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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미안해 여보라는 말에 진실성이 있었나”

불만스럽게 여기는 부분에
변화 요구는 자신의 ‘욕심’
단점도 있는 그대로 수긍을

 

 

▲미국의 부부 불자들이 명상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듀크대학교의 학생들로부터 낭만적 관계와 영적인 길에 대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무슨 내용으로 강연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몇 주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예정된 날짜가 다가오면서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 점점 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그 학생들의 나이 때에 읽었던 ‘당신이 원하는 사랑을 얻기 위하여’ (Getting the Love You Want)란 책에서 다루는 주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을 고려했었다. 그때 그 책은 당시 나의 남자 친구와 관련해서 몇 가지 매우 실용적인 조언과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그것은 매우 뛰어나고 영적인 내용의 책이었다. 하지만 나는 질려버렸다. 관계 형성과 관련된 최선의 실무에 관한 모범적인 관행 항목이 너무나도 많았다. 원활한 소통과 존경, 정직, 취약점, 친절, 우정 등등, 이 모든 것을 다루어야 하는가?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보자. 내 자신의 결혼 생활에 많은 부침(浮沈)이 있는 나로서는 그들에게 어떻게 ‘관계’에 대해 충고를 해줄 수 있을까? 결혼 생활의 실상에 있어서는 그 책에서 제시하는 충고에 부합하는 것이 거의 없지 않은가?”


전형적인 의견 차이가 어떻게 해서 불거져 나오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모범적인 좋은 의사소통 관행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지한 상태에서 나는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여보, 당신이 마치 듣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지만 내가 요청한 것을 실행하지 않을 때 나는 무시당하고 있고 경시되고 있다고 느끼게 돼요.”


이와 같은 ‘나-전달법’(I statement)은 우리의 감정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유도하게 되고 그래서 ‘너는 정말로 제대로 들어 주지 않고 있고 또한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와 같은 주장에서 전형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수치심, 책망 등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자, 이제 남편은 ‘미러링’(mirroring 상대가 내게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상대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호감을 갖게 된다는 심리학 용어, 역자주) 기법을 사용해서 나에게 대꾸하게 된다.


“여보, 내가 어떻게 어떻게 하면 당신은 어떻게 어떻게 느끼게 된다고 당신이 말하는 것을 나는 듣고 있어.”


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는 온 얼굴에 매우 사려 깊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 다음 순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앗’하고 놀라게 된다. 긴 침묵이 흐른 후 내가 얼마나 격앙되어 있는지 알아차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말한다.


“미안해, 여보! 앞으로 잘할게.”


수없이 그런 식으로 변명을 해왔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나는 다음 순간 폭발하게 된다. 이런 일이 우리 부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은 어떤 특정한 형태로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은 정신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게 된다. 그 사람은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고 관계에 관한 책을 탐독하거나 결혼 상담을 받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부부들이 한 사람은 매우 과정 지향적이고 상대 배우자는 그렇지 않는 등 우리와 비슷할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듀크대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심각히 숙고를 하고 친구와 깊은 대화를 한 후 그들의 가슴에 진실로 파고들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길은 대개 어떤 특정한 호형(弧形) 형태의 패턴을 따르게 된다. 처음 불자의 길에 들어서 명상수행을 하면 이 새로운 영적인 길은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완전한 인간이 되게 해주고 나쁜 습관들을 버릴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충동적인 욕구를 통제하면서 극기심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 어떤 단계를 성취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을 갖는다. 일단 깨닫고 나면 우리는 가혹하거나 곤혹스러운 것은 절대로 말하지 않고 항상 친절하고 관대하다. ‘이제는 지혜롭고 자비로워서 고통을 받지 않게 된다’는 등 일종의 완전성을 상상한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성취결과를 경험한다. 현재의 순간과 좀 더 결속하게 되고 집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삶에서 부딪치는 도전에 대해 반사적이기 보다는 반추적인 대응을 한다. 멈춤과 단순함에 대해 배우게 되고 그래서 좀 더 즐거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스트레스와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난다. 스트레스는 발생하지만 과거처럼 격앙되지는 않는다. 몇 년, 몇십 년 또는 몇 생애에 걸친 헌신적인 노력을 한 후 우리가 들인 수고에 비해 향상이 지독히도 더디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그 모든 수행 후에도 분노나 공포가 우리를 압도해 버릴 때 우리는 성취했다고 믿었던 것들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는 때가 있다. 너무도 실망한 나머지 우리는 다시 생각한다.


“나는 그 엄청난 노력을 경주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어. 뭔가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아야 될까 봐. 너무 심하게 몰아치지 말고 좀더 느긋해져야 할 것 같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얼마나 그렇게 놓아버릴 수 있을까?”


완전히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놓아버림에 따라 우리는 통제와 기대치, 개선의 필요성, 완벽주의 등이 우리가 가진 문제의 근원이었고 또한 자기혐오와 좌절감 그리고, 변화의 요구에 대한 동인(動因)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놓아버림에 따라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기적처럼 그리고, 반(反)직관적으로 말이다. 우리의 불완전성은 그 나름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 우리 자신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가슴은 우리 자신에게 열리게 된다. 그래서 타인에게도 열리게 된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가 가장 우선해서 진실로 갈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다.


우리가 그 과정을 인식해보면 결혼도 동일한 경로를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처음에는 “이 사람은 삶을 멋지게 만들어 줄, 나를 도와 줄 바로 그 사람일거야”라고 생각한다. 차츰 불완전한 모습을 보게 되면서 사람들은 상대방을 변화시키거나 우리 스스로가 변화함으로써 상황을 개선시키려고 시도한다. 통제를 시도하고 기대치를 갖게 되고 완벽함을 바란다. 몇 년간의 노력을 해보지만 배우자 사이의 상황은 그다지 변하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뭔가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아야 할 것 같아.”


그 사람이 어떤 특정한 형태이기를 요구하는 것을 놓아버릴 때, 통제하는 것을 놓아버릴 때, 그렇게 함에 따라 결점을 포함한 그 사람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게 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다.


관계에 대해 조언하는 책들은 그 효용성이 제한적이다. 그 책의 독자들이 자신의 파트너를 있는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여전히 상황을 통제하려 하고 무엇인가 개선시키는데 그 책을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영적인 길의 전개 과정과 관계의 전개 과정이 단순히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수미런던
그들은 긴밀히 얽혀있다. 우리가 영적인 길로 깊이 수행해 가면 필연적으로 우리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타인에 대한 요구와 필요를 완화시켜 나간다면 영적인 길은 요구 그 자체를 통째로 놓아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수미런던 듀크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번역=백영일 번역편집위원 yipaik@woori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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