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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준제행법

기자명 법보신문

준제행법은 독립된 형태
천수주에 포함은 큰 오류
이제라도 분리가 바람직

 

천수다라니를 염송하는 기도집인 ‘현행’천수경에는 천수다라니 염송뿐만 아니라 도량엄정행법, 참회행법, 준제행법, 수계발원행법 등 형태로 합편돼 있다. 천수다라니염송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준제행법은 천수주 염송과는 별 관련이 없는 독립된 행법이다. 그렇다면 준제진언 염송을 위한 염송차서를 담고 있는 이 의식이 어떻게 ‘현행’천수경에 합편되었을까.


‘현행’천수경의 원초적인 형태가 갖춰진 것은 1881년 삼성암에서 발행된 ‘고왕관세음천수다라니경’이다. ‘석문의범(1935)’에는 아침에 ‘사대주’를, 저녁에는 천수주를 염송하고 준제행법부터 이어졌다. 이전의 ‘불가일용작법(1869)’에는 천수다라니를 중심으로 한 진언 염송 이후에 예불을 하고 뒤 이어 준제행법이 봉행되고 있다. 준제행법 전에 조석으로 다른 다라니를 염송하였거나 예불을 전후로 천수주와 준제행법이 분기돼 행해졌다. 그렇지만 ‘고왕관세음천수다라니경’에는 조석(朝夕) 내지 전후에 행해지던 송주가 하나로 통합돼 버린 것이다.


천수다라니를 염송하는 천수정근에 준제진언을 염송하는 준제행법이 합편돼 준제행법의 고유성과 독창성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20세기 초 방한암 스님에 의해 필사된 ‘경허집’의 법문곡 끝에 준제행법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볼 때 ‘현행’천수경에 실린 준제행법의 독립성은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되었다고 보인다.


‘현행’천수경의 ‘준제공덕취’에서부터 준제발원 ‘원공중생성불도’까지가 준제행법인데, 대체로 참회진언에 바로 이어 인쇄하여 ‘참회진언의 게송’이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망발이 아닐 수 없다. ‘불가일용작법’에는 ‘준제지송편람’이라고 행법의 제목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준제행법은 준제진언 ‘옴, 자, 례, 주, 례, 준, 제, 스바, 하’의 구자를 관상하는 수행법이다. 이 구자를 범자로 써서 몸의 각 부위에 올려놓는다고 관상한다. ‘옴’자는 생멸하지 않는데 흘러 들어간다는 뜻으로 일체법에서 가장 수승함이 된다는 뜻이고, ‘자’자는 일체법에 무행(無行)하다는 뜻이고, ‘례’자는 일체법에 무상(無常)하다는 뜻이고, ‘주’자는 일체법에 무기주(無起住)하다는 뜻이고, ‘례’자는 일체법에 무구(無垢)하다는 뜻이고, ‘준’자는 일체법에 무등각(無等覺)하다는 뜻이고, ‘제’자는 일체법에 무취사(無取捨)하다는 뜻이고, ‘스바’자는 일체법이 평등 무언설(無言說)하다는 뜻이고, ‘하’자는 일체법이 무적정(無寂靜) 무열반(無涅槃)하다는 뜻인데, 이 뜻과 글자를 끊임없이 관상한다. 또 진언으로 염송할 때는 정법계진언 호신진언 육자진언을 21편 혹은 108편을 행하고, 준제진언을 108편, 500편 내지 1000편을 마치고 지심발원을 한다. 이렇게 준제행법을 함으로써 십악오역의 죄장을 소멸하고 일체 정법의 공덕을 성취하게 된다.

 

▲이성운 박사

하나 ‘현행’천수경에서는 천수다라니 염송 이후 준제행법의 진언 부분은 3편을 염송하며 통과하고 만다. 독립적인 준제진언 관상과 염송행법이 염송으로 그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성을 잃어야 큰 하나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준제행법이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완벽한 하나의 송주의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지나 무관심이 아닌 한 체계적이지 못하며 구조 미학을 이미 상실했다고 보인다. 해서 준제행법은 독립돼 신행돼야 함이 좋을 것 같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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