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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나귀 입술 성자

기자명 법보신문

복 없어 불행하다고? 복은 지으면 되는 것!

절반은 사람, 절반은 나귀 모습
흉측한 외모에 버림받은 아기
용맹정진해 존경받는 선인돼
부족한 복 원망 말고 노력해야

 

 

 

 

한 여인이 아기를 낳았는데, 몸뚱이 절반은 사람, 절반은 나귀였습니다.


“이크! 괴물이 태어났구나!”


질겁한 어머니가 아기를 뒷간에 던져 버렸습니다.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에 기형으로 태어난 아기였습니다. 그러나 지은 복이 조금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뒷간에 완전히 빠지지 않고 막대기에 걸려 있던 아기가 설산에서 내려온 여자 나찰의 눈에 뜨인 것입니다.


“뒷간 막대기에 아기가 걸려 있네. 죽지 않은 걸 보니 복이 아주 없는 건 아니군.”여자 나찰이 아기를 구해내었습니다.


“악업을 지었겠지. 그래서 몸뚱이 절반은 사람, 절반은 나귀가 됐을 테지. 어차피 나와 좋은 인연이 됐다. 아기 없는 내가 길러야겠군. 복은 지으면 되는 거야.”


여자 나찰은 더럽다않고 아기를 깨끗이 씻어서, 머나먼 설산까지 안고 갔습니다. 나찰의 젖을 얻어 먹이기도 하고, 나찰 음식도 먹였습니다. 나찰은 사람을 잡아먹는 악한 귀신이었지만 어머니가 된 나찰에게는 모정이 있었습니다. 아기는 뭉툭하게 튀어나온 입이 나귀 입이었습니다. 입술도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나귀입술’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설산에는 신선의 마을이 있었습니다. 나찰 엄마는 신선마을에 가서 선약을 구해다 먹이기도 했습니다. 나귀입술은 설산 신선마을 동자들과 어울려 놀면서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신선마을에 놀러 온 하늘의 동자들과도 어울렸습니다. 하늘 음식·하늘 과일·하늘 약초를 맛볼 수도 있었습니다. 착한 사람만 사는 설산에는 좋은 꽃 · 좋은 과일 · 좋은 향나무가 어우러지고, 맑은 물소리와 고운 새소리가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좋은 자연이 나귀 입술을 바른 사람으로 길러주었습니다.


“어머니, 나도 공부를 해야겠어요.”


모습은 사람과 나귀 절반이었지만 나귀입술은 사람의 글을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글을 배운 나귀입술은 신선의 마을 사람과 하늘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습이 매우 훌륭했지만 나귀 입술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는 선인의 도를 배우기 위해 입산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찰 엄마와 의논했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복은 지으면 된다. 나귀 입술이 떨어질 때까지 복을 지어라.”


“어머니, 저를 길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훌륭한 선인이 되겠습니다.”


나귀입술은 길러준 나찰 엄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입산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나찰 엄마는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나귀입술은 고행으로 도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행선인을 찾아갔습니다. 외다리로 서서 고행을 하는 선인이 있었습니다. 선인은 한쪽다리를 들고 서서 말했습니다.


“나귀입술이라 했지? 나귀 몸 사람 몸이 반반씩이란 말이로군. 지난 세상에서 악업을 지었어. 인연법에 따라 그렇게 된 거다. 그러나 전생에서 좋은 일도 했구나. 선인의 도를 닦으면 크게 이루겠다. 이렇게 한쪽 다리로 몇 시간씩 서서 있을 수 있겠니?”


“몇 시간뿐이 아닙니다. 저의 다리는 나귀 다리인 걸요.”


나귀입술은 한쪽 다리로 서서 견디며 도를 배웠습니다. 그는 밤낮 한쪽 다리를 들고 선 자세로 수행을 했습니다. 외다리로 서서 자고, 깨고, 설법하고, 선정에 들곤 했습니다. 용맹정진을 한 그는 오래지 않아서 선인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너는 과거세부터 6만 년 동안 같은 고행을 했구나. 악업을 지었기 때문에 복이 소멸되었지만 금생에 와서도 같은 수행을 하게 되었어.”


나귀입술의 전생을 살펴본 스승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지난 세상 6만년을 외다리 고행을 해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귀입술 선인은 외다리로 서서 견디면서 전생, 차생, 내생을 살폈습니다. 별을 관찰하여 28수(宿)의 운행과 맡은 일을 꿰뚫어 알게 되었습니다. 28수는 동쪽 일곱 별 ‘각·항·저·방·심·미·기’, 서쪽 일곱 별 ‘규·루·위·묘·필·자·삼’, 남쪽 일곱 별 ‘정·귀·유·성·장·익·진’, 북쪽 별 일곱 ‘두·우·여·허·위·실·벽’의 스물여덟 개 별을 말합니다.


여러 대중이 모여 와서 나귀입술 선인의 설법을 같이 듣고 있었습니다. 제석환인(제석천왕)과 사천왕과 여러 하늘사람들까지 와서, 나귀입술 선인을 둘러싸고 재미있는 설법을 듣고 있었습니다.


“동쪽의 별 ‘각’은 날아다니는 새를 맡아서 보호하고 있지요. ‘항’의 별은 사문이 되려는 출가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저’의 별은 붕어, 가재, 자라와 같은 수중 생물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방’의 별은 수레를 굴리는 마차꾼을 보호하고 있어요. 재미있지요?”


서방의 별 ‘규’는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을 보호하고, ‘루’는 먼 곳을 왕래하는 장사꾼(대상)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서남북 28수의 별이 하는 일을 환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나귀입술 성자는 모르는 게 없단 말이야.”


설법을 듣는 사람들은 크게 감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선인은 나비입술 성자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은 악마와 악룡의 무리가 있었습니다. 악마의 눈으로 살펴보니 부처님께 귀의한 중생 무리는 모두 부처님 배안에서 안전하게 쉬고 있었습니다. 이보다 평화로운 곳은 없지요. 부처님의 배 안에는 악마의 손이 닿지 못합니다. 어림없어요.


그런데 악룡의 세계에 큰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처님이 악룡들로부터 신통력을 거두고 몸을 작게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악룡은 깊은 소나 깊은 못이나 깊은 동굴 속에 숨어서 나쁜 병을 옮기거나 사람의 생명을 해쳐왔습니다. 폭풍우로 사람을 해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나쁜 무리를 부처님이 그냥 두실 리 없지요. 그러나 악룡의 무리는 그것이 부처님이 내리신 벌이라는 걸 알지 못했습니다.


“야 이거, 내 몸이 미꾸라지 만해졌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재주까지 없어졌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지?”


악룡들은 하늘을 날면서 폭우를 퍼붓고 천지가 찢어지는 소리로 벼락을 내리치던 일을 생각하면서 미꾸라지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이제 악룡들은 냄새나는 더러운 물속에 오물오물 모여 살면서 모기와 파리와 독벌레에게 뜯기게 되었습니다.


사주세계의 큰 용왕들이 악룡 등쌀에 못살겠다며 가족을 이끌고 수미산으로 가버린 지가 오래입니다. 카라디아라는 이곳은 성인들만 머물러 사는 이상향입니다. 물속 깊이에 있던 용궁을 아주 옮겨버린 용왕도 있었습니다. 악마들이 악룡을 찾아와 물었습니다.


“그런 미꾸라지 몸으로 고오타마의 성을 파괴할 수 있겠니?”


악룡의 왕이 말을 둘러대었습니다.


“마왕님, 우리는 방편으로 몸을 작게 한 것뿐입니다. 고오타마를 공격할 때는 본디 모습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걱정 마세요.”


이렇게 거짓말을 한 악룡의 왕 사가라는 무리를 이끌고 수도하는 선인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신통력을 잃은 이들이 먼 거리를 옮겨 다니기에는 힘이 들었습니다. 여러 선인을 찾아다니며 물었습니다.


“저희들은 부처님 뜻을 어겨 왔습니다. 그러다가 미꾸라지 악룡이 되었지요. 어떻게 하면 이 몸을 여의고 안락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전날의 용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나귀입술 성자를 찾아가거라.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분은 없다. 좋은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악룡의 무리는 나귀입술 성자를 찾아갔습니다. 성자는 미꾸라지 악룡 무리가 찾아온 연유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부처님을 의지하여라. ‘나무 불!’ 하고 외칠 수는 있지? 우선 용의 본디 몸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면 무슨 소원이나 이루어진다. 복은 지으면 되는 거다.”

 

▲신현득

“나무불! 나무불! 나무 석가모니불!”


그러자 미꾸라지 한 무리가 금방 용 한 무리가 되었습니다.

 

출처:대방등 대집경 성수품

시인·아동문학가 shinhd7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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