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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관리 사각지대…승가 세속화 원인

  • 교계
  • 입력 2013.06.24 11:59
  • 수정 2021.04.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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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밖 스님의 죽음 원인은한 해 입적신고 40명 불과사유화 등 무소유 삶 역행승려노후시설 운영이 대안

 

▲2011년 9월 운영을 시작한 선운사 승려노후수행마을. 당시 개원에 앞서 입소 스님들과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

 

 

 

한해 입적하는 스님의 수는 얼마나 될까. 조계종 총무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입적한 스님의 수는 391명으로 해마다 40여명의 스님이 세연을 마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언론보도나 문중, 도반, 사제 등의 신고내용을 단순 집계한 것으로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조계종 출가자 수가 1만2000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연간 200명 이상이 출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환속 등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최소 100여명의 스님이 해마다 입적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조계종은 연간 60여 스님의 입적 등과 관련해 현황은 물론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역으로 환산하면 출가자로서 위의를 지키며 여법하게 입적을 맞이하는 것은 전체 스님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복지전문가들은 평등공동체라는 승가의 이념과 전통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도성장에 따른 물질만능주의적 사상이 승단 내부에까지 깊숙이 파고들면서 은사와 상좌의 관계는 물론 문중마저도 재력과 권력이 있는 곳엔 스님들이 넘쳐나고 그렇지 않은 곳은 관계마저 소원하다는 것이다. 결국 평생 수행에 매진하며 청빈한 삶을 사는 스님은 인천의 사표는 될지언정 병마와 죽음 앞에선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 스님의 입적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복지전문가들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승단의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노후가 보장돼야 하고 그 기본은 노(老)와 병(病), 사(死)의 부분을 종단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한결 같이 지적하고 있다. 공찰의 수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반면, 사설사암의 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입적 때까지 주지소임을 놓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도 노후에 대한 염려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무소유·소욕지족으로 대변되는 출가자의 삶을 규제하고 평등공동체를 붕괴하는 원인은 노년의 삶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계종은 지난 2011년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된 노후를 지원하는 승려복지법을 제정해 공포했다. 이 법에 따라 65세 이상 조계종 스님들은 연금과 보건·의료비, 주거시설 등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2011년 12월 시작된 보건·의료비 지원은 2013년 6월 현재 12명의 스님만이 수혜를 입었다. 수행연금의 경우 2014년 시행을 예고했지만 연속성을 담보할 예산 확보 방안 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승려노후복지시설이다. 종단 차원의 주거 및 수행공간의 제공은 수행자로서 여법하게 입적을 맞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승려복지법에도 승려노후복지시설에는 스님의 신체활동 및 가사활동 지원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간병인을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일부 교구에서 승려노후복지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 시설을 건립해 운영 중인 곳은 제24교구 선운사가 유일하다.

박재현 월정사 종무실장은 “종단의 수행풍토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출가에서 입적까지 스님의 삶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승려복지의 종착역은 결국 스님의 입적에 대한 것으로 노후를 마치고 열반하는 스님들이 위의를 여법하게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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