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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길 동국대출판부장

“생명을 융합적 사유로 풀어낼 불서 발간”

불교고전번역·학술서출판이
출판부 기본 역할이자 사명

 

 

▲김윤길 부장에게 출판은 “세상을 다시 볼수 있게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세대 중에서도 절정기라 할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70년대 말 동국대 국문학과에 입학 후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그곳 철원에서 매주 종교활동 시간에 도피안사를 찾으며 불교와 첫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1986년 졸업과 동시에 교직원 공채에 응시, 그해 5월부터 지금까지 학교에 근무하며 영원한 동국인으로 살고 있다.


동국대학교 김윤길(始覺) 출판부장. 학교에서 기획관련 부서를 섭렵하며 기획통으로 불리는 그가 본격적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 불교대학원 교학과장을 맡으면서다. 특수대학원이긴 하지만 불교학에 대한 흐름을 알아야 했다. 4년 동안 불교학 관련 원로 교수로부터 젊은 학생들까지 두루 만나면서 불교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넓히려 노력했다.


그러나 불교를 알아갈 즈음, 2003년 또다시 학교 기획업무를 맡게 됐다. 건학 10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기획단 팀장 역할이었다. “당시 동국대는 무겁고 오래되고 어두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굉장히 오래된 가치가 내재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묻혀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종립학교임에도 불교의 핵심적 내용을 발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불교를 내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정서가 있었지만, 그것은 단견이라고 판단했다. ‘동국대100주년마스터플랜위원회’ 간사 역할을 하면서 학교의 미래를 아시아(Asia), 바이오(Bio), 문화(Culture) 등 ABC로 집약했다. 그리고 불교의 사상과 문화가 이 셋을 지탱하게 해 줄 것으로 확신했다. “불교종립대학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획이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데 참여자들이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지난한 작업이었다. 2006년 100주년 행사를 마칠 때까지 그 일에 집중했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열정을 다 한 만큼 모든 에너지가 소진됐고, 건강도 좋지 않았다. 결국 2007년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소진된 에너지를 재충전할 방법을 찾아 학내 교육방송국장 직을 자원했다. 그동안 정년을 앞둔 고참들이 퇴직 전 거치는 자리 정도로 인식돼왔던 곳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이 갖는 가장 큰 자산 중 하나가 콘텐츠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시스템 변화를 추구했다. 동국미디어센터라는 큰 틀에서 동국대신문사, 교육방송국, 출판부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할 것을 학교 측에 제안했다. 마침 공석이 된 출판부장을 겸직할 때, 학교 측은 출판부의 경영 합리성 검토를 요구했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이니 퇴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실태분석을 하면서 학교가 갖는 지적자산을 콘텐츠 상품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할 곳이라는 판단이 앞섰다.이때 출판부가 제 역할을 함으로써 학교 조직에서 꼭 필요한 곳으로 인식하도록 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불교와 문화 뿐만아니라 다양한 학문분야가 있는 종합대학에서 이루어내는 연구물을 출판부가 성과로 엮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전 이해 폭 넓혀줄 서적이
명저로 불릴 불서 탄생 기반


그렇게 출판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우선 문화학술원과 함께 문화학술총서를 기획했다. 인문학 전통을 기반으로 한 학술서 시리즈 간행을 목표로 했고, 2008년부터 그 결과물이 나오면서 출판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또 하나, 불교문화연구원에서 2007년부터 해온 한국불교전서 역주사업 성과를 출판으로 옮기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방대한 작업이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불교문화연구원이 조선불교통사 번역본을 갖고 있으면서도 출판을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곧바로 학술진흥재단에 조선불교통사 전집 출판지원을 신청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서 본격적으로 인력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3년여의 시간이 걸렸지만 이 과정에서 불교원전 번역서 출판을 경험했고, 장기적으로 한국불교전서 역주 성과물을 출판하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고전불서 출판 시스템을 갖추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불교전서 역주본 출판은 2010년 7권을 시작으로 매년 7권씩 올해까지 21권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총 300여권이 나올 예정인데, 내년부터는 매년 10권씩 펴낼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동국대출판부가 해야 할 역할이 선명해졌다. “상업적인 대중교양서보다는 고전의 번역, 그리고 학술연구서 출판 등 두 가지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금은 그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판부가 해야 할 역할이 선명해진 만큼, 그는 향후 불교고전 중 대장경을 비롯해 각종 찬술과 문헌들을 책으로 엮어내는 일에 중점을 두고 계획을 점검중이다. 그리고 대장경에 대한 주석, 해제, 연구가 병행된 성과들을 책으로 편찬하는 일을 역경원 주요 사업으로 확정했다. 이미 출판부 인력을 7명으로 확충했고, 외부 인력을 상시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일단 큰 장애물 하나는 해소한 셈이다.


평소 진화생물학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은 그에겐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생명문제를 융합적 사유로 풀어낼 수 있는 불교교양서 출간이다. “스티븐제이굴드의 책들을 보면서 진화생물학이 불교의 철학적 논리체계와 패턴이 유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생명문제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불교적 사유를 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좋은 필자들을 만나면 꼭 기획해 보고 싶습니다.”


그는 경전의 주석, 연구, 해제와 같은 어려운 작업들이 빛은 나지 않지만, 고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들을 기반으로 현대적 창작과 글쓰기가 가능한 필자 층이 두텁게 형성될 때 현대의 명저로 불릴만한 불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출판을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으로 생각하는 그는 지금 ‘본각에 이르는 출발점’에 서서 그렇게 새로운 불서 편찬의 역사를 꿈꾸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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