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의료봉사단 진료 첫 날인 11월25일 오후 3시경 제한속도 시속 30km인 도로를 달리던 트럭이 진료소로 급히 방향을 틀었다. 짐칸엔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옷에 온통 피를 묻힌 채 누군가를 안고 있었다. 눈빛은 흔들렸고 젖어 있었다. 아이를 안고 있던 손끝은 끝없이 떨렸다. 진료를 받고자 마당에서 대기 중이던 폰싸바쓰 마을 주민들이 트럭을 에워쌌다. 여성은 트럭이 멈추자마자 맨발로 내려 걱정스러운 주민들 시선을 뚫고 봉사단의 파란 조끼를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았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 사이로 라오스어가 띄엄띄엄 새어 나왔다. “쑤…쑤어…이, 두어이(도와주세요).”
주민들을 살피던 외과 전문의 이영택 부산 광혜병원 의무원장이 진료소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류재환 경희의료원 동서의학과 교수도 트럭으로 내달렸다. 봉사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발버둥치는 아이의 두 팔을 붙잡았다. 흐르던 피는 죄다 어미 옷에 말라붙었고, 아이의 얼굴은 여기저기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검은색 바지는 군데군데 너덜너덜 했고 발도 성치 않았다. 이 원장이 아이의 상의를 올리고 심장부터 갈비뼈 부근, 복부 등 이곳저곳에 청진기를 댔다. 바지를 찢어 살피던 이 원장은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며 안심했다. 그러나 아이는 부어오른 입술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부르짖었다.
봉사단은 아이를 들어 외과 진료실로 옮겼다. 이 원장은 고작 1개뿐인 진료실 침대에 누운 아이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상처 부위에 고운 천을 덧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몸을 살폈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운 이 원장은 “괜찮다. 괜찮아. 크게 다친 곳은 없으니 진정하고 아픈 곳이 있으면 얘기하라”며 아이를 진정시켰고, 거칠었던 아이의 숨소리를 잦아들어갔다.
오토바이 사고였다. 캄아이(16)군은 갑자기 뛰쳐나온 아이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었다. 오토바이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몸은 시멘트 바닥인 길에 그대로 나뒹굴었다. 아이는 무사했지만 자신의 온몸엔 상처를 남겼다.
캄아이는 외과 응급처치를 받은 뒤 한의과에서 쑤시는 부위에 침을 맞았다. 외과에서 내린 처방대로 약을 받고 나서야 다시 어머니 품에 안겼다. 어머니 눈빛에선 두려움이 빠져나갔고, 안도와 감사의 눈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어머니와 아이를 실은 트럭이 천천히 진료소를 등졌다. 어머니의 눈빛은 여전히 진료소에 머물렀다.
“컵짜이(고마워요).”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