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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30%, “비구에게 존중 강요받았다”

  • 집중취재
  • 입력 2013.02.25 09:38
  • 수정 2013.02.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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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스님 대상 설문결과
비구·비구니 불평등 76.5%
비구니도 참종권 보장 95%


① 시대역행, 비구니 차별 현주소
② 비구니 옭아매는 악법들
③ 차별해소가 불교발전 초석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탄생하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승단 내에는 비구·비구니 차별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비구 스님 중심으로 만들어진 종헌종법과 제도는 비구니 스님들이 좀처럼 뛰어넘기 힘든 ‘철옹성’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까닭에 수적으로 비구 스님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에도 비구니 스님은 총무원장을 비롯해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종단 대표직을 맡을 기회조차 없다. 그나마 이런 종단 대표직을 선출하는 선거권조차도 비구니 스님은 비구 스님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가하면 비구니 스님들은 계를 받는데 있어서도 비구 스님과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일부 종단에서는 비구니라는 이유로 정월 초하루 법당 출입이 금지되고 심지어 출가자임에도 삭발을 하지 못하는 등 출가와 동시에 받아야 하는 관습적인 차별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비구니 스님들이 승단 내에서 겪는 차별정도를 조사한 설문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구니 스님들은 비구 스님에 비해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으며, 승단의 평등을 위해서는 참종권 보장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조계종 전 문화국장 묘청 스님은 최근 선원과 강원에서 수학하는 비구니 스님 1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본지에 공개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비구니 스님의 상당수가 비구 스님에게 무조건적인 존중을 강요받았거나 심지어 폭언까지 들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구 스님으로부터 겪은 부당한 대우’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가운데 3명(29%)이 “무조건적인 존중을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또 “비구 스님들로부터 여성 비하의 발언을 들었다”고 답한 비구니 스님도 16%에 달해 승단의 성폭력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비구니 스님들은 승단 내의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구 스님들과 동등한 자격이 부여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63%)”고 답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묘청 스님은 “불교는 시대를 선도하는 가장 개혁적인 종교임에도 오늘날 승단 내부를 살펴보면 일반 세속의 흐름조차 좇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 비구니 스님의 출가가 줄어드는 것도 이런 차별적인 요소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설문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종교와 젠더연구소’가 비구니 스님 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비구니 스님들은 비구 스님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구니 스님 76.5%는 “승단 내에서 비구·비구니가 불평등한 관계에 있다”고 답했다. 반면 비구니 스님들은 일반 세속에서의 ‘남녀평등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74.4%가 “평등하다”고 답했다. 이는 승단이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뒤처져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비구니 스님들은 또 비구·비구니 차별의 원인으로 꼽히는 ‘비구니 팔경법’과 관련해 응답자의 90.2%가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비구니 스님들은 비구니 승가의 위상과 역할을 높이기 위해 ‘모든 선거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참종권을 보장해야 한다’(95.1%)고 답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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