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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킴의 계율과 성장의 계율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3.04.15 17:17
  • 수정 2013.04.15 17:23
  • 댓글 0

“수행자들이여, 내가 멸도한 후에는 마땅히 계율 존중하기를 어둠에서 광명을 만나고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것 같이 하라. 이것이 너희들의 큰 스승인줄 알라. 내가 세상에 더 머문다할지라도 이와 다름이 없으리라.”


‘유교경(遺敎經)’은 부처님께서 입멸직전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가장 자비하고 절실한 가르침이다.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가르침이 계율을 스승으로 삼아야 하며 그 계율을 어떻게 지니고 지켜야 하는 지에 관한 말씀이었다는 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다시금 새겨볼 일이다.


계(戒), 정(定), 혜(慧)는 불자가 배워야 할 세 가지라 하여 ‘삼학(三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을 따로 따로 분리해서 배우고 닦아갈 수는 없다. 삼각대의 한 쪽이 짧으면 결국 기울어져 쓰러지듯이 선정과 지혜가 없는 계율은 너와 나를 분리하고 반목케 하며 아만을 증장시켜 소통을 방해하고 결국 고통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수승한 지혜로 지키는 계율은 세상을 맑히고 건강하게 하며 서로를 성장시키고 결국 완전한 행복과 깨달음에 이르게 할 것이다.


‘대열반경’에서 붓다는 계를 지키지 않을 때 오는 다섯 가지 위험 중 세 번째로 ‘자신감과 자기 존중감이 낮아진다’고 말씀하셨다. 몇 년 전 방송매체에서 아이들에게 자아존중감과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자아존중감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그룹과 낮은 점수를 받은 그룹을 팀으로 구성해서 게임을 시키고 몰래카메라로 지켜보는 실험이었다.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상을 준다고 했는데 자존감이 높은 그룹의 아이들은 점수에 개의치 않고 게임의 룰을 충실히 지키고 차분하게 진행하는 반면 자존감이 낮은 그룹의 아이들은 룰을 무시하고 점수와 상에 급급해서 우왕좌왕 게임을 하는 형태를 보였다. 실험은 ‘법대로 살면 손해 본다’는 속설을 뒤집고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이 자존감도 높고 삶에 만족감이 높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2500년 전 부처님의 말씀을 확인시키는 실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한때 제자들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만일 계를 지키지 않았더라면 삼악도에 떨어져서 인간의 몸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거늘 어찌 중생들의 성장을 돕고, 불국토를 청정하게 해서 일체지를 갖출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선정과 지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계’라는 사다리가 필요하심을 강조하신 것이다. 그러나 사다리는 절대적인 모양이 있어 고정된 것이 아니듯 계율 또한 마찬가지로 상황과 조건, 시대와 문화를 고려해서 다양한 모양으로 지켜져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중도적 수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또 연기적 수행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계율의 본질은 선정과 지혜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뗏목이고 수단이지 수행의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는 의미다.


‘초발심자경문’에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된다”라고 했듯이 어리석은 사람이 지키는 계율은 스스로를 아만과 아집이라는 독소에 중독되게 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 계율은 오직 선정과 지혜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사다리임을 아는 지혜로운 사람만이 자애로움과 연민이라는 이름의 계율로 세상을 밝히고 주변을 평화와 조화로 이끌 수 있다.

 

▲일진 스님

그러므로 계율을 위한 계율, 즉 ‘지키기 위한 계율’에서 벗어나 ‘우리를 성장시키기 위한 계율’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알아차림을 통한 평온한 마음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고 상대를 배려한 동체대비의 따뜻한 가슴에서 나오는 지혜로 지키는 계율이야말로 나와 이웃의 웰빙과 행복을 돕고 막힌 관계를 소통시키며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건강한 생활규범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  03777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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