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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종단의 개혁-20

기자명 법보신문

깨달음에 대한 개념 정리 필요
보살행으로 완성되는게 깨달음

이번 차례에는 교육에 대해 알아보자. 그나마 현 종단 체제에서 행한 것 가운데 가장 잘한 부문이 교육개혁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더 혁신할 부분이 많다. 교육목적에서 시작하여 교과과정, 교육방법에 이르기까지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2012년 9월 27일에 공포된 ‘종단 법령집’의 ‘교육법’에 의하면, 제 1조는 “종단교육은 부처의 혜명을 잇고 법을 전해 중생을 제도하는 근본이념 아래 모든 종도에게 깨달음을 성취하고 보살도를 실천함에 필요한 교육을 시행하여 불국토 실현에 이바지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이는 상구보리 하화중생, 혹은 원효가 말한 “일심의 근원으로 돌아가 중생을 넉넉하고 이롭게 한다(歸一心之源 饒益衆生)”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의 승가교육의 목표는 불법의 진리를 깨달아 하화중생의 이타적 보살도를 실천하여 현실세계를 불국토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데 있다. 더 줄이면, 깨달음과 보살행을 행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계정혜의 삼학을 바탕으로 지혜를 닦는 해와 계율선정을 행하는 행을 종합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계승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21세기 오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우선 깨달음의 개념이 올바로 정립되어야 한다. 물론, 깨달음에 대해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합의된 개념을 도출하여야 교육과정과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여기에 시사를 주는 것이 원효의 진속불이(眞俗不二)론이다. 먼지만 닦으면 본래 맑고 푸른 하늘이 드러나듯, 무명만 없애면 본각(本覺)이 드러난다. 경험을 통해서든, 정신적 자각을 하든, 아니면 양자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든, 무명을 소멸시키는 계기만 마련되면 깨달음은 저절로, 안으로부터 생긴다. 마치 임계치 이상의 물리적 충격을 받은 물질이 배열구조가 바뀌어 화학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깨달음이란 원래 깨달을 수 있는 바탕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 어떤 계기를 통하여 연기와 무아에 대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자신의 정신과 몸 안에 간직된 온갖 경험과 기억과 의식을 찰나적으로 재배열하여 자신의 존재를 전혀 다른 존재로 거듭나게 하고 이 존재가 새로운 지평에서 진여 실제에 다가가는 것으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유롭고 평안한 상태에 이른 경지다.


하지만, 이것으로 깨달음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깨달아 내가 부처가 되었더라도 내 앞의 중생이 고통 속에 있는 한 나는 부처가 아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가 나와 깊은 연관을 맺고서 서로 조건이 되고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지혜이고 그를 위하여 그리로 가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고통을 없애 주는 것이 바로 보살행이다. 깨달음이란, 원래 불성을 지니고 있는 인간 존재가 불법의 진리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새롭게 터득하여 거듭난 존재가 세상과 자연과 뭇 생명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인식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기 위하여 자신의 욕망을 자발적으로 끊고서 그들을 부처로 만들고 그로 인해 내가 부처가 되는 것이다.

 

▲이도흠 교수

이런 깨달음을, 설명을 위하여 굳이 분별하면, 나에 대한 깨달음, 세계에 대한 깨달음, 중생에 대한 깨달음으로 나눌 수 있다. 나에 대한 깨달음은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한 깨달음으로, 세계에 대한 깨달음은 진리에 대한 깨달음으로, 중생에 대한 깨달음은 사회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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