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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교만한 환사의 깨달음

기자명 법보신문

대단한 신통력도 작은 깨달음만 못하다

솜씨 뽐내고 싶은 요술쟁이
작은 궁전 지어보이며 자랑


천신들 솜씨 비해 보잘것없어
부처님 가르침에 잘못 깨달아

 

 

▲ 부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마갈타의 서울, 왕사성 안에 인현(仁賢)이라는 요술쟁이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요술쟁이 인현을 환사(幻師)라 불렀습니다. ‘요술 스승’이라는 뜻이었지요. 인현은 요술에 아주 능했으므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인현을 따랐습니다. 교만해진 인현이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 누구도 내 요술을 따를 자는 없다. 나는 지식도 넉넉하다. 내 요술을 보고, 온 세상 사람이 나를 스승이라며 따르고 있다. 그런데, 부처님의 신통력과 한 번 견주어보고 싶다. 성공한다면 마갈타 백성이 모두 나를 높이 받들게 될 거다.’


인현은 부처님을 청해서 공양을 올리고, 자기 요술을 보여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인현의 요술이 부처님 신통력보다 우뚝하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날 밤 인현은, 왕사성 더러운 물구덩이에 요술로 큰 강당을 지었습니다. 꽃일산과 당기, 번기를 세웠습니다. 강당 안에는 보배 병과 보배 그릇, 보배 향로를 갖추고, 강당 밖에는 여러 그루의 보배 나무를 심어 잎과 꽃과 열매가 여러 빛깔로 어우러지게 하였습니다. 강당 복판에 부처님이 앉으실 사자좌를 만들었습니다.


“이만하면 되었다. 이보다 훌륭한 건축은 없어. 부처님이 보시고 놀라실 걸.”하고 요술쟁이 인현은 어깨를 으쓱거렸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다문천이 수많은 야차 귀신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비사문이라고도 불리는 다문은 수미산 북쪽 산허리를 지키고 있다가 인현이 요술로 강당을 지었다기에 보러 온 것입니다.


“매우 훌륭한 건축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을 모시기에는 초라하군요. 부처님 신통에는 어림없지만 나도 약간의 신력은 지니고 있지요. 내가 도와 드릴까요? 내 말 한 마디면 쉽게 되지요. 인현의 강당 옆에 하나의 궁실을!”


사천왕 다문이 말을 마치자 금방 화려한 궁실이 지어졌습니다. 인현의 것 보다 더 크고, 더 많은 보배 그릇과 보배 나무를 갖춘 훌륭한 건축이었습니다. 요술쟁이 인현은 그만 기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부처님 신통력에 어림없다는 사천왕이 만든 궁실이 내 것보다 몇 배 훌륭하다. 이거 창피하군. 내 것은 없애야겠어. 없어져라. 없어져!”


그러나 아무리 소리쳐도 인현의 요술 강당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현은 이제, 창피를 당할 수밖에 없게 됐지요. 인현이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도리천왕 제석이 수많은 하늘 권속을 거느리고 나타났습니다. 제석은 당황하고 있는 요술쟁이에게 말했습니다.


“왜 지었던 강당을 없애려 하시요? 그대로 두어도 부처님을 모시기에는 부족하겠는 걸요. 부처님을 모신다면 부처님과 같이 공양을 하려고 많은 사람이 몰려올 겁니다. 왕사성 사람뿐만 아니죠. 부처님 신통력에는 어림없지만 나도 신력을 조금 지니고 있지요. 좋은 궁전 하나를 지어드릴까요? 데리고 온 권속을 시켜도 되지만 내 말 한 마디면 쉽게 될 겁니다. 도리천궁 만한 궁전 한 채를!”


제석의 말이 떨어지자 큰 궁전이 나타났습니다. 도리천 선법당에 견줄 만한 궁전이었습니다. 궁전에는 온갖 보배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요술쟁이 인현이 상상도 못했던 화려하고 큰 건축이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인현의 강당은 오막살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지만 이제 와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도리없이 부처님을 초청해서 공양을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죽림정사로 가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공양 때가 되었습니다. 제가 공양을 마련했습니다. 왕림하십시오!”


부처님은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들고, 여러 보살과 여러 비구 스님들을 거느리고 인현의 강당으로 나서셨습니다. 그러자 왕사성 사람들이 모두 들떴습니다.


“오늘, 인현 환사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지? 그 광경이 어떨까? 우리는 여래도 뵈옵고, 사자후하시는 법문도 듣고, 공양도 해야겠어.”하고 성내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왔습니다. 부처님 법을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모두 나왔습니다. 왕사성 밖의 마을 사람들도 몰려왔습니다. 그러자 세 개의 집으로는 자리가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강당 동쪽에 제석의 궁전보다 더 큰 궁전을 금방 지으셨습니다. 이제 모인 사람 모두가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인현의 강당 사자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이건 뭔가? 제일 조그만 집이 인현이 만든 집이라니? 세상에서 더 없는 요술 스승이라더니 형편없군.”


사람들은 네 채의 건축을 견주어 보고 인현을 얕보게 되었습니다. 인현의 요술로는 이 많은 사람을 대접할 수가 없다는 걸 아신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각각의 손에 바루와 공양이 놓이게 하셨습니다. 이때 부처님은 ‘요술쟁이를 끝까지 가르쳐야겠다’ 하시며 모습을 감추셨습니다. 그리고 장자 몇 사람을 시켜 인현에게 물어보도록 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장자가 요술쟁이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무얼 하고 있어요?”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말마시오. 지금 부처님과 비구스님들은 아사세왕 궁전에서 공양하고 계십니다.”


인현이 요술 눈으로 보니 과연 부처님은 아사세왕의 왕궁에 계셨습니다. 그때 또 한 사람의 장자가 와서 물었습니다.


“지금 인현은 무엇을 하고 있어요?”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말마시오. 지금 부처님은 의왕(醫王) 지바카 선생 집 뒤뜰에서 사부대중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계십니다.”

인현이 요술 눈으로 보니 과연, 부처님은 지바카의 뒤뜰에 계셨습니다. 또 한 사람 장자가 와서 물었습니다.


“지금 인현은 무얼 하고 있습니까?”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 올리고 있습니다.”


“틀린 걸요. 지금 부처님은 도리천에서 설법하고 계십니다.”


인현이 하늘을 우러러 보니 아득히 높은 도리천 보배자리에서 부처님이 설법을 하고 계셨습니다. 제석과 사천왕과 여러 하늘 사람이 부처님을 에워싸고 앉아 설법을 듣고 있었습니다.


“자, 보시오! 부처님은 지금 도리천에 계십니다. 설법을 들으세요!”


장자 한 사람이 외쳤습니다. 그러자 도리천이 나무 높이만큼 낮아졌습니다.


“부처님이 도리천 저기에 계시네. 야아, 부처님!”


공양을 마친 모든 사람에게 부처님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손을 모으고 부처님 설법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부처님 설법은 바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바람의 왕은 겁풍(劫風)이다. 겁풍 중에서 추축 바람과 주지 바람은 사주세계를 휘돌리고, 파율사나 바람은 삼십삼천을 휘몰고 돌아다닌다. 최파 바람은 수미산을 무너뜨릴 만한 힘이 있다.”


구나 바람이 겁화(劫火)라는 불을 일으켜 천지를 태우고, 치화 바람은 이 겁화로 삼천대천세계를 일시에 태운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요쇄 바람은 큰 구름을 몰고 와서 홍수를 쏟아 부어 온 세상을 물바다로 만든다 하셨습니다.
“이렇게 억세고 힘찬 모든 바람을 겨자씨 속에 넣을 만한 신통력이라면 대단한 힘이라 할 테지? 여래는 이보다 더 뛰어난 신통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신통력도 작은 깨달음만 못하다. 얕은 요술 몇 가지는 무엇에 견줄까?”

 

▲신현득

부처님은 설법을 마치셨습니다. 인현은 부처님 말씀에 크게 깨닫고 부처님 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출처:불설환사인현경(佛說幻師仁賢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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