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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몽선과 방가선 [끝]

기자명 윤창화

자기 깨달은 바를 혼자만 아는 게 아몽선
방망이로 치고 소리로 꾸짖는 게 방가선

아몽선(啞夢禪)이란 ‘벙어리 선’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고사성어 가운데 ‘아자득몽(啞子得夢)’이라는 말이 있다. 벙어리(啞子)가 꿈을 꾼다는 뜻인데, 벙어리는 꿈을 꾸고 나서도 꿈속의 일을 표현하지 못한다.


표현하고 싶어도 벙어리라서 불가능하다. 아몽선이란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깨달은 바를 자기 혼자만 알뿐, 남에게는 말할 수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편 이 말은 선(禪)은 불립문자(不立文字),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세계로 언어문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무문관’ 제1칙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이 관문(조사관)을 통과하고 싶은 자는 없는가? 있다면 삼 백 육십 뼈마디와 팔만 사천 털구멍(혼신을 다해서), 온몸 전체가 한 개의 의심덩어리(疑團)가 되어, 이 ‘무(無)’자를 참구하라. 불철주야 끊임없이 참구하라. 그러나 이 ‘무’를 허무(虛無)의 무나, 있다(有)의 반대인 없다의 ‘무’로 잘못 참구해서는 안 된다. ‘무’의 참구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삼키고 나서 뱉으려고 해도 뱉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처럼 절박 절실해야 한다. 지금까지 익혀온 일체 잘못된 견해와 생각, 지식(惡知惡覺)을 완전히 떨쳐내 버리고 오로지 일념으로 오래도록 참구하면, 자연히 안(內, 주관, 자기)과 밖(外, 객관, 경계, 대상)이 하나가 될 것이다(打成一片). 마치 벙어리가 꿈을 꾼 것처럼(啞子得夢), 그 경지는 오직 자기만이 알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관문 즉 조사관이란 ‘무’ 즉 ‘무자화두’를 가리킨다. 이 무자가 바로 역대 조사들이 납자들에게 투과해 보라고 제시했던 관문이라는 것이다. 그 세계는 언어도단 즉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냉난자지(冷暖自知)로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말 못하는 벙어리가 혼자만 알 뿐이라는 것이다.


방가선(棒呵禪)이란 선승이 납자들을 지도할 적에 방망이(棒)로 친다든가 큰 소리로 꾸짖(呵)는 것을 말한다. 즉 방(棒)과 할(喝)을 가리키는데, 수행자의 사량 분별심과 알음알이를 제거해 주기 위하여 때론 방망이를 사용하기도 하고 때론 할을 사용하여 분별심과 알음알이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다.


선승이 방과 할을 사용하는 것은 개인적인 지도방법이나 스타일이다. 어떤 선승은 손가락들 들기도 하고, 부채를 들기도 하며, 눈을 깜빡이기도 하는데, 임제선사(?∼867)는 방과 할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할을 많이 사용하여 ‘임제할(臨濟喝)’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그리고 덕산선사(德山, 782∼865)는 방을 많이 사용하여 ‘덕산방(德山棒)’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 임제의현의 스승인 황벽선사도 방을 많이 사용했는데, 어느 날 임제가 스승 황벽을 찾아가서 물었다. “뭣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황벽은 자신이 갖고 있던 주장자로 후려 갈겼다. 이렇게 세 번 물었는데 세 번 다 맞고는 불쾌하여 황벽의 곁을 떠났다.


스승의 도반인 대우선사에게 가서 그 사실을 말씀드리고 나서야 비로소 황벽의 방의 뜻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황벽 불법은 지극히 간명하구나(元來 黃蘗佛法, 無多子)”

 

▲윤창화
황벽의 가르침은 방을 통하여 번뇌 망상과 사량 분별심을 제거해 주는데 있었다. 그 후로부터 방과 할을 사용하는 선승이 많았는데, 방할은 매질이나 욕이 아니고 스승의 제자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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