜻이 담겨 있다. 치열한 정진의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대중들의 수행은 진리를 추구한다기보다 육체적 건강, 마음의 평안, 집중을 통한 능력의 극대화 같은 약간은 세속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명상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최근에는 힐링(healing)이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풀이하면 치유(治癒)라는 뜻이다. 치료(治療)가 육체적인 병을 고치는 것이라면 치유는 마음을 향해 있다. 도심의 회색 벽에 갇혀 컴퓨터와 대화하며 외로움을 호소하는 현대인에게 마음의 병은 깊다. 공동체의 안락함과 가족의 울타리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이 갈수록 황폐화 되고 있다. 힐링이 주목받는 이유다. 현대인에겐 어떤 병보다 마음의 병이 중하다. 그래서 힐링이 필요하다. 세상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앞으로 힐링의 의미는 더욱 각별해질 것이다.


사실 불교는 그 자체가 힐링이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라는 독소를 제거하고 마음의 평온을 얻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은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위대한 힐링 전문가였다. 올해 법륜, 혜민, 정목 같은 스님들의 힐링 관련 책이 불티나게 팔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수행이 보편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행의 대중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업화가 문제다. 2~3일 코스에 수백만 원을 하기도 하고, 불과 40여일이면 완전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선전하는 곳도 있다. 최종 코스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가야 한다며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또 개인 교습이라며 거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 불교의 수행법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말세에는 불법이 인정에 따라 천하게 팔릴 것”이라는 부처님의 장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수행의 질도 문제다. 이들 수행법의 특징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감각적인 효과가 빠른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러나 깊이가 없고 한계가 명확하다. 이러다보니 효과가 다하면 또 다른 수행을 찾아 전전하는 수행쇼핑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도를 구할 때는 뼈를 부수어 골수를 뽑아내듯이 해야 한다.” 옛 스님들의 이야기다. 수행은 치열한 것이다. 황벽 스님의 말씀처럼 뼈를 깎는 추위를 한 번 겪어야만 비로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깨달음이나 마음의 평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도 없다. 쉽게 이룰 수 있다면 왜 그렇게 많은 스님들이 일생을 두고 정진을 했겠는가.

 

▲김형규 부장

최근 불교적 수행법을 통한 현대인의 마음치유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 온 존 카밧진 박사의 워크숍 프로그램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학자인 까닭에 불교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그의 워크숍은 많은 고민을 안겼다. 불과 3일 참여에 80만원이라는 금액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의 뛰어난 명성에 비춰 봐도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의 뜻은 아닐 것이다. 수행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또한 평등해야 한다. 더 이상 부자들의 유희가 돼서는 안 된다. 이제 수행의 상업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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