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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헌향게송

기자명 법보신문

예불 전의 향공양 의식
향은 세상 감싸는 우산
한국에선 저녁에만 헌향

 

조석예불 때 아침에는 청수를, 저녁에는 향을 올리고 본 예경을 시작한다. 이를 조다석향(朝茶夕香)이라고 하는데, 이때 차올리는 게송과 다음의 향을 올리는 게송을 염송한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 구름으로 빛나 법계에 두루 미쳐 온 세계에 한량없는 불법승 삼보님께 공양합니다. / 헌향진언 옴바아라 도비야 훔’


‘내가 올리는 향의 연기는 계정혜 삼학으로 해탈하고 바른 견해를 바로 깨치신 법신의 향과 다름없는 향이 되어 구름처럼 빛나 법계에 두루 미쳐 한량 없는 시방의 부처님 앞에 공양합니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 첫 구의 계향~해탈지견향 등을 ‘오분향’이라고 하는데, 이 게송이 삽입된 예불을 오분향례라고도 한다. 해서 계정혜 삼학과 해탈 해탈지견의 향은 명사의 나열에 그치므로 별도의 해석을 하지 않고 그냥 원문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 두 게송에는 ‘봉헌’과 ‘공양’이라는 예배자의 주체적 의지가 담겨 있으므로 공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불을 드리기 전에 향공양을 먼저 올리는 연유는 무엇일까.


현행 조석 예경의식의 형식적 전거는 ‘석문의범’(1935)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상단 예경의식의 선행게송으로 조석의 시기를 구분하지 않고 ‘차 게송’이 중심이고, ‘극락사성례’와 ‘오분향례’에만 헌향게송이 제시돼 있다. 하지만 이전의 ‘해인사일용작법’(1869)에는 ‘보례진언’으로 알려진 예불게송이 예불 이전의 선행게송으로 조직돼 있고, 소예참에서는 차 게송이 시설됐다. 물론 ‘석문의범’ 각단 예경에도 ‘차가 없을 때’는 이 ‘예불게송’을 하라고 돼있지만 이후 정착되지 못했다. ‘통일법요집’(1998)에는 각단 예경에 헌향게송 없이 헌향진언만 시설하고, 신중단에는 전해 내려오는 차 게송을 시설해 놓고 있다.


현행 예경의식은, 편재하는 무량 삼보에게 향공양을 올리고, 단위에 모셔진 분이나 청한 분께 절을 올리는 구조로 돼 있다. 헌향하는 위치나 자신을 태워 연기가 되고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빛을 발하는 모습으로 볼 때, 향은 시방의 법계에 두루 계시는 삼보님께 공양 올리고 예불 드린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명말청초 홍찬(1611~1685)이 편찬한 ‘예불의식’에는 이 게송이 축약된 7언 절구의 ‘화엄경’ 출전 헌향게송이 보이며, ‘향은 곧 부처님의 사자(香爲佛使)’라고 하여 이 견해를 지탱해 준다.


이웃 중국 일본의 예경의식에는 조석의 구별 없이 헌향게송만 나타난다. 그런데 왜 한국불교에서는 저녁에만 헌향을 할까.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밖의 활동을 멈추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올 때를 알리는 역할이 헌향에 부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동(動, 敎化)에서 정(靜, 禪定)으로의 귀소(歸巢)를 알리는 헌향, 그리고 출정(出定) 후의 헌다, 입정과 출정으로 이어지는 붓다의 일상에 향을 올려 입정을 알리고 출정하여 교화를 길을 나서는 부처에게 차를 올리며 교화를 돕는다. 향을 살라 법신을 이루는 중생은 이미 부처와 둘이 아니다. 이것을 조석으로 체현하는 것이다. 헌향에는 불이사상 뿐만 아니라 일상성이 투영되어 있다.

 

▲이성운 강사
저녁예불의 향공양은 아침예불의 차 공양과 극명한 대조미를 이룬다. 위로 올라가 세상을 덮어 감싸는 헌향, 아래로 흘러 중생을 적셔 혼돈을 깨워주는 헌다는 변화와 생성을 의미하며, 불타의 자비와 지혜를 상징한다. 내가 올린 한 줄기 향은 세상을 감싸는 보배 우산이 되며, 나의 신심을 부처님께 전하는 메신저인 것이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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