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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근자와 근기를 버려야

남북관계 개선 국민들 기대
회담결렬로 실망만 더 커져
대화는 자존심 대결이 아닌
상호신뢰 속 경청하는 과정

사람의 뇌구조 그림이 유행이다. 특정 연예인이나 직업, 또는 연령에 따른 사람들의 뇌를 그려놓고 그들이 가진 관심분야가 뇌에서 차지하는 크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놀이다. 놀이라고는 하지만 뇌구조 그림을 보면 시대의 고뇌와 흐름을 읽는 놀라운 혜안이 담겨있다. 최근 기대를 모았던 남북회담이 결국 결렬됐다. 북한의 회담 제의에서 결렬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8일. 일주일 남짓 기간 동안 국민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첨예한 대결국면을 마감하고 화해의 장으로 물꼬가 트이는 듯하더니, 불과 8일 만에 대화가 단절됐다.


오히려 상황은 더 꼬여 연일 남북한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추태마저 보이고 있다. 애타게 기다리던 이산가족상봉도, 개성공단 정상화도, 민족화해 상징 금강산 관광 재개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무엇보다 회담 결렬 사유가 한심하다.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더니, 급기야 현안은 논의해보지도 않은 채 서로 회담테이블을 박차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정부당국자들의 생각을 뇌구조 그림으로 그려본다면 ‘근자’와‘근기’의 싸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남한당국의 뇌구조 그림에는 ‘근자’가, 북한당국의 뇌구조 그림에는‘근기’가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근자’는 근거없는 자신감, ‘근기’는 근거없는 기대감의 줄임말이다. 지금 남한정부는 북한을 압박하면 결국 붕괴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차 있는것 같다. 북한은 북한대로 경색국면이 지속되면 결국 남한이 지원하게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듯하다. 이런 동상이몽 속에서 남북회담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회담 결렬로 남북교류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불교문화의 보고 금강산 내금강 순례는 물론 조불련과의 회동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남북 화해를 위해 평화의 불을 들고 금강산 신계사를 방문하겠다는 선묵혜자 스님의 염원도, 서산대사 제사를 묘향산 보현사에서 지내겠다는 불자들의 바람도 불투명해졌다.

 

북한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수없이 해왔다. 몇 해 전에는 연평도를 포격해 엄청난 피해를 주기도 했다. 원칙을 지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그래서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민족인 북한과 영원히 등을 돌릴 수만은 없는 우리의 처지에 대해서도 숙고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이 다시 되풀이 돼선 안 된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같은 적대적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남북 정부는 다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이 만나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 민간교류의 숨통만은 열어줘야 한다. 낮은 단계에서부터 신뢰를 회복해서 다시 정부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김형규 부장.

 

“불교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깊은 경청과 자애로운 말이다. 이것만 실천하면 남북한이 진정한 화해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지난 5월 한국을 찾았던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의 말씀이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와 북의 김정일이‘근자’와‘근기’로 맞섰지만 남은 북의 공격을 받았고 북은 일체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남북 당국자들이‘근자’와‘근기’를 버리고 대신 틱낫한 스님의 조언을 뇌구조 그림 속에 새겨 넣었으면 한다.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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