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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조희성씨

기자명 법보신문

야근·출장에 심신 쇠약
부정적인 마음까지 일어
하루 천배 100일 기도로
삶의 새로운 의미 되찾아

 

▲고결·51

8년 전이었다. 나의 몸과 마음은 무너질 대로 무너져 있었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은 늘 시간에 쫓겨 살아야 했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했으며, 취재 때문에 자주 출장을 떠나야 했다. 몸이 피곤한 것도 문제였지만, 마음이 지쳐가는 것은 더 큰 걱정거리였다. 직업의 특성상, 늘 PD로부터 부정적인 비판을 들어야했고, 작품이 방송되고 나면, 일부 시청자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 시작했고, 마음은 끝도 없이 부정적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우주의 법칙은 정확했다. 내 마음이 시커멓게 먹구름으로 변하니, 과연 먹구름 같은 일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탐욕심에 눈 먼 주식투자로 몫 돈을 날렸고, 건강악화로 대장수술을 받았고, 친정 언니에게 심한 상처를 주고 급기야 의절을 당하고야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출근하려고 주차장에 갔는데, 누군가 내 차의 유리창을 산산조각으로 부셔 놓았다. 밤새 놀이터에서 놀던 청소년들 짓이었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부정적인 에너지를 몰고 다니던 나의 마음이 그들을 끌어 당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살이 난 유리창을 바라보며, 나는 내 자신에게 뼈아프게 물었다. 나는 대체 누구인지, 이런 캄캄한 모습으로 살려고 어렵게 사람 몸을 받은 건지…. 그날 이후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스승을 찾았다. 청견 스님이 계신 법왕정사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스님을 뵙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절 수행을 노 보살님들의 기복신앙으로만 생각했었다. 참선수행 경험이 있던 나였기에 그런 선입견은 더 심했다. 스님께 정확한 동작의 절수행과 호흡을 배우고 난후, 나의 오만함은 완전히 무너졌다.


스님은 강조하신다. 아무 생각 없이 절하는 것과 한 동작, 한 호흡마다 알아차리며 하는 절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절을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들숨과 날숨도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셨다. 마치 부처님이 눈앞에 살아계신 것처럼 지극한 마음으로 올리는 일 배. 그 일 배가 이뤄지는 동안 취하는 동작 하나, 숨 하나까지도 알아차리는 집중력, 이 모든 것이 집약되어 어느 순간, 삼매에 들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무상과 무아를 체득할 수 있다. 이론적 무상무아가 아닌 체험적 무상무아인 것이다. 청견스님은 이미 700만 배라는 초인적인 수행을 통해, 자기극복을 이루신 분이었다. 목마른 자가 샘을 판다고 했던가.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스승의 수행법을 실천했고 매일 일기를 적어, 나의 변화를 기록했다. 그렇게 8년 동안의 새벽 333배는, 나의 울타리가 되어, 내 육근을 보호해 주었고 내 운명을 멋진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얼마 전, 하루 1000배 100일 정진을 마쳤다. 100일 정진을 통해, 나는 내 안에 무한한 능력이 들어있음을 체험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1000배 1000일 정진을 시작했다. 가느다란 공부로는 불어오는 업풍을 단호하게 막아낼 수 없음을 알았기에….


지금도 8년 전의 캄캄했던 나를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때 부처님께 이것저것 해달라고 졸라대던 기도를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온다. 8년이 지난 지금, 내 기도는 이러하다. 부처님. 이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됩니다. 이렇게까지 안도와 주셔도 됩니다. 이제는 부족하나마 제가 부처님 일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나는 원력을 세웠다. 젊은 친구들이 불교에 성큼 다가설 수 있는 매력적인 책, 언젠가 그런 책을 쓰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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