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 도상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으로 감싸
주변엔 슬픔에 잠긴 제자들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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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꾸시나라에서 열반에 든 부처님의 장례(葬禮)에 관한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를 표현한 것이다.
입멸(入滅)을 눈 앞에 둔 부처님께 아난다 존자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당신의 존체(尊體)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전륜성왕의 유체는 새 천으로 감싼다. 그런 다음에는 새 솜으로 감싼다. 새 솜으로 감싼 뒤에는 다시 새 천으로 감싼다. 이런 방법으로 500번 전륜성왕의 유체를 감싼 뒤 황금으로 만든 기름통에 넣고, 황금으로 만든 다른 통으로 덮은 뒤, 모든 향으로 장엄을 해 전륜성왕의 유체를 화장한다. 그리고 큰 길 사거리에 전륜성왕의 탑을 조성한다.
아난다여, 전륜성왕의 장례법처럼 여래의 장례법도 같다. 그리고 큰 길 사거리에 여래의 탑을 조성해야 한다. 그곳에 화환·향·향가루를 올리거나, 절을 하거나, 마음으로 청정한 믿음을 가지는 자들에게는 오랜 세월 이익과 행복이 있을 것이다.”(‘대반열반경’)
파키스탄 스와트박물관의 ‘500겹의 천에 싸인 열반에 든 부처님’ 이야기에는, 붕대로 몸 전체를 감싼 듯한 부처님, 사라쌍수, 슬퍼하는 금강역사와 제자들이 표현되어 있다. 언뜻보면 간다라에서 처음 등장한 옆으로 누운 열반에 든 부처님 모습처럼 보인다. 전반적인 구도는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든 부처님 도상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바로 부처님의 모습이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몸 전체가 천으로 감싸져 있다. 이것은 입멸 후 전륜성왕의 장례법에 따라 새 천과 새 솜으로 500겹을 감싼 부처님의 유체(遺體)를 표현한 것이다.
나무로 만든 침상 위에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오른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오른손을 머리 밑으로 넣은 열반에 든 부처님이, 천에 감싸진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부처님 뒤에는 왼손에 금강저를 들고, 오른손을 위로 치켜 올려 슬퍼하는 금강역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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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yoogj65@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