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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0원을 발하는 법

기자명 법보신문

‘從我’는 나 따르라는 뜻 아닌
‘내 이름을 칭함을 따라’ 의미
‘나무’, 귀의로만 번역은 곤란

 

‘천수경계청’ 송주법식에는 여타 다라니의 송주법식과 달리 10원6향이라는 구체적인 발원이 등장한다. 가령 ‘금강경계청’에는 계수문과 발원문에, 경전 독송목적이 왕생극락에 있음이 천명되고 있을 뿐이지만 ‘천수경계청’에는 네 수의 계수문과 10원과 6향이라는 구체적인 발원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발원하는 방법이다. 천수경의 원초경전인 천수다라니경에는 관세음보살이 “만약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들이 신묘장구다라니를 지니고 외우고자 하면 모든 중생에 대하여 자비심을 일으키고 먼저 나를 따라(從我) 이와 같이 원을 발해야 한다”며 10원을 발할 때 먼저 ‘나(관세음보살)를 따라(종아)’ 발원하라고 말씀해 주고 계신다.


천수경 해설서들은 이 ‘종아(從我, 나를 따라)’를 “저를 향해”라거나 “관세음보살에게 먼저 귀의하고 나서 발원해야 한다”거나 “저를 따르는 이와 같은 원을 발하여야 한다”라고 번역하거나 설명하고 있다. ‘종아(從我)’의 이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종아(나를 따라)’에 대한 이상의 여러 설명은 다 나름의 의미는 있지만 좀 더 깊이 있는 탐색이 필요하다. 원초경전의 구문을 좀 더 보면, ‘종아발여시원(終我發如是願)’ 이후 ‘나무대비관세음 원아속지일체법’의 구조로 10원이 이어진다. ‘종아’의 의미는 ‘나무대비관세음’의 이해와 맞물려 있다. 이를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하고 발원하라’는 의미로 이해해 “자비하신 관세음께 발원하오니”, “대자대비 관세음께 귀의합니다.”로 번역한다. ‘나에게 귀의하고 발원하라’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한국불교 전반에는 ‘나무’라는 말만 나오면 별 고민 없이 ‘귀의(歸依)’라고 번역한다. ‘나무(namas)’의 의미는 저두(低頭), 예경, 귀의, 귀명의 뜻이 있으나, 필자는 ‘나무’를 귀의로 번역하면 의례에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귀의’의 원어는 사라나(s´aran. a, 保護, 歸依, 歸處)로 나무와 그 의미는 유사하지만 의식에서는 ‘나무’는 예경의 칭명, ‘사라나’는 수계(受戒)의 귀의(歸依) 의미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의례에서 ‘나무’는 예경의 의미와 동시에 진언 ‘옴’과 같은 역할을 한다. 거개의 진언이 ‘옴’과 ‘나무’로 시작되는 데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불보살의 명칭이나 특정 명칭에 ‘나무’를 붙여 정근을 할 때 쓰인다. 아미타불 육자 정근을 할 때 ‘나무아미타불’을 ‘아미타불께 귀의합니다’라고 번역해서 정근하지 않는 연유이다. 굳이 한역한다면 다비문의 ‘귀명아미타불’ 정도가 무방하다. 그러므로 ‘나무대비관세음’에 ‘대비’라는 수식구가 삽입돼 일반 문장처럼 보이지만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칭명해야 한다.

 

정리하자. 원초경전의 ‘종아’는 ‘나를 따르거나’ ‘나의 원을 따르라’고 하는 것이라기보다 ‘나의 이름을 칭함을 따라(從我稱名)’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대비관세음) 이름을 칭명하고 발원하라는 것이다.

 

▲이성운 강사
칭명하고 발원하면 관세음보살이 듣고 즉시에 여러 천룡들을, 다라니를 수지하기 위해 발원하는 이들에게 보내 발원이 성취되도록 돕는 것이다. 6향의 발원 이후에 다라니를 수지하고자 하는 자는 ‘나와 아미타불의 명칭을 십념하라’는 말씀이나, 의식의 처음과 끝 각 편의 처음과 끝에 칭명삼보와 칭명일보가 행해지는 의례구조로 보면 칭명하라는 의미가 더욱 명료해진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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