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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인정사 주지 수진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지구촌 70억 인구 가운데 화엄경 들은 이 몇이나 될까

부처님께서 성도 하신 후
깨달음 설해도 이해 못해
성주가 걸인 아들 대하듯
오랜 시간 참고 인내하며 
진리 전한 결과물이 불법

 

 

▲수진 스님

 


짧은 시간이지만 거룩한 말씀을 한 소절 듣는다는 것은 말세에 참으로 귀한 인연입니다. 부처님 제세 시에도 화엄의 거룩한 말씀을 듣지 못한 분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지금 이 지구촌에는 70억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과연 ‘화엄경’이라는 단어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분이 몇 분이나 되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여러분들은 이미 부처님의 문틈에 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제 발만 들여 놓으면 바로 여래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화엄경’이 워낙 방대한 양이어서 ‘화엄경’이 부처님의 생애 중에 어디 즈음 위치하는지에 대해 우선 설명해야할 듯 합니다.


우리가 팔만대장경 49년의 설법을 가름할 때 한 결 같이 ‘천태오시교(天台五時敎)’를 뿌리로 합니다. 중국에는 천태지자대사가 계셨는데 그 분이 부처님의 일대시교를 다섯 단계로 나누고 간파를 하셨습니다. 그것은 ‘법화경’의 신해품을 근간으로 합니다. 이것을 오시교판(五時敎判)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가 ‘궁자경악화엄시(窮子驚愕華嚴時)’라고 합니다. 간단히 풀어보면 가난한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상상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화엄경’을 설할 때입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하시고 “내가 깨달은 실상의 진리가 이렇다”고 설하신 내용인데, 현존하는 대중과 천상, 지옥의 모든 대중도 귀머거리 같아서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치 봉사와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수준을 낮추셨는데 이때를 ‘제분정가아함시(除糞定價阿含時)’라고 합니다. 이것이 여러분께서 아시는 녹야원 시절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때 설한 내용이 바로 고, 집, 멸, 도의 사성제입니다.


그 다음 두 번째 시기가 ‘출입자재방등시(出入自在方等時)’, 즉 출입을 자유자재로 한다는 뜻입니다. 이때가 바로 ‘방등경’을 설할 때입니다.


네 번째는 ‘영지보물반야시(令知寶物般若時)’라, 보물창고를 주십니다.


다섯 번째가 ‘법화경’을 설하신 ‘전부가업법화시(傳付家業法華時)’로 전부 다 물려주는 시대입니다.


이것이 천태 스님께서 말씀하신 오시교판입니다. ‘법화경’ 신해품에 보면, “부처님께서는 너희들에게 열반을 얻었다고 했지 부처가 되었다고는 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사람을 뜻합니다. 소승에서는 그 보다는 열반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고 아라한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합니다. 소승의 성자는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입니다. 그래서 아라한과를 얻으면 대단한 성자로 칭합니다.


어쨌든 신해품에서 부처님께서는 “너희들이 이미 열반을 성취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진짜 열반이 아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법화경’을 설할 때까지 40년 동안 설법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일러주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부처님은 ‘일승’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일불승, 차로 보면 오직 하나밖에 없는 차, 오직 한 사람 밖에 없는 것, 오직 한 성자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승은 차라리 열반이 아니라 성불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열반을 얻었다고 했지 부처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부처님의 제자들은 난감합니다. “부처님, 저희에게 이미 열반을 얻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다시 열반을 얻어야 할 것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라고 반문합니다. 그렇게 세 번을 다시 청하며 묻자 부처님께서는 결국 말씀하시길 “또 다른 깨달음의 세계가 있다”고 얘기하십니다. 그 때 5천 명의 대중이 떠나 버립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내가 너희에게 소승의 열반을 얻었다고 말했지 대승의 열반을 얻었다고 말한 적이 없고 열반을 얻었다고 말했지 부처를 얻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제 부처를 말하겠다. 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결국 성불 하느니라”는 것입니다.


깨달은 바를 설하면 듣는 사람이 바로 알지 못하니까 오시교판으로 나누어서 법을 설하다는 것은 성주와 걸인의 비유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성주가 아들이 있었는데 세 살 때 이별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돈을 벌어서 큰 성의 주인이 됐지만 아들은 이 성, 저 성을 계속 떠돌아다니며 살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계신 성으로 오게 됩니다. 아들은 눈앞에 나타난 것이 크고 화려한 성을 보고 여기서 일을 하고는 싶지만 수준이 너무 높아 내가 일을 하더라도 결국은 착취만 당할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성주는 그 걸인을 보자마자 50년 전에 잃었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하인을 시켜서 그 걸인을 데려오게 시켰지만 그는 가지 않겠다고 버팁니다. 가지 않겠다며 죽을 것처럼 거부하는 아들을 보고 일단은 아들이 제 갈 길로 가도록 놓아둡니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그 뒤를 따라가게 합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 그 사람을 시켜서 “여기보다 더 일당도 많이 주고 밥도 잘 나오는 일자리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아들은 거절합니다. 간신히 아들을 설득해 성으로 가서 똥을 치우는 일을 하도록 합니다. 이때 성주인 아버지가 가  찾아가 이야기를 합니다.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말하는 시기, 즉 정을 붙이는 시기로 녹야원의 사제 법문 시기, 아함경을 설한 12년이 바로 이 시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똥을 치우고 거름을 치우면서 살아가는 거지에게 성주는 “일만 하지 말고 외출도 하며 쉬엄쉬엄 하라”고 위로하며 “너는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정을 붙입니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함을 설한 시기부터 하면 20년이 지났습니다.


이렇게 20년이 지난 이후 부처님께서는 반야의 공을 21년 동안 설합니다. 이때는 보물창고의 열쇠를 주는 시대입니다. 성주와 거지도 교감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이 때 성주는 “아들, 딸이 없어서 너를 아들로 생각하고 싶다”고 거지에게 말합니다. 그리고는 “오늘부터 보물창고 열쇠를 너에게 주노라”며 모든 걸 다 줘 버립니다.


이런 시기를 반야의 시대라고 합니다. 반야경 이전의 20년은 그래도 “인과가 있다”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반야의 시대는 오직 ‘공’, ‘무’라고 합니다. 텅 비어 있습니다. “인과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지 실체성이 공하다”고 합니다. 대승에서는 죄가 없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죄성이 공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죄무자성종심기 심약멸시죄역망 시적명의진참회’라, 마음이 사라지면 죄가 없어지고, 죄도 마음도 사라지면 둘이 함께 공이다, 그것이 진짜 참회라는 말입니다.


어쨌든 여기에서 성주는 모든 것을  다 주었습니다. 이 시대가 공의 시대입니다. 죄가 없고 마음이 없습니다. 그 다음이 부처님께서 72살 때부터 80세까지 설한 법화경의 시대입니다. 이전에는 “너는 내 아들과 다름없으니 아들 하자”고 했는데 마지막에는 성주가 사람들을 모두 모아 놓고 이렇게 공개합니다. “이 사람은 50년 전에 잃어버린 진짜 내 아들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입니다. 그러면서 그 성을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요. 그래서 ‘법화경’은 모두 부촉하는 시대, 부처님의 설법이 모두 끝나는 시기입니다. 일불승입니다. 그 이전에 말하는 소승, 열반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방편으로 말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진실한 열반의 세계, 부처의 세계를 법화의 시대라고 하는 것입니다.


49년의 부처님의 설법을 근간으로 했을 때 ‘화엄경’을 설한 시기에 대해 천태지자 스님의 다섯 단계로 설명하신 부분과 성주와 거지 아들의 비유로 살펴봤습니다. 처음 성주가 거지에게 이것이 너의 재산이라고 하자 경악을 했을 때는 바른 법을 말했지만 믿지 않았던 것과 같습니다. 바로 지금 지구촌 70억 원의 인구는 불교사상을 정상적으로 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가 어쩌면 오시교판을 바탕으로, 진정으로 화엄경을 새겨 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6월3일 조계종부산연합회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마련된 ‘조계종부산연합회 상반기 특강-수진 스님의 화엄경 핵심강좌’의 1차 강의에서 설해진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수진 스님은 1971년 부산 마하사에서 문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 범어사 강원을 졸업한 후 금산사 화엄학림을 이수했다. 1984년 김천 수도암 안거를 시작으로 봉암사, 통도사 등 제방선원에서 10년간 수행에 매진한 후 1993년부터 해인사 강원 강주를 7년간 맡아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 해인정사 주지, 금정총림 범어사 율학승가대학원 원장, 동명대 석좌교수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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