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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기간에 종회에 등장한 수좌 스님

  • 기자칼럼
  • 입력 2013.06.21 19:54
  • 수정 2013.07.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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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권오영 기자
입맛대로 총림법 개정 위해 중앙종회 압박
방장권한 강화 요구…“과한 정치행보”비판


지난 6월19일 조계종 종헌종법특위가 열린 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광경이 목격됐다. 종헌종법개정안을 논의하는 특위위원들 뒤편에 있던 한 스님이 안절부절 못하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런가 하면 이 스님은 직접 회의에 끼어들어 발언을 하는 무례를 범하는가하면 회의에 참석한 몇몇 특위위원 스님에게 다가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특위 위원 스님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렇다 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 스님은 총림법 개정안에 대한 전국선원수좌회(이하 수좌회)의 입장을 전달하러 온 스님이었다.

 

이 스님은 앞서 이날 오전 총무원장 스님과 중앙종회의장 스님과도 면담을 하고 수좌회의 요구대로 총림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종회의장 향적 스님은 이례적으로 종헌종법 특위에 참석해 특위위원들에게 “수좌회의 요구안을 잘 살펴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종헌종법 특위는 총림법 개정안의 핵심인 총림주지 선출과 관련한 조항을 수좌회의 요구대로 ‘방장이 추천하고, 임회의 동의를 얻어 총무원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수좌회의 특사(?)로 참여했던 이 스님은 만족한 듯 슬그머니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수좌회 스님들도 종도라는 점에서 종법개정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러나 종법개정안을 논의하는 회의장까지 특사를 파견해 종회의원의 발언을 지켜보고 회의에 불쑥 끼어들게 하는 것은 종단의 대의기구인 중앙종회의 권위를 심각히 훼손하는 행위이자 외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

 

더구나 수좌회가 요구한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총림에서 방장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향후 많은 교구본사가 총림중심제로 바뀌는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총림에서 방장 스님의 영향력이 커지면 자연 선원수좌들의 권한도 막강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좌 스님이 결제기간 중임에도 화두참구를 접고 산문 밖을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 보인다.

 

최근 수좌회의 정치 권력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좌들을 위한 복지를 한다며 독자적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선서화전을 열어 고가의 작품을 강매하다시피 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좌회 스님들이 결제기간임에도 총림법 개정을 위해 임원회의를 열고, 전 현직 수좌회 임원 스님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것은 수좌회의 정치권력화 논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해 보인다.

 

수좌회는 총림법 개정안을 요구하면서 “방장다운 방장, 총림다운 총림이 되어 수행풍토가 개선되고 나아가 한국불교 중흥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권오영 기자

그러나 ‘방장다운 방장, 총림다운 총림’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종회를 압박해 수좌들의 입맛에 맞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 듯 보인다. 그 보다는 지금도 선원에서 오롯이 화두참구하고 있는 후학들을 제접해 그들이 존경받는 선지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오히려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수좌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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