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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개론

기자명 법보신문

기독교, 인간은 악한 존재
회개 않으면 구원 못받아
무명 타파에 목적을 두는
참회와 근본적으로 달라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어느 한쪽을 결정하여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선악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인간은 죄인이며 악한 존재이다. 기독교에서는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조상의 죄를 잉태하고 왔기 때문에 누구라도 완전하고 선할 수 없다. 세상에서 죄가 없는 존재가 있다면 오직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뿐이다. 따라서 인간이 악으로부터 벗어나고 죄를 사함 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신 앞에 회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회개는 믿음과 더불어 인간이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회개하지 않는 인간은 그 누구도 선해질 수 없고 죄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사도행전 3장에서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 이와 같이 하면 유쾌하게 되는 날이 주 앞으로부터 이를 것이요”라고 한 말은 인간이 회개를 통해서 비로소 신에게 이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회개를 했어도 구원을 받고 안 받고의 결정은 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인간이 죄를 뉘우치는 것은 신을 위해 아무런 득이 없으므로 회개했다고 구원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들이 신에게 원죄를 시인하고 회개를 하면 인간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첫째는 지적인 변화로 자신의 원죄를 시인하게 되며 무력함을 깨닫고 신의 공의로움과 함께 회개 하지 않으면 안될 마음을 갖게 된다. 두 번째는 감정의 변화로 스스로 지은 죄의 비참성을 돌이켜 보고 슬퍼하며 용서를 비는 마음이 일어난다. 세 번째는 의지의 변화로 세상의 악과 타락을 좇지 않고 용서와 정결함을 찾아 죄로부터 절연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또한 회개를 하는 인간에게는 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있게 되고 성령이 임재하게 되어 충만함을 얻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회개를 매우 중히 여긴다. 회개는 인간의 회복이며 죄로부터의 해방이고, 악으로부터의 초월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이런 회개가 있다면 불교에는 참회가 있다. 참회는 스스로의 어리석음과 죄업을 깊이 뉘우치고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불교에 있어서도 참회는 자신을 정화시키고 행복을 얻는데 있어 중요한 일이 된다고 가르친다. ‘미륵상생경’에서 “만약 사람이 모든 죄를 범하고 악을 저질렀어도 성심으로 참회하게 되면 모든 죄업이 스러져 필경에는 맑고 깨끗해진다”고 하였고, ‘원각경’에서 “말세의 중생들이 부처의 지위에 들고자 하여도 쉽게 들지 못하는 까닭은 전세의 죄업 때문이니 마땅히 참회하여 이를 맑혀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불교에서도 참회가 인간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준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참회는 마음을 맑히고 죄를 막는 하나의 수행이지, 인간이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을 해결시켜 주지는 못한다. 불교에서 볼 때 기독교의 회개는 인간의 근원을 깨닫게 하거나 어리석음을 제거하는데 올바른 길은 아니라고 본다. 죄와 악의 소멸은 회개와 참회를 통해 가능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의 구조와 법칙, 생존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아는 지혜에 의해 소멸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죄와 악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그와 같은 죄와 악은 어떠한 법칙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지는지를 분명히 알고 보아야만 죄와 악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죄 씻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죄는 죄의 원인이 있는데, 그것은 기독교처럼 조상의 원죄가 아니라 자신의 실상을 깨닫지 못한 무명에 있다고 본다.

 

▲이제열 법사.

 따라서 무명이 타파되지 않고서는 결코 완전한 죄 씻김이 될 수 없다. 인간의 근원적 어리석음인 무명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완전한 깨끗함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청정한 자가 있다면 무명을 타파하고 번뇌를 끊은 아라한과 부처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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