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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오른 발가락 절단…통장엔 20만원뿐

  • 집중취재
  • 입력 2013.01.14 13:41
  • 수정 2013.01.14 15:46
  • 댓글 0

방글라데시인 데부 스라만씨

거지증으로 검지발가락 제거
오랜 병마로 생계마저 막막

 

 

▲방글라데시인 데부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고향의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한다. 가족들은 그가 한국서 보내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방글라데시인 데부 스라만(36)씨가 퉁퉁 부어오른 오른발을 부여잡았다. 이미 사과크기만큼 커져버린 검지발가락에서 올라오는 지독한 통증으로 며칠 밤을 지새운 후였다. 나머지 발가락들은 제멋대로 삐져나온 검지발가락으로 인해 흉물스럽게 변형되고 뒤틀렸다. 부기는 통증과 함께 정강이를 덮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괴롭혀온 거지증(macrodatyly foot)이었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 이래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봄이었다. 수술비로 300만원이 필요했다. 수중의 돈으로 어림도 없었다.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몇 달이 흘렀다. 부기는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통증은 그대로였다. 집세는커녕 당장의 끼니마저 걱정해야 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어떻게든 일을 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다시 병원을 찾았다. MRI검사를 받으니 남은 돈은 20만원. 지난 10여년 동안 낯선 한국 땅에서 고된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은 모두 고향으로 보내온 터였다.


방글라데시인 친구들이 병원을 찾아 관계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일단 수술부터 받은 후 치료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검지발가락과 그것에 연결된 뼈를 통째로 뽑아내는 수술이었다. 발등과 발바닥을 가르고 뼈를 절단했다. 한 달 후에는 뒤틀린 나머지 뼈들을 맞추는 2차 수술을 진행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병원 측에서도 판단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도 진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는 그가 돈을 보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었다. 통증보다 더한 고통이 마음을 짓눌렀다.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가난을 달고 살았다. 부모님과 동생들, 그리고 할머니까지 여섯 식구가 함께 생활했다. 가족들은 어시장에서 생선을 팔았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다. 1990년대 중반,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두바이에 갔다. 하지만 한 달에 한국 돈으로 8만원을 벌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허리를 다쳐 귀국할 수밖에 없었으며 귀국 후에는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그 시절,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밥을 양보하고 물로 배를 채우곤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2003년, 그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혔다. 몇 달치 월급을 받지 못하고 회사를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동이 고될수록 검지발가락은 부어올랐다. 병을 숨겼지만 잦은 결근은 어쩔 수 없었다. 2005년, 자동차부품공장을 마지막으로 더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했다. 그 후에는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했다. 2011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들었다. 언덕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던 버스가 아버지를 덮쳤다. 그때부터 거지증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3일 이상 일을 하지 못했고 고향에 돈을 보내는 빈도도 줄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검지발가락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병원비는 막막하기만 하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힘겹게 말을 잇던 그가 베개를 들춰 불경을 꺼냈다. 책 사이에는 부처님 사진이 있었다. 그는 곧 눈을 감고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합장한 손이 파르르 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다”며 손을 모았다. 데부씨를 위한 한국불자들의 자비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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