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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승려 도성출입금지 해제

시대흐름 반영인가 친일불교 산물인가

1895년 4월23일 고종 단행
해금 주체 두고 학계서 논란
“입성금지 재해석돼야” 주장도

 

 

▲스님들의 도성출입금지가 해제될 당시 남대문 전경. 사진=한국불교100년

 


1895년 4월23일 조선 고종은 스님들의 도성출입을 윤허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총리대신 김홍집과 내무대신 박영효는 이날 ‘이제부터 승도(僧徒)들이 성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던 이전 금령을 해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고, 고종은 이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조선시대 불교탄압의 상징으로 대표되던 ‘승려도성출입금지’는 마침내 해제됐다.


스님들의 도성출입금지 해제는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동안 학계에서는 이보다 누가 도성출입금지 해제를 이끌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다. 즉 일본인 승려 사노 젠레이가 건백서를 제출함에 따라 가능했다고 보는 시각과 함께 당시 조선에서는 이미 스님들의 도성출입금지 해제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진행돼 오고 있었기 때문에 사노의 공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노에 의해 도성해금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은 오랜 기간 학계에서 일반화된 시각이었다. 즉 일본인 승려 사노가 친일불교를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능화는 ‘조선불교통사’에서 “도성해금은 사노가 1895년 4월22일 김홍집 총리대신에게 상서한 것을 김홍집이 고종에게 상주해 허가를 받아 이루어졌다”고 기술했다. 또 일본학자 다카하시 토오루도 1929년 발간한 ‘이조불교’에서 “조선승려를 위한 파천황(破天荒)의 은혜를 베풀어 조선불교를 일본불교로 유인하는 계기를 삼고자 꾀하였다. 그리하여 사노가 붙든 것은 바로 조선승려의 입성해금이었다”고 기록했다. 결국 도성해금은 조선을 침략하기 위한 일제의 간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었다. 이 같은 시각은 이후 그대로 이어져 김영태, 서경수, 박경훈 등은 “도성해금은 한국불교의 힘에 의해 자율적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고, 일본에 의해 타율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병헌을 비롯해 이이화, 박희승 등은 “도성해금은 사노의 건의 이전에 이미 개화파에 의해 추진됐다”고 반박했다. 이들에 따르면 도성해금은 1895년에 단행됐지만 공식적인 논의는 이보다 한 해 앞서 시작됐다. 즉 1894년 동학혁명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선은 군국기무처를 설치하고 200여건의 제도개혁안과 정책건의안을 마련했다. 특히 군국기무처는 제도개혁안 가운데 즉시 개선해야 할 18개 과제 중 14번째에 스님들의 입성금지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흥선대원군의 반대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도성해금은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사노가 그 기회를 포착하고 민첩하게 움직여 고종으로부터 도성해금 윤허를 받게 했다는 게 이들 학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서재영은 “도성해금은 사노의 건의나 개화파의 결정으로 단행된 것이 아니라 당시 역사적 상황의 변화, 불교계의 자각, 기독교의 팽창에 대한 한일불교계의 위기의식 등이 복잡한 인과관계와 맞물려 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선시대 승려를 천민으로 규정하고 ‘도성출입금지’를 억불정책의 대표적인 산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손성필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은 “승려의 도성출입은 17세기까지 자유롭다가 18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전면 규제됐고, 19세기 불교가 이전 시기에 비해 현저하게 쇠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조선시대 전체에 투영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스님들의 도성출입금지 이뤄졌다는 시각은 사실상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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