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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지킴이 지율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강은 뭇 생명의 어머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어

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도
무관심 속 파헤쳐져 ‘충격’
지천 지키려 내성천에 천막


지금 강 파괴 막지 못하면
훗날 더 큰 파괴로 이어져
내성천 살리기 지금이 적기

 

 

▲지율 스님

 

 

저는 내성천이라는 강에서 왔습니다. 내성천, 혹시 들어보셨나요? 잘 모르시죠? 가수는 알아도 강은 잘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듯 합니다.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의 강과 산에 일어나는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강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저는 여러분들이 잘 모르는, 그러나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과 만나러 오면서 참 걱정이 많았습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일들을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 참 가슴 아프고 암담했거든요.


저는 2009년부터 4대강 공사현장을 다니며 기록하고 사진 찍으면서 반대운동을 했습니다. 2010년에는 경천대 강변 공사가 시작됐지요. 낙동강 제1비경이라고 불리던 곳입니다. 명색이 1비경이니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경천대 공사가 시작되자 급한 마음에 소셜네트워크에 글도 올리고 사진도 올리고 관심을 모으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 와요. 어떻게 와보지도 않을까하고 충격을 받았죠. 경천대 사진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길거리에서 경천대 사진을 들고 걸었어요. 마치 초상화를 들고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4대강 사업은 정부가 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요. 사람들의 무관심이, 또 사회의 인식이 4대강 사업의 원동력이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가 살던 고향의 숲과 나무가, 또 강이, 우리의 국토가 파괴되고 있는데 움직이지를 않아요. 우리의 국토가 연예인의 사생활만큼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모든 것을 접었습니다. 이 사회는 결국 기름진 옥토와 아름다운 강산이 다 마르고 사막화가 되는 순간과 맞닥뜨려야, 그제야 우리가 어떤 곳에 살았었는지를 알겠구나 싶었거든요. 10년 넘게 해오던 초록의 공명도 접고 산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쌌어요.


그때 정부에서 또 발표를 합니다. 지천공사를 한다는 거예요.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그동안 강을 보며 깨달은 것이 바로 지천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낙동강의 경우 본류로 들어오는 지천은 980여개나 됩니다. 지천을 통한 모래와 물의 유입이 강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본류는 작은 지천들이 모여 만드는 큰 강이어서 지천이 망가지만 강은 돌이킬수 없어요.


그래서 그 길로 내성천 하류로 왔어요. 올해부터는 내성천 강가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내성천을 건드리는 것은 낙동강 천체를 건드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성천은 낙동강에 1급수를 공급하는 유일한 하천이며 모래를 공급하는 하천이기도 합니다. 중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이라면 강의 이야기를 가장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4대강 공사로 가장 위험한 문제는 보가 터지고 홍수가 나는 차원이 아닙니다. 지천 강바닥 수위가 낮아지는 것이 더 큰 문제예요. 만약 본류가 330km면 지천은 3000km가 넘습니다. 그 지천들이 지금 다 깊이 파여 있습니다. 매년 1m씩 낮아집니다. 보통 지하 6m 정도에 호스를 박아서 농업용수나 식수로 사용하는데 강바닥이 2m 깊어지면 물이 안 나와요. 우리가 생활할 수 있는 물이 없는 거예요. 그게 강의 전 구간에 걸쳐 일어나고 있습니다. 강 주변 만이 아니라 산꼭대기까지 그래요. 내성천 인근 주민들은 이미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생수를 공급받아 마시고 있습니다.


정권은 누가 잡아도 5년은 가지만, 강은 앞으로 2~3년 안에 끝이 납니다. 4대강 문제는 단순히 홍수나 가뭄 문제가 아니라 국토 사막화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하루빨리 이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얼마나 급한 일인지 몰라요.


낙동강의 변화는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고 또 모래강입니다. 모래는 물이 많아지면 쓸려내려 가버려요. 강은 점점 깊어지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돌을 가져다 붓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돌을 부어야 하는데 그 돌은 어디서 나옵니까. 주변에 산을 깎는 겁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변이 전부 사막화가 되거든요.


해결 방법이 아예 없다면 제가 이렇게 애를 태울 필요도 없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바로 가장 좋을 때이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고 있는 겁니다.

 

일본에 이사야만이라는 갯벌이 있어요. 방조제를 쌓아 막은, 새만금 같은 간척지입니다.  2003년 스페인 람사에서 NGO행사에 가서 이사야만에서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들을 만났는데, 30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인시위를 했던 깃발을 가지고 왔어요. 한 대학생은 엄마를 대신해서 행사에 왔어요. 대를 이어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분들은 댐이 세워지고 나서도 모니터링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1년 반만에 그 자료들을 모아 법정에 가 이겼어요. 문제가 있다는 명확한 자료가 있으니 일본 정부도 이를 뒤집지 못하고 결국 해수를 유통하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새만금 추진할 때 그렇게 반대운동을 하다가도 방조제가 만들어진 뒤에는 관심이 끊겼지요. 어제 새만금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특정 기업이 7조원을 들여 들여서 거기서 사업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요. 조사하는 분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거의 끝난 사업이라는 인식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4대강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끝난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우리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용인한다면 앞으로의 어떤 것도 지켜낼 수 없어요. 4대강도 저렇게 다 팠는데 산 하나 파는 것을 어떻게 막겠어요. 천성산 도룡뇽 소송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사회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도룡뇽이라는 작은 생명으로 큰 공사를 막는다면, 사회적으로 생명의 가치가 한층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4대강 사업은 천성산 터널공사의 연장선상이예요. 도룡뇽으로 상징되는 생명을 버렸기 때문에 이어진 결과죠.

 

지금 일어나는 일을 묵과한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지금보다 몇배나 더 심각해질 겁니다. 지금 이 시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재앙이 닥쳐야 알게되고 움직이기 시작해요.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순간 멈출 수만 있다면 재앙도 축복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되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머릿속에 강이 없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해도 힘들어요. 반면 정말 강을 지켜야 한다고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많아요.


여러분, 4대강 사업은 다 아시죠? 그러면 4대강에 몇 번이나 가보셨나요? 인터넷에서 댓글 다는 것과 몸으로 직접 느껴 움직이는 것은 대단히 달라요. 운동은 몸으로 해야 합니다. 마음이 움직여야 몸이 움직이는 거예요.


환경운동을 하면서 법원에 나홀로 소송을 10개를 했습니다. 천성산 왜곡보도로 언론중재위원회도 많이 갔어요. 소송을 하는 이유는 왜곡기사를 쓰는 언론이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예요. 그보다 우선적인 것은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논리입니다. 잘못된 사회논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문제제기가 안되니까 계속 그 논리에 의해 가고 있는 거지요.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어떻게 복구할지 우려하는 분들이 계세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만 바꿔먹으면 강이 복구되는 것은 굉장히 빠릅니다. 자연의 복구가 시작되면 우리가 손 댈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이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는 거예요. 댐에 물이 채워지기 전, 바로 지금이요. 댐 공사가 60% 진행됐지만 물이 채워지지 않았으면 원래 상태나 마찬가지예요. 강의 복구능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그 가치를 0으로 계산하더라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가치를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자연이고 우리의 국토예요. 조상으로부터 오래도록 강의 시스템과 함께 살아왔지만 우리는 그리 큰 불편함 없이 살았습니다. 짧다면 짧은 세월, 인간의 삶이 너무 많이 변한 것이 문제죠. 이제 우리가 비우고 덜어내야 하는 순간임에도, 오히려 더 많은 과소비를 요구하며 자연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강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해 온 강의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여 주세요. 그리고 움직여주세요. 강을 보고 만지고 교감하는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정리=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이 법문은 12월13일 에코붓다 주관으로 열린 열린환경아카데미에서 지율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지율 스님

1992년 양산 통도사에서 청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 97년 구족계를 수지하고 천성산 내원사 선방에서 수행에 전념했다. 2000년 산감 소임을 맡은 후 천성산 터널 공사를 계기로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공사를 막기 위해 100일 단식과 도룡뇽 소송에 나섰으며, 2009년부터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내성천 강가 텐트에서 강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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