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보신문 2012 송년호] 민생과 대통합의 불이문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2.12.31 21:42
  • 수정 2013.01.14 15:21
  • 댓글 0

불이문. 2013년 벽두에 제안하고 싶은 ‘화두’다. 감히 법문을 흉내 낼 뜻은 전혀 없다. 해탈의 세계를 설파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붓다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지금 여기서 되새김질할 따름이다.


2012년 12월19일 실시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지난 5년 내내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꼽혀 왔기에 그의 당선이 ‘이변’은 아니다. 더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그들의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한국방송, 문화방송, 서울방송의 ‘우호’적이고 때로는 노골적 지지를 받았다.


어쨌든 박 후보는 1577만3128표(51.6%)를 얻었고, 선거 결과는 존중받아야 옳다. 지지했든 안했든 그는 새해 2월부터 옹근 5년 동안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이다. 박 당선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엄중하기에 더욱 그렇다. 박 당선인 자신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보인다. 당선이 확정된 뒤 박 후보는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의 승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선거기간 중 보내준 신뢰와 믿음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도 했다.


실제로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을 준비하며 일찌감치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걸었다. 새누리당 후보로는 파격이었다. 시민사회와 야당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쟁점을 자신이 총선과 대선에서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정치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그에게 표를 던진 1577만 3128명이든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1469만 2632명이든 간절한 소망은 경제 살리기일 터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약속한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을 반드시 지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다부진 결기를 밝혔다. 좋은 일이다. 당선인이 다짐한 대통령의 과제는 서로 이어져 있다. 민생과 대통합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면, 당선인이 풀어야 할 숙제는 민생과 대통합 두 가지로 좁혀진다. 그런데 둘은 하나다. 대통합의 가장 큰 문제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로 빚어진 갈등이기 때문이다. 더러는 우리 내부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들기도 한다. 실제로 이미 ‘종북을 발본색원’하라고 살천스레 주장하는 먹물들이 들꾀고 있다. 새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나는 박근혜 당선인이 당선 첫 소감에서 밝힌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 열망을 구현해나갈 때, 대통합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경제적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고 있는 부라퀴들이 부르대는 ‘이데올로기 타령’에서 벗어나 민생과 대통합이 둘이 아님을 당선인이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이미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가장 어려웠던 시기마다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불교인연과 불교서적이었다”고 밝혔다. 금강경과 법구경을 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불이문의 뜻을 파악하고 있을 터다. 불이문을 세운 까닭은 그 문을 통과해야 진리의 세계에 이를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민생과 대통합을 통과하지 않으면 박근혜 당선인도 5년 뒤 이명박 정권처럼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손석춘
사회 양극화로 인한 빈부갈등과 노사 갈등의 해법도 민생의 맥락에서 풀어야 옳다. 민생 없는 대통합은 말장난이거나 기껏해야 공허한 ‘고담준론’에 그치기 십상이다. 당선인이 임기 초부터 민생을 통한 대통합에 온 힘을 기울여도 약속을 지키기가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데올로기적 접근으로 되레 대통합을 해치는 무리들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대통합과 민생, 둘이 아니다. 새해 새 정부에 보내는 화두다. 불이문.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0gil@hanmail.net

[법보신문 2012 송년호]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