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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새해특집-함께하는 벗 도반][br]내성천지킴이 김호례·박계영씨

환경을 수행 삼아 함께한 15년 세월 눈만 봐도 맘 통해

지율 스님 따르는 환경 도반
문수 스님 분향소 상주 노릇


1년10개월 조계사 ‘모래’서
하루 12시간 안주인 역할도

 

 

▲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웃는 모습만은 꼭 닮은 15년 도반 김호례(오른쪽), 박계영(왼쪽) 보살.

 


지난 2년새 조계사를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경내 주차장 한 켠의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 관심 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컨테이너로 만든 갤러리 스페이스 모래, 이 곳은 4대강 공사로 신음하는 강과 뭇 생명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문화공간이다. 동시에 경북 상주의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의 서울 지부(?)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내성천의 사진과 이야기를 한껏 담아 서울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풀어냈으니 말이다.


사찰 마당의 컨테이너 박스란 그 자체로 워낙 특이한 광경이어서 조용조용 방문객도 꽤나 많이 이어졌다. 덕분에 이곳은 자연히 누구나 방문해 차 한잔 마시고 쉬어갈 수 있는 아늑한 사랑방 역할까지 도맡았다. 2011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조계사에 자리한 동안 이 곳은 작지만 더없이 큰 의미를 담아낸 특별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특별해도 관리하는 이가 없었다면 사람들의 발길은 곧 끊겼을 터다. 1년 10개월 하루도 빠짐없이 이 곳을 지켜온 자원봉사자가 있었으니 바로 김호례(백련화, 52) 보살이다. 찾는 이가 누구든, 어떤 일로 방문했든 항상 밝고 호쾌한 웃음으로 맞아주며 안주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또 한사람, 김 보살의 15년 지기 도반 박계영(법왕자, 46) 보살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굳은 결심이라도 1년 10개월 매일 한 장소를 지키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누구나 조금씩 지쳐가기 마련이고, 상황이 여의치 않는 순간이라도 생기기 때문이다. 박계영 보살은 언제나 김 보살의 상황을 살피며 그녀의 공백을 메웠을 뿐 아니라,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부분까지 살뜰히 챙겨온 동반자였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12시간, 잠시도 자리 비우기가 힘든 스페이스 모래를 봉사만으로 이끌어 온 놀라운 원동력이 바로 두 사람의 찰떡같은 궁합에 있었다면 다소 과장일까. 2년 채 되지 않는 봉사에 원동력까지 거론하는 까닭은 스페이스 모래가 유독 힘든 봉사처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평 공간에서 언제 올지 모를 방문객을 마냥 기다리는 시간은 무료함 그 자체다. 방문객이 온다고 나아질 것도 없다. 개개인의 성향과 관심사에 맞게 대화를 이끌면서, 4대강 지천 개발로 망가지고 있는 내성천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방문객이 있으면 있는 대로 힘들고 없으면 없는 대로 갑갑하고 무료한, 어찌보면 그 어떤 분야보다 인내심이 필요한 봉사였던 셈이다.


김호례 보살이 박 보살을 일컬어 “다시 못만날 둘도 없는 도반”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 보살은 “스페이스 모래는 다른 사람에게 잠시만 맡겨도 다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던 곳”이라며 “나 역시도 힘들다 느낄 때쯤 법왕자(박 보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불쑥 찾아와 일을 돕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함께한 세월만 자그마치 15년이니 눈빛만 마주쳐도 알아서 척척, 말 한마디 없어도 손발이 딱딱 맞는다. 그 어떤 도반이라도 이처럼 잘 맞을 수는 없다고 호언장담할 만하다. 신기한 것은 이토록 잘 맞는 두 사람이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차이는 대충 봐도 확연하다.


우선 김호례 보살은 어디서도 한 눈에 들어올 만큼 활동적이고 호탕하다. 사람 만나는 것은 자신 있지만 정리에는 젬병이다. 반면 박계영 보살은 튀지 않고 조용하면서 또 부드럽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세심히 살피고 관리하는 일은 단연 뛰어나다. 손짓 하나, 한마디 말에서도 각자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격 덕분인지 사실 김호례 보살은 교계에서 꽤나 유명인사다. 조계사 선재법등에서 봉사를 시작했던 15년 전부터 무용반을 만들어 연희단을 조직하는가 하면, 붓다나라후원회를 이끌며 해외포교를 지원해 왔다. 병원법당 봉사자로도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포교사가 된 후에는 사찰 합창단 창립과 운영에 뛰어들었다. 다양한 활동에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언제나 박계영 보살과 함께였다는 것.


15년간 봉사로 이어진 인연
눈빛만 봐도 아는 찰떡궁합


인드라망 깨달음이 원동력
“내성천 생명이 우리 스승”

 

 

▲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지율 스님과 김호례 보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더없이 행복하다.

 


김보살은 말한다. “법왕자(박 보살)가 없었다면 내가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하기도 힘들었다니까! 항상 내가 앞에서 우당탕탕 일을 벌리면 법왕자가 뒤에서 ‘자분자분’ 정리하고 마무리하면서 도와주거든.” 호탕한 웃음이 한바탕 지나가자 박계영 보살이 입을 연다. “언니(김 보살)가 벌리는 일들을 도우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혼자 생각하던 일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항상 마련해 주거든요.”


그래서 두 사람이 찰떡궁합 도반인 모양이다. 한 공간을 함께 지키고 운영한 것도 스페이스 모래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소신공양했을 때, 첫날부터 분향소를 지키며 ‘상주’ 노릇을 한 것도 바로 이 두 사람이다.


문수 스님과도 생전 인연은 없었다. 다만 4대강 공사로 망가져가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들을 분향소로 이끌었다. 두 사람은 단지 생명,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공감했을 뿐이었다. 참 다양한 봉사활동을 함께 해왔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의 의지를 공고히 한 계기가 바로 4대강 사업이었다. 함께 존경하고 따르는 지율 스님과의 인연도 4대강으로 맺어졌다. 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가 망가져가던 3년전, 지율 스님이 길에서 10차례의 사진전을 열었을 때 사람들의 혹독한 무관심 속에서도 두 사람만은 아이들을 이끌고 지율 스님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 보니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불교였다.‘인드라망’, 나와 너 그리고 나와 자연, 뭇생명 모두가 공업중생이며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 말이다. 두 사람 역시 “돌이켜보면 그동안 해왔던 불교신행과 봉사들이 생명존중이라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15년 전부터 함께 불교환경연대에서 봉사하며 빈그릇 운동에 동참했고 세제와 비누도 잘 쓰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쌀 한톨이라도 헛되이 버리지 않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개인적인 신념이고 원력이었다. 불교 신행의 일환이라 생각했던 오랜 실천이 4대강 사업을 계기로 이젠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진 셈이다.


“우리 두 사람이 둘도 없는 도반인 것처럼, 우리에게 모래강 내성천은 다시 없을 스승입니다. 내성천에 돌아오는 생명의 소리를 들으면 자연이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느껴요. 환경운동 그자체가 이미 불교공부인데다, 함께하는 도반이 항상 곁에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더없는 행복입니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동시에 환한 웃음을 터트린다. 오랜 도반은 서로를 닮아간다 했던가. 다시 보니 이 두 사람, 웃는 모습이 꼭 닮았다.


내성천=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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