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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계청법(啓請法)

기자명 법보신문

경전이나 다라니 청하는 의식
원래는 상황 따라 형태 달라
현재 한국불교는 ‘차이’ 무화

 

계청(啓請)은 청함을 연다는 뜻으로, 경전이나 다라니를 청하는 의식이다. ‘천수경’의 경우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계청’, 금강경은 ‘금강경계청’이 그것이다. 그런데 ‘현행 천수경’에는 이 제목 앞에 정구업진언, 안위제신진언, 개경게, 개법장진언 등이 부가돼 제목을 본문으로 인식하거나 제목으로는 인식하지만 두 개의 제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계청’에 대해 ‘경을 열면서 청하옵니다’ ‘다라니를 청합니다’라고 본문으로 인식하거나, ‘~ 자비의 다라니를 청함’이라고 하여 제목으로 인식하거나 또는 ‘모심’이라고 하여 이하 계수와 발원의 본문 제목으로 인식하고 번역하는 것이다.


‘현행 천수경’의 계청법에 나타나고 있는 계청의 대상인 신묘장구다라니는 이름이 길다. 해서 많은 본에서는 계청의 목적어인 다라니의 명칭과 술어인 ‘계청’을, 줄을 바꿔 목적어를 ‘천수경’의 명칭이라고 이해한다. 심지어 계청의 목적어를 독립시켜 제목으로 삼고 ‘그 이름을 영예롭게 하라’라는 제목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계청’만을 이하 계청문의 제목으로 삼는다. 기발한 착상이다. ‘계청법’ 제목의 목적어를 전체 제목으로 삼고, 계청법의 술어 계청을 제목으로 삼아도 좋은가. ‘금강경계청’은 짧지만 ‘현행 천수경’의 계청법의 대상인 다라니의 명칭이 길 뿐인데 말이다. 이 같은 이해와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현행 천수경’이 ‘경’으로 명명돼 경전으로 보고, 서분, 정종분, 유통분의 일반적인 경전 분과의식을 따르려는 데서 기인되었다고 보인다. ‘현행 천수경’은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의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를 염송하는 행법에, 여러 의식에서 활용되는 행법이 추가된 다양한 성격을 가진 조석 송주경전일 뿐이다. 누차 설명하였듯이, 내가 경전을 열면서 청하는 것이 아니라 경전을 설해 줄 분을 청해 모시고 인사를 올리고 서원을 하며 경전을 들으려는 사전 수행의식이 계청법이다.


계청법 예로 ‘금강경언해’(1464)의 ‘금강경계청’ 외에 ‘오대진언집’(1485)에는 5가지 계청법이 있다.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계청’‘불설금강정유가최승비밀성불수구즉득신변가지성취다라니계청’‘대불정다라니계청’‘불정존승다라니계청’이 그것이다. ‘금강경언해’의 ‘금강경계청’은 정구업진언에서 개경게까지를 염송하지만 ‘오대진언집’의 ‘계청’은 계수와 발원으로 진행된다. 정구업진언이나 개법장진언도 없고, ‘현행 천수경’의 계수문과 10원 6향의 발원이 중심이다. 이는 원본 ‘천수다라니경’에 설시된 행법이다.


결국 ‘오대진언집’의 ‘~계청’ 하는 계청법은 해당 다라니를 염송하기 위해 당해 불보살이 모셔진 존상 앞에서 행하는 의식이라고 보이고, 정구업진언으로 시작하는 ‘금강경언해’의 계청법은 (야외 등지의) 존상이 봉안되지 않은 곳에서 당해 불보살님을 청해 모시고, 경전을 청해 듣는 행법이라고 보인다.

 

▲이성운 강사
지금도 큰 법회를 할 때는 번(?)을 걸고 존상으로 시설하지 못할 때는 번으로 불보살을 모신다. 이같이 처한 상황에 따라 계청법의 행태가 달랐지만 현재는 다른 방식이 혼융돼 하나의 의식 도량에서 함께 행해지고 있다. 괴리 현상이 보이지만 한국불교에서는 하나의 마음으로 섭수하고 원융하여, 그 차이를 무화해 버렸다고 하겠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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