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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누구를 찍어야 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요즈음 정치가 짜증이 난다고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한쪽에서는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한다고 바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단일화를 비난하기 바쁘다. 두 명은 링 구석에서 누가 출전할지 작전을 짜고 다른 한 명은 링 중앙에 서 있는 형국이다.


세 후보의 이력도 뚜렷하고 입장도 명확하게 갈리고 개성도 다 다르다. 게다가 승부는 아슬아슬 하기까지 하다.
박근혜, 18년간 대한민국에 군림한 전직 독재자의 딸 또는 조국근대화를 이룩한 위대한 지도자의 딸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삼자구도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종신독재로 나아가기 위해 헌법을 뜯어고친 이른바 ‘10월 유신’ 4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대선 도전은 본인이 뭐라 하던 아버지의 명예회복이 걸려있다. 조국의 제단 앞에 부모를 내놓은 비운의 공주라는 이미지가 흘러나온다. 비장미가 흘러넘치는 그녀의 승부는 냉기마저 느끼게 한다.


문재인, 인권변호사로 살아오다 왕의 남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남자가 된 사나이. 아니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문재인의 남자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의 죽음이 남겨준 부담을 운명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의 대선 승리는 아직도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는 유신독재의 망령을 걷어내는 새로운 전환이 될지 아니면 ‘전통야당’이란 깃발 아래 안주하며 적당히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정치세력의 도구로 이용당할 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안철수, 누가 뭐래도 그의 가장 큰 브랜드는 성공한 기업인이면서도 정직하고 착한 이미지이다. 한 마디로 개념 있는 기업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같은 기업인이면서도 이명박 현대통령과 전혀 반대의 이미지로 대중 속에 자리 잡았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지금까지 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BBK문제라든지, 퇴임을 앞두고 나온 대통령 사택 구입 문제 같은 것이 그에게는 없다. 오히려 안철수는 어떠한가! V3도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고, 주식도 재단에 선뜻 내놨다. 성공했으면서도 겸손하게 청년들을 만나 얘기한다. 멘붕 기업인이 아닌 멘토 기업인, 긁어가는 부자가 아니라 나눠주는 부자의 등장이다. 청년실업이 끔직한 이 때 가장 성공한 이의 한 사람이 당신 곁에 와서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용기와 지혜를 주는 모습에서, 루저라도 결코 불안하지 않을 착한 자본주의를 그가 만들어 주지 않을까 기대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어찌되건 대선은 민주주의의 축제인 동시에 욕망의 퍼레이드이다. 요즘 너무 먹고 살기가 가 힘들다고 한다. IMF로 멍든 부모의 상처가 채 삭기도 전에 청년실업이 자식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다. 먹고 살겠다는 욕망은 먹고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이기도 하다. 이 욕망이자 공포를 누구보다 여실히 꿰뚫어 보고 있는 세 후보들이 저마다 민생을 해결하겠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친다.


그런데 조심해야 한다. 먹고 사는 게 가장 삶의 기본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근본가치는 아니다. 먹고 살게만 해준다고 사기꾼이라도 찍을 수는 없지 않는가. “부자 되세요”가 새해 인사가 되는 기막힌 나라,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만은 “부자 되게 해주세요”가 선거의 근본 가치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박한용 연구실장
금륜, 은륜, 동륜을 굴리는 전륜성왕을 맞이할 선거일지, 아니면 탐냄,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삼독을 굴리며 오는 무명을 맞이하는 선거가 될 것인지는 후보자 몫이 아니라 우리 몫이다. 빵을 보다 사람을 놓치는 잘못된 선택이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박한용 phyk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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