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기독교 유입 이후
선악 이원적 분리 풍토
‘선’강요 ‘악’될수 있어

공인된 기록에 의하면, 불교는 한국에 들어 온지 가장 오래된 종교요 사상이다. 지금은 종교와 철학을 이원적으로 분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기독교 유입에 따른 결과이고, 그 이전에는 종교와 철학의 차이가 없었다. 불교는 사유방식과 생활방식을 가르치는 사상과 가르침이지, 지금같이 믿음을 가르치는 종교적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불교는 기독교의 강세와 함께 변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 부처님은 결코 예수님처럼 믿음을 말씀하시지 않았다. 불교는 믿으라하지 않고 보라고 한다. 눈으로 직접 응시하라는 의미가 부처님 설법에 큰 몫을 차지한다.

영원을 말하시던 예수님이 삼십대 초반의 나이에 이 세상을 하직하셨다. 영원을 말씀하시지 않던 부처님은 팔십 세까지 사셨다. 예수님의 영원은 불교와 함께 다른 동양사상의 분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 영원은 무슨 의미를 안고 있을까?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다시 부활하셨다. 예수님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도한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손으로 잡으려 하자 몸에 손을 대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왜 그랬을까?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스러워 하셨던 예수님은 그 흔적을 갖고 부활하셨다. 부활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인시킨 다음 승천하셨다. 확인시켰다지만, 그것은 눈으로 본 일이지 손으로 만지거나, 같이 생활을 하신 것도 아니다.

그러면 예수님 빼고 또 누가 부활 하셨을까? 달마대사가 부활해 서역으로 가는 것을 목도했다는 기록이 있다. 달마대사임을 입증시키기 위해 신 한쪽을 지팡이에 매고 다른 한 짝은 무덤 속에 남겨 두고 가셨다는 것이다.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님을 불교와 기독교는 다 같이 가르친다. 사후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후 세계가 있기에 살아 있는 사람들은 사후의 세상을 대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것다. 기독교와 달리 불교는 윤회설을 신봉한다. 막연한 영원의 개념보다 윤회가 더 이해하기 쉽다.

나는 불교적 윤회사상이 기독교적 영원개념보다 훨씬 쉽게 와 닿는다. 기독교적 영원개념은 모든 이가 다 예수님처럼 그렇게 죽고 다시 사는지 애매모호할 때가 있다. 불교적 윤회는 선업이든 악업이든 업력이 작용한다. 그 업력은 화엄사상처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신봉하는 세계에서는 절대적이다. 유심(唯心)의 짓는 바가 업(業)이다. 이 업 사상은 매우 중요해서 인간의 모든 생활을 결정하는 일을 그것이 담당한다.

그런데 한국불교는 그 업을 늘 나쁜 측면에서만 보는 경향이 있다. 업은 이중적이고 양가적이다. 선업과 악업이 바로 그것이겠다. 그러므로 나쁜 업을 짓지 말 것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이중적이고 양면적이다. 이것이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이 세상의 법도다. 선은 선만으로 홀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악업이 반드시 동반하고 있다. 남에게 친절하고 자상한 일은 동시에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유혹의 손길로서 작용할 수 있다. 육조 혜능 조사의 말씀에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 여기서의 선이 저기에서는 유혹의 악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선악을 너무 분명하게 구분해서 짓지 말라는 말씀이다.

선악은 이중적이어서 외곬으로 작용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선과 악은 각각 선과 악으로 또는 경우에 따라 악과 선으로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선과 악을 너무 절대시하는 일을 마다해야 한다. 예컨대 과부의 재혼 금지는 조선시대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김형효 교수

그러나 그것이 율법화 되면서 극도의 악법으로 고착화되어 많은 과부들에게 참을 수 없을 만큼의 고통으로 작용하여 인권의 엄청난 탄압을 초래하게 되었다. 선을 너무 강조하면 그것이 악으로 역전한다. 윤리도덕이 너무 지배적인 사회는 조선시대의 답답한 재판을 초래한다. 우리는 윤리도덕을 강조하는 사회보다 오히려 예술적 아름다움을 생명으로 여기는 그런 활기 있는 사회를 더 가까이 해야겠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