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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고용불안…“다신 나 같은 고민 없길”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13.06.10 15:44
  • 수정 2013.06.10 15:49
  • 댓글 0

종단 떠난 계약직 노동자 박모씨가 조계종에 보내는 편지

노동문제 관심 진정성 의구
종단 내부 모순부터 해결을 


저는 지난 2012년 2월경 종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종령기구인 위원회 소속으로, 12월 말까지 약 10개월간 단기 계약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가 점점 늘어 어느새 각종 기안과 사업계획안, 예산안과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까지 맡게 됐지만 열정이 있었기에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서 내 인사이동이 잦아지면서 제 인사문제가 논란 아닌 논란이 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재계약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인사문제로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지요. 마음 한켠엔 항상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계약 만료 시기는 다가오는데 인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업무에도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계약 만료시기인 12월이 다가왔고 “종단 내에서 더 이상 계약직에 대해 연장하지 말라는 총무부 지침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얼마 후엔 “계약직의 총 계약기간은 1년 5~6개월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올 7월까지는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종단 내 사정이 어렵다는 양해도 함께요. 사정이 어렵다니 이해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했습니다.


노동위원회 업무를 맡으면서 회의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정작 내가 지금 비정규직인데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요. 그럼에도 일은 여전히 보람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저는 결국 종단을 떠나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동안느꼈던 서운함과 미련도 이미 모두 털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제가 느꼈던 혼란을 다른 또 누군가는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종단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마지막 말씀을 올립니다. 종단이 노동위원회를 통해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자 했지만, 그것이 단지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머물렀던 것은 아닐까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노동위가 발족한지 1년이 흘렀지만 정작 종단 내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입니다. 지난해 연말 종단 내 비정규직은 무더기로 직장을 잃었고 종단은 또다시 비정규직을 뽑았습니다. 사회의 노동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그 의지에 과연 진정성은 있었나요?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불교가 우리 안의 소중한 인연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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