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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불교계 높았던 기대만큼
청문회 과정서 상처받아
불자답게 허물 참회하고
국민·대중 뜻 따르기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거취에 교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자는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로 반대 여론이 높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회청문회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1%가 이 후보자의 헌재소장 임명을 반대했다. 찬성의견은 10.7%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이 후보자의 낙처(落處)가 어디인지는 분명해 보인다.


불교계는 이 후보자에게 적지 않은 기대와 성원을 보냈다. 타종교에 비해 고위공직자가 적을 뿐 아니라, 드러내놓고 불자라고 밝히는 용기 있는 불자들이 드문 현실을 감안하면 그는 의외였다. 공사석에서 불자임을 드러낸 몇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지성불교의 산실이라는 법조인 불자모임 회장 출신이다. 부장판사 시절 서초반야회장으로 활동하며 활발한 신행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계가 그를 각별히 생각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치 않다.


장로정권이라 불리는 MB정부 출범 이후 불교계는 많은 고통을 겪었다.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각계에서 종교편향 행위가 기승을 부렸다. 국토해양부의 지도서비스에서 사찰만 사라지는가 하면, 경찰청장이 선교포스터를 찍는 일도 버젓이 일어났다. 이에 참다못한 불자 20만 명이 서울시청 앞으로 몰려갔다. MB정부를 상대로 ‘종교편향을 중단하라’며 범불교대회를 열었다.


이런 아픔이 있었던 만큼 이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이 된다면 헌법의 기준에 따라 종교차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 후보자가 독실한 불자이기도 하지만 판결에 있어 엄정하고 엄격한 법관으로 알려져 있었던 점도 한몫 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행적은 불자들에게 깊은 상처만 남겼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 녹을 먹는 공직자의 모습과는 한참 멀어보였다. 지위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국민의 세금인 특정업무경비로 자신의 배를 불렸다는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공직자의 자세도, 불자의 도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모든 것이 관례였다고 강변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참회할 기회마저도 잃어버린 것이다.


불교계의 입장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 후보자가 불자임이 안타깝고 또한 부끄럽기 때문이다. 헌재소장은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 자리다. 만약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봐야한다. 특히 소득공제를 받기위해 사찰에서 가짜 기부금영수증을 발급받았다는 의혹은 불교계로서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불은 나무에서 생겨나지만 도리어 나무를 불사른다.” ‘직지심체요절’의 가르침이다. 이 후보자가 공직에 있으면서 편법으로 얻은 안락들이 이제 그의 삶을 송두리째 불사르고 있다.

 

▲김형규 부장

이제라도 이 후보자는 거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초심자 시절, 경건하게 오계를 수지할 때의 맑고 투명한 마음을 떠올려 보기를 바란다. 헌재소장을 고집하는 것은 그동안 녹을 주었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불자의 자세는 더욱 아니다. 한 번이라도 진실된 불자였던 적이 있었다면 국민과 대중의 뜻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허물을 돌아봐야 한다. 이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불자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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