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법(法)의 이해
92. 법(法)의 이해
  • 법보신문
  • 승인 2012.12.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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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가르침이자 귀의 대상
종교로서 불교의 성립 근거
사성제·십이연기가 대표적


법이란 무엇인가. 가장 대표적인 용례로는 다음을 꼽을 수 있다. “법을 귀의처로 삼아 의지합니다(dhammaṃ saraṇaṃ gacchāmi).”  이때의 법이란 귀의의 대상으로서 불교라는 종교의 성립 근거가 된다. 따라서 법이란 현실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지니는 것으로 반드시 실재해야만 한다. 바로 이것에 근거하여 “목숨을 다하여 귀의합니다(pāṇupetaṃ saraṇaṃ gataṃ).”라고 표현되는 믿음의 맹세가 정당성을 지니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 귀의의 대상이 되는 법이란 무엇인가. 불교라는 종교는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그와 동일한 인격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법이란 붓다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붓다의 가르침은 경전으로 집성되어 후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경전의 가르침은 붓다의 말씀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경전은 그 자체로서 법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사성제(四聖諦)와 십이연기(十二緣起)는 경전의 가르침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들은 괴로움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여 그것의 원인과 소멸에 이르는 과정을 밝힌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즉 귀의의 대상이 되는 법이란 ‘괴로움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얻도록 하는 것(離苦得樂)’이다. 붓다는 바로 이것을 통해 스스로의 괴로움을 해소했고 또한 이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였던 것이다. 사실 이점에서 나머지 다른 가르침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이란 붓다에 의해 고안된 것이 아니며 본래부터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붓다는 먼 옛적부터 깨달은 분들이 걸었던 길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한다(SN. II. 106).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에는 일정한 양상과 패턴이 존재한다. 붓다는 이것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해 괴로움을 차단하거나 제거할 수 있었다. 이렇듯 모든 현상은 나름의 인과적(因果的) 절차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 따라서 법이란 인과적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아가 사물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원리 혹은 법칙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후대의 해석가들은 법에 대해 ‘실체(實體)로서 있는 것(dravyaḥ sat)’, ‘자신의 특성을 유지하는 것(svalakṣanadhāraṇa)’ 등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초기불교에서의 법이란 물리적 법칙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무명(無明)으로부터 시작하여 늙음·죽음(老死)으로 귀결되는 십이연기의 전개 과정은 고정된 법칙이 아니다. 즉 7번째 지분인 느낌(受)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8번째 지분인 갈애(愛)가 반드시 일어나야 할 이유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이란 조건에 의한 가능성만을 나타낼 뿐이다.


한편 법이란 논의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때의 법에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뉘앙스가 망라된다. 예컨대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와 행위를 표현하는 용어들에도 법이라는 수식이 적용된다(AV. IV. 432).

 

이것에 근거하여 아비담마불교(Abhidhamma)에서는 실재하는 모든 정신적·물질적 현상을 개념화하여 법의 목록에 포함시킨다. 그들에 따르면 법이란 구체적인 지시 대상을 지닌 개념 일반에 해당한다. 한편 법의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자아(ātman)라든가 영혼(jīva) 따위는 실제 대상을 지니지 않은 관념적 허구에 불과하다.

 

▲임승택 교수

이러한 법 해석은 있는 그대로의 실재만을 다루었던 붓다의 가르침을 계승하려는 취지에서 시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아비담마의 시도는 개념으로서의 법 또한 약정의 결과에 불과하며 실재성이 없다고 보았던 대승불교와 부딪히면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었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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