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위제신진언은 신들을
위로하려는 것 아니라
도량수호 당부하려는 것
지난 호에서 안위제신진언은 성현을 청해 모시는 진언이라고 했다. 성현을 모셨으면 이제 예경을 해야 할 차례다. 그렇지만 현행 송주의식의 차례에는 개경게송이 자리하고 있다. 현 차례로 볼 때, 경전을 열기 전에 경이나 다라니를 듣고 놀라 달아날 존재가 있을까봐 미리 오방내외의 여러 귀신들을 편안히 위로해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안위제신진언의 일반적인 이해이다. 안위제신진언은 ‘안토지진언’이었다고 이미 언급했다.
‘안토지진언’과 ‘안위제신진언’은 진언음가는 같지만 공능은 다르다. 무슨 이야기인가. 안토지진언은 말한 대로 보좌(寶座)가 아닌, 맨 땅 토지에 편히 앉는 진언인데 앉는 객체의 성현이 표현되지 않았다. 이것은 여러 성현을 청해 모실 때 고루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위제신진언에서는 제신(諸神)이라고 구체화되어 있다. 제신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목적의 법회를 봉행하느냐에 따라 제신은 가람의 18신이 되기도 하고, 집안을 수호하는 가택의 6신이 되기도 한다. 안위제신진언이 등장하는 의식은 수륙재의문에서이다. 국가적인 목적으로 대가람에서 수륙무차법회를 개설할 때의 제신은 미음(美音)·범음(梵音)·천고(天鼓)·교묘(巧妙)·찬미(歎美)·광묘(廣妙)·뇌음(雷音)·사자음(師子音)·묘미(妙美)·범향(梵響)·인음(人音)·불노(佛奴)·찬덕(歎德)·광목(廣目)·묘안(妙眼)·철청(徹聽)·철시(徹視)·편관(遍觀)의 18신이고, 일가에서 행하는 수륙법회 때는 가택신이다.
결국 안토지진언으로 청하는 성현은 경전이나 다라니를 설해 주십사 청하는 불보살님이라면, 안위제신진언으로 청하는 제신은 법회도량을 수호해 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 모시는 제신이다. 청해 모셨으면 공양을 올리는 것이 예일 터인데, 현 송주의식의 차례에는 개경게송과 개법장진언이 이어질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송주이나 독경의식은 어떨까. 금강경의 계청법은 ‘금강경언해’(146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의 계청법은 안토지진언에 이어 보공양진언이 시설되었다. 이 본의 안토지진언은 안위제신진언과 음가가 다르다고 이미 말했다. 하지만 ‘금강경주해’(1736) 등 여타 본에는 안토지진언과 안위제신진언의 음가표기가 같다. 청해 모신 성현께 공양을 드리고 나서 일체 중생의 갖가지 재앙을 없애주는 8분의 금강성자와 자비희사의 실천을 이끌어주시는 4분의 보살을 청한다.
그리고 “삼계의 세존께 머리 숙이오며 시방의 부처님께 귀의하오며, 이 경전을 지녀 네 가지 은혜를 갚고 삼악도의 고통을 건지며, ~ 극락에 태어나기를” 발원한다. 그리고 범패 소리로 “금강의 몸을 얻으며 ~ 부처님께 비밀의 문을 열어 널리 중생을 위해 경전을 설해 주시기를 청한다.” 그리고 현행 개경게송을 염송하고 경전독송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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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