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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매일매일 연습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혜국 스님

 

 

화엄경에서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이라고 하는 큰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습니다. 우리가 한 평생 살아가는 동안 화를 내면서도 화가 내 안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슬퍼하면서도 슬픔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더 나아가 내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죽을 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이유는 내가 내 마음을 배신하고 내 번뇌 망상 감정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며 감정의 노예노릇 한 까닭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감정이 하자는 대로 감정의 노예가 돼서 살 것인가. 나고 죽는 감정이라는 죄업을 평생 짊어지고 다닐 생각인가. 그렇지 않고 언젠가 그 감정을 이겨낼 작정이라면 지금, 바로 인간으로 태어난 이때가 마음공부하기 더 없이 좋을 때입니다.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에게 마음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고 어떤 스승을 찾아야 하는가를 묻고 문수보살은 선재를 공덕원 비구에게 보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스승을 찾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비록 경전으로라도 스승을 찾고 만나 인생이 무엇인지, 내 마음이 무엇인지, 내 성질머리 고쳐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길을 가야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공덕원 비구께서 하신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저 모두가 선재동자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감정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합니다. 남들에게 돈을 사기당하거나 억울한 말을 듣는 것이 억울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 억울한 일입니다. 또 내 성질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니며 살다가 죽는 게 억울한 일입니다. 그래서 선재동자가 공덕원 비구에게 묻기를 ‘무상의 진리를 이루고자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고 어떻게 보살의 길을 닦아 나가야 합니까’라고 합니다. 이러한 질문을 받은 스승도 대단히 기분이 좋았을 것입니다.


예전에 성철 큰스님 생전에 스님을 뵙겠다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누가 왔다고 하면 시자에게 ‘뭐 때문에 왔는지를 물어보라’고 시키십니다. 그래서 그냥 ‘큰 스님 뵈러 왔습니다’하면 ‘나 만날일 없다. 삼천배나 하고 가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반대로 공부를 물으러 가면 두 말도 없이 ‘어서 들어오라’ 하십니다.

 

감정 흐름에 끄달리면 안돼

 

그런데 요즘 찾아오는 사람들이 묻는 것은 ‘변소를 어디로 옮길까요’ ‘사위감은 누가 좋을까요’ 심지어는 ‘우리 집 개가 집을 나갔는데 어디로 갔을까요’를 묻습니다.  그런데 이 공덕원 비구를 찾아간 선재가 이렇게 기특한 질문을 한 것입니다.


여러분 한 번 돌아보세요,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구슬치기 하다가 구슬 잃으면 울었습니다. 고무줄 놀이하다가 장난꾸러기들이 고무줄 끊고 도망가면 울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습니까. 지금 돌이켜 보면 ‘아, 그때가 좋았다’고 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당하고 있는 억울한 일, 어려운 일이 먼 훗날 돌아보면 억울하거나 어려울 것도 없는 일입니다. 옛 일이 지금도 억울하고 어렵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일에 얽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지나고 늙어서 치매에 걸리고 노망이라도 나면 그런 일 당하려고 해도 당해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몇 십 년 있다가 비로소 그것을 추억으로 만들지 말고 벌어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해결하라는 것이 공덕원 비구의 대답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참 어렵다고 합니다. 왜 일까요. 슬퍼하는 그 시간이 화두 자리요, 부처자리임을 알면 그 순간이 바로 가장 즐거운 시간,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정 따라가느라 슬픔에 빠지고 괴로움에 빠지는 중생들에게 그 자리가 부처자리임을 알려주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생사 중에 있으니 어려운 것입니다. 생사 중에서 생사를 해탈하라는 말을 해야 하니 어려운 것입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고 눈감아 죽는 것이 생사가 아닙니다. 여러분 마음속에서 생각이 일어나면 태어나는 것이요, 생각이 사라지면 죽는 것입니다. 여러분 안에서 나고 죽고 나고 죽고는 생사,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오늘 일어나는 일을 오늘 해결하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돈 좀 벌어 놓고, 뭐 좀 이뤄놓고, 나중에 언제쯤 하겠다고 합니다. 이러면 이루지 못합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체에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인생에 해결 못할 문제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행, 부처 닮아가는 행복

 

제가 이 공부를 할 때는 공부가 왜 이렇게 안 되는가 싶어 날마다 억울하고 속상해 열을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거 전생부터 남을 미워하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했던 모든 잠재의식을 이 세상 가져왔으니 그 번뇌망상이라는 잠재의식을 날마다 덜어내는 것 그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날 그날 그 망상 속에서 공부하려는 그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인데 빨리 깨달으려는 마음만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서 행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몸에서 행복을 연습하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루어 놓은 다음에, 뭔가 만들어 놓은 다음에 행복해지고자 했던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내일도, 다음에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오늘 행복해야 합니다.


기도도 그렇습니다. 기도하는 이 순간 자체가 행복이고, 행복 연습이 돼야 합니다. 내가 아들 때문에 기도하고, 딸 때문에 기도하느라 힘들다, 어쩌다 싶은 마음이 있다면 기도하는 시간이 행복을 만드는 시간 아니라 원망을 만드는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내가 행복하지 못한데 누가 행복해질 수 있겠습니까.

저도 태백산에서 기도하고 공부할 때 매일 매일 힘들고 매일매일 울었습니다. 정견이 서있지 않은 까닭이었습니다.

 

하지만 안 되는 그 자리, 그 자체에서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사 속에 서 있으니 안 되고 괴로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안 되는 그 자리에서 그 자체가 행복인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오늘이 행복해야 합니다. 컴퓨터를 배우려면 컴퓨터를 연습해야 하고 골프를 치려면 골프 연습해야 하듯이 행복도 날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내 안에 원망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을 화두로 바꿔야 합니다. 연습하고 만들어 나갈 때 행복해 집니다. 연습하지 않은 행복이 어느 날 갑자기 올 수가 없습니다.


허공은 어떤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처도 입지 않고 아파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힘든 일이니 그것을 믿는 것이 오늘 할 일입니다.


일체 중생을 위해 보리심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가족을 위해 얼마나 양보하고 있습니까. 즉 보리심을 내고 있습니까. 더 나아가 내 번뇌망상을 얼마나 다스리고 있습니까. 즉 자신의 못된 성질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내 못된 성질을 사랑해야만 중생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요 못된 성질을 위해서 절을 해주고 기도를 해주고 수행을 해줘야 합니다. 이것이 업을 부처로 만드는 시간입니다. 여러분 마음에 싹이 트고행복의 씨앗이 돼서 필경 그 보리심으로 성불하시기 바랍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10월 27일 충북 충주시 석종사에서 봉행된 정기법회에서 혜국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혜국 스님
1948년 제주도 출생으로 1961년 해인사로 출가, 일타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1969년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하고 1970년 22세에 성불을 다짐하며 오른손 손가락 3개를 연비했다. 이후 태백산 도솔암에서 2년7개월 동안 생식 및 장좌불와로 정진했다. 경봉, 성철, 구산 스님 회상에서 수행하고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 제방 선원에서 수십 안거를 성만했다. 1994년 제주 남국선원을 개원하고 1997년 부산 홍제사를 창건했다. 2004년 충주 석종사를 창건하고 현재 석종사 금봉선원장으로 주석하며 수행납자와 재가수행자들을 깨달음의 길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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