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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며

올해 승풍실추로 다사다난
교단 자정·쇄신 노력 계기
힐링 사회적 트렌드 정착
새해엔 좋은 일만 있기를

 

임진년(壬辰年) 해가 저문다. 마지막은 언제나 아쉽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떠난 사람은 다시 만날 기약이라도 있지만 가버린 세월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아쉬움을 넘어선 서글픔이 인다. 그러나 해를 보내는 마음이 항상 아쉽기만 하겠는가. 눈물 어린 회한도 있고, 뼈저린 반성도 있다. 때로는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묘한 감정이 교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자들에게 지난해는 어떤 의미였을까?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그렇게 와 닿을 수 없다. 어느 해보다도 일도 많았고 시련도 적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견뎌왔을까’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지난해 불자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청빈과 무소유의 정신을 잃었고 스님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불자로서의 자존심을 잃었고, 부끄러움에 밤잠을 잃었다. 그리고 타국에서는 불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봉축을 한 달 앞두고 터진 승풍실추 사건은 드물게 겪는 시련이었다. 스님들이 내기포커를 치고, 이를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악용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불자들은 귀를 의심했다. 믿고 존경했던 수행자의 타락에 억장이 무너졌다. 추문은 연일 방송과 신문지면을 통해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분노가 컸다. 불자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파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온갖 사자충들이 일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확인이 되지 않은 폭로가 연일 이어졌다. 이미 수개월이 지났지만 해를 마감하는 지금까지도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 나라 밖으로는 슬픈 소식들이 잇따라 날아들었다. 티베트에서는 스님과 불자들이 불속으로 뛰어들어 스스로의 육신을 소신공양(燒身供養)했다. 중국으로부터 조국의 자치와 종교의 자유를 찾기 위해서다. 그들은 몸을 태워 그 불꽃으로 새 세상이 열리기를 희망했다. 100여명이 그렇게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들의 시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또 큰 스님들의 입적이 유달리 많았다. 지관 스님이 열반했고, 성수 스님이 입적했으며, 수산 스님이 적멸에 들었다. 이런 크고 작은 이유로 불자들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번민과 괴로움 속에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희망적인 변화들도 적지 않았다. 승풍실추 사건은 교단의 자정과 쇄신에 대한 불자들의 열망을 재확인케 했다. 재정투명화를 위한 개혁입법이 마련되고 재가불자들 또한 스스로를 각성시키는 계기가 됐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듯 법륜, 혜민, 정목 스님 같은 힐링 전법사들의 등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스님들의 힐링 서적들은 올 한해 베스트셀러로 끊임없이 화제가 됐다. 대중과 직접 만나는 즉문즉설과 SNS 등을 통한 힐링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임진년의 해가 진다. 마지막 해가 지고나면 그 자리에 새해의 첫 태양이 뜰 것이다. “미래에 해야 할 일을 준비하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할 일을 해야 할 때에 당황하지 않는다.” 본생경 말씀이다. 이제 과거의 어둠을 털어버리고 내일을 준비해야 할 때다.

 

▲김형규 부장

물이 더러울수록 더욱 아름다운 연꽃이 피듯이, 과거의 시련은 미래에 있을 우리의 지혜를 더욱 반짝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해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서 시작돼야 한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이 가득하기를. 새해 첫 그 마음으로 한해가 온전히 살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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