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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가리키는데 손가락 끝을 봐서야”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3.03.19 15:46
  • 수정 2013.03.19 16:18
  • 댓글 0

특별기고-김광식 박사가 윤창화 대표에게

윤 대표가 쓴 경허 논문
경허 연구 새 지평 열어
현 막행막식 승가풍조는
경허 아닌 명리탐착 산물


최근 근현대불교연구가인 김광식 박사가 ‘불교평론’ 봄호에서 경허 스님의 파계행을 지적했던 윤창화 민족사 대표의 논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윤 대표가 법보신문 특별기고를 통해 김 박사의 글에 대한 견해를 밝힌 가운데 이번에는 김 박사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글을 보내와 이를 게재한다. 편집자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

윤 선생님이 저의 글에 대한 감상을 밝힌 편지를 잘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글의 내용보다는 글에 대한 소회와 소신이 강력하여 당혹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솔직한 입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의 일부 표현으로 인해 마음이 상했다면, 사려 깊지 못한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합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경허 글은 작년도 불교계를 뜨겁게 달구었고, ‘불교평론’의 폐간논란을 일으킨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글은 개인의 글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의미가 심대한 글이었습니다. 이런 연고로 저는 ‘불교평론’의 복간호에 객관적인 비평의 경허 글을 기고해 연구 지평을 고양시키려 했습니다. 수덕사측과 박재현의 글보다 선생님에게 초점이 간 것도 여기에서 비롯되었지 다른 것은 전혀 없습니다.


선생님이 민족사라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철학, 근현대불교에 대한 관심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리고 계율이 청정해야 한국불교가 살아난다는 소신에도 동의합니다. 저도 선생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선생님도 저와 함께 수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인연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지적한 질문에는 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저의 관점을 밝히지 않고 비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의 입장은 저의 기고 글에도 나왔지만 역사 및 인간의 서술에서는 균형성, 사료비판, 역사적 맥락을 중요하게 보자는 것이 제 관점입니다. 이런 측면은 저를 포함한 모든 학자들이 신경을 써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선생님은 학자들은 진리와 정의로 향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고언을 하셨는데, 수긍할 수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선생님의 글은 경허 연구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경허 연구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입니다. 저의 글에서 긍정성이라고 단순하게 처리한 것이 아쉽군요. 특히 김태흡의 글 ‘인간 경허’를 발굴하여 글을 쓴 것은 높이 평가합니다. 경허의 진면목을 재인식케 하는 사료의 발굴 가치는 상당한 것이지요. 자생적인 글쓰기를 하는 선생님이어서 그렇게 쓸 수 있었지, 제도권 학자들은 그리 못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불교학의 근간이 되는 책을 발간하여 연구 토양을 진작시키더니, 최근에는 자료의 발굴 및 재해석으로 성철의 오매일여론 및 한암에 대한 논쟁적인 글도 발표했지요. 이런 배경에서 경허 글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대상이 경허이었기에 여러 측면이 고려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이전 글에서 경허를 한국선불교를 부흥시킨 중흥조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한암을 높이 평가하면서, 경허 및 한암 법계승의 상관성을 지음자(知音者)라고 하여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경허의 계율 파괴의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된다면 선생님의 이해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저는 작고한 역사학계의 유명한 교수님은 사료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논문을 쓰려고 10년간 고민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는 사료비판, 해석의 신중함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경허 행적에서 파계행은 부인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경허의 위상, 조계종의 정체성, 경허 법의 계승자임을 자부하는 경허의 법손(만공, 한암, 수월, 혜월 등) 등을 고려할 때에 경허 행적의 평가 및 서술은 무거운 과제로 봅니다.


선생님은 부처님 언행이 불교인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조사선, 간화선, 고승의 행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실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작금의 막행막식하는 승가 풍조에 경허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지만, 저는 명리탐착의 산물로 봅니다. 막행막식의 주체들은 경허, 한암과 같은 선지식의 고뇌, 행적에 관심조차 없습니다.


제한된 지면이 다 되어, 마치겠습니다. 저는 이 순간에,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는 구절을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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