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 부처님 성도는 언제인가?

세상의 법 알려준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
막연한 미래 약속 대신
넉넉한 현실의 길 제시 

 

부처님의 말씀은 세상의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이 점이 예수님의 말씀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것이 불교와 기독교의 차이점이라고 믿는다. 예수님은 희망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역설한 것이지만, 부처님은 그런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오로지 현실의 사실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요구하셨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현실의 사실을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없고 또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교는 기독교처럼 다가올 미래에 어떤 신념을 결코 말하지 않고 다만 넉넉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밝힐 뿐이다. 그래서 불교는 기독교처럼 주관적 격정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잘 범하지 않는다.


세상이 무게중심을 잃고 허둥대는 시점에서는 기독교가 사람들의 마음에 잘 전달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별로 흥분하지 않고 자신을 조용히 성찰하려는 명상의 시점에서는 오히려 부처님의 말씀이 예수님의 말씀보다 더 우리의 마음에 가까이 와 닿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불교는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구하고 있는가를 인식하려는 그런 성향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능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이래로 인간보다 더 상위의 어떤 존재자가 있다고 몽상하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은 이스라엘의 기독교 문화에서만 그러하지 않고 인도의 고대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불교는 이런 종류의 몽상적 문화를 차단하고 오직 이 우주의 사실에 맞는 것만을 생각하는 사실주의를 선택했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이 우주의 필연적 사실을 벗어난 궤도이탈을 자행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불교는 인간의 주관적 감정을 부풀리는 과대 망상적 사고방식을 결코 행하지 않는다. 인간이 슬픈 죽음의 벽을 넘어 영원히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는다. 영원히 사는 길은 주관적 몽상의 세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생명을 갖고 태어난 어떤 존재도 그런 법에 편입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불교는 우리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런 길은 이 세상의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교는 영원을 말하지 않고, 다만 필연의 인식을 깨닫도록 말한다. 나는 이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여긴다.


나는 영원의 개념이 무엇인지 늘 의문을 품는다. 왜 영원의 생명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이 3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돌아 가셨을까? 나는 생각한다.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시간으로는 용해할 수 없는 역설적 존재방식을 나타내고 있고, 내용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영원한 하나님이 왜 서른 초반의 나이에 이 세상을 하직하였는지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다.


아들을 잃은 어떤 여인이 부처님을 찾아와 자기 아들의 부활을 간절히 호소했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이 약속을 하셨다. 이 세상에 죽음이 찾아오지 않는 가정이 있어 내게 알려준다면, 그대의 아들을 부활시켜 주겠노라. 그런 가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이 없는 가정은 없다. 아무도 이 세상에서 죽음이 일어나지 않는 일을 행할 수 없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불교는 어떤 경우에도 필연의 법칙을 깨는 일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효 교수

나는 부처님이 35세에 성도하셔서 부처의 길을 가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처님이 39세의 나이에 성도하시여 부처의 길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러면 부처님이 출가하신 나이는 언제인고? 나는 불교가 사실의 종교이므로 모든 것을 사실에 알맞게 세상에 전파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불교계가 부처님의 출가 나이와 성도 나이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스스로 불교사학적인 지식이 없어서 가끔 곤궁한 입장에 처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