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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재(齋)-1

기자명 법보신문

재는 심신 가지런히 하는 것
재가불자 신행·수행과 직결
불공 아닌 수행 취지 살려야


불교 수행자들은 탁발을 통해 불특정 대중을 만났지만 현재는 여러 현실 여건 상 탁발을 통해 대중을 만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불교 스님들이 불자가 아닌 대중을 만나게 되는 공간으로 사십구재가 있다.


그럼 재란 무엇이고, 대표적인 재라고 할 수 있는 사십구재란 무엇이며, 사십구재를 왜 지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보기로 하자. 일간지 종교담당 기자들은 신입 기자 시절에 불교의 제사는 재로 써야 된다는 것을 교육받는다고 하는데, 이 논의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교의 재와 유교식 제사가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어느 정도 변별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도말 ‘upaṣadha’의 번역어로 포살이라고 음역하고, 재계(齋戒), 수정행(修淨行), 수기행(守飢行) 등으로 의역한다. 재계는 목욕재계와 같은 말이 널리 쓰이고 있듯이 기도나 수행을 할 때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 다음의 의역인 수정행과 수기행을 분석해 보면 재의 의미가 명료하게 드러난다. 정행을 닦는 것이고, 기행을 지키는 것이다. 정행(淨行)은 무엇인가. 범행(梵行)이라고도 하는데 음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일체의 남녀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기행은 무엇인가. 굶으며 하는 수행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이 어떻게 굶으며 수행할 수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기행은 오후불식으로 때 아닌 때에 먹지 않는 수행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재는 정행과 기행을 닦고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행과 기행이 사십구재와 같은 (천도)재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먼저 정행과 기행은 누구에 의해 행해지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속에서도 정행과 기행을 할 수야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이 수행은 전문 출가 수행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정행과 기행을 한다고 해서 출가수행자의 수행을 재라고 하지 않는다. 왜일까. 정행과 기행을 하지 않으면 이미 출가수행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제의 열쇠가 있다. 평소에는 정행과 기행을 할 수 없지만 특정 때가 되면 정행과 기행을 행하는 것을 ‘재’라고 하며, 이는 재가자의 수행과 신행임을 알 수 있다. 특정 날을 재일이라고 하는데, 인도의 육재일이 그것이다. 육재일이 중국에 와서는 십재일로 늘어나게 되고, 또 각 재일에 특정 불보살님과 시왕이 배대된다. 그러므로 특정 날이 되면 절에 와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정행과 기행을 실천한다. 해서 재일에 ‘재 수행’을 위해 절에 와서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을 재승(齋僧)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재승으로는 우란분경에서 볼 수 있다. 하안거 해제하는 날에 청정한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데 이를 우란분재라고 하며, 공양 공덕이 대단히 크다고 알려져 지옥에 있을지도 모르는 조상님들을 건지기 위해 한국의 많은 사찰에서는 음력 7월 보름에 우란분재를 올린다.

 

▲이성운 박사

그런데 후대로 오면서 정행과 기행의 재일 수행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불공과 재승이 중심이 되었다. 그러다가 재승마저 의미가 줄고 불공만 남게 되었다. 또 각각의 헌공을 불공이라 부르게 되면서 의미의 중복마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조상을 위한 제사를, 단지 사찰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불교의 제사라고 하기는 어렵고 재의 본래 의미를 살려 행할 때 그 의미는 배가될 것이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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