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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조계종 단일계단 출범

기자명 법보신문

1981년 2월27일 통도사
사미 84·사미니 77명 배출
수계 통일·정체성 회복
계율경시풍조 회복 과제

 

 

▲제1회 조계종 단일계단 수계 산림에 참가한 스님들이 통도사 금강계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계·정·혜 삼학(三學) 가운데 하나인 계율. 부처님 당시 제정된 계율은 한국불교가 1700여년의 전통을 면면히 이어올 수 있게 한 근간이 됐다. 특히 “계율을 어기며 100년을 사느니 하루를 살더라도 계율을 지키겠다”는 신라 자장 스님과 같은 서슬 퍼런 지계 정신은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 승가 전통의 구심점이 됐다.


그러나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이런 전통이 크게 흔들렸다. 특히 왜색불교의 영향을 받아 출가수행자가 부인을 두거나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육식을 하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승단에 계율경시풍조가 급속히 확산됐다. 더구나 수계 전통까지 왜곡되면서 한국불교의 정체성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조계종이 1981년 2월27일 통도사에 단일계단을 설치하고 사미(니)계 수계 산림을 봉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단일계단은 출가수행자가 모두 한 곳에 모여 한명의 계사 스님으로부터 계를 받는 것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전까지 조계종의 수계 의식은 행자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신이 출가한 본사에서 은사에게 직접 사미계를 받고, 다시 구족계를 받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출가한 행자가 사미계와 구족계를 받는 기간은 본사마다 달랐다. 때문에 어떤 행자는 수년이 지나도록 계를 받지 못해 사찰의 ‘불목하니’로 전락하거나, 어떤 행자는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미계에 이어 구족계까지 받는 등 기형적인 구조가 되풀이됐다. 여기에 수계자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계를 받았는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계를 받지 않은 사람도 허위로 수계 사실을 조작하는 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이처럼 조계종의 수계제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종단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스님들의 지계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다. 때문에 당시 자운 스님을 중심으로 한 율사들의 요구에 따라 조계종은 수계를 같은 날, 같은 계사로부터 받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최소한 수계날짜를 허위로 조작하거나 개별 사찰별로 무분별하게 진행하는 수계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통일된 의식과 계율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조계종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이날 조계종의 첫 단일계단 수계 산림에서 사미 84명, 사미니 77명이 탄생했다.


조계종 단일계단이 출범하기까지는 초대 전계대화상을 맡은 자운 스님의 역할이 지대했다. 특히 스님은 만하-성월-일붕 율사로 이어지는 만하 계맥을 계승한 이래 율문의 번역과 유통, 그리고 후학들을 위한 계율 교육에 평생을 진력했다. 뿐만 아니라 스님은 한국불교가 중흥하고 승가의 위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계율을 지킬 뿐 아니라 계율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율사들을 길러내는 것밖에는 없다고 판단하고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이 같은 스님의 원력으로 종수, 일타, 지관, 성우, 철우 스님 등 비구 스님을 비롯해 비구니 정행, 명성, 묘엄 스님 등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 율사로 꼽히는 스님들이 배출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0여년. 단일계단 출범은 종단의 수계의식을 통일하고 각종 선거 때마다 불거진 후보자들의 수계에 따른 자격시비 논란을 줄어들게 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단일계단 출범 이후에도 계율에 대한 스님들의 인식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계율은 율사들이나 지키는 것이라고 여기거나 계를 어겨도 대수롭지 여기지 않는 게 오늘날 승가의 현실이라는 지적이 많다. 계맥 복원과 지계를 중시하는 수행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섰던 자운 스님의 사자후가 다시  그리워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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