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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선언과 폭로

장주스님 파계했단 고백속엔
참회·자숙 없고 사적주장만
더 이상 폭로 발생치 않도록
종단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불교계가 불미스런 일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장주 스님의 폭로 때문이다. 종단 중진스님들이 도박을 했다며 기자회견과 동시에 검찰에 고발했다. 자신이 수년간 도박을 한 파계승이며 그때 함께한 사람들을 처벌해 달라고 밝혔다. “종단 개혁을 위한 결단”이라고도 했다. 종회부의장까지 했던 중진스님의 폭로이니 당연히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장주 스님은 “종단 내 도박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지방강연 등에 나설 계획”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스스로 파계승이라고 밝히면서도 이에 대한 참회나 자숙의 모습은 없고 오히려 개혁을 자처하는 모습에서 조계종의 암담한 현실이 느껴진다.


불자들은 이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불교계는 지난해 도박사건으로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여기에 편승해 온갖 검증되지 않은 폭로들이 쏟아지면서 종단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사실로 드러난 것은 없었다. 장주 스님의 폭로로 그런 전철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직이나 사회의 내부 부조리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관점에 따라 양심선언이라고도 하고 폭로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장주 스님의 발언은 양심선언일까, 폭로일까. 양심선언은 양심에 방점이 찍혀있다. 양심에 비쳐 부조리를 용납할 수 없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외부에 내부의 일을 알리는 것을 양심선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로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다면 이는 양심선언이 아니다. 그냥 폭로다. 돌이켜보면 폭로는 불교계의 고질병이다. 선거 때마다 괴문서가 돌고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확인되지 않은 폭로로 종단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이익을 챙겼다. 내부 부조리에 의한 피해보다 폭로로 인한 상처가 훨씬 치명적이었다. 내부 부조리 속에서 함께 단물을 빨다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면 폭로를 통해 다시 이익을 쟁취했다. 이 과정에서 종단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양심선언인지, 폭로인지는 진위를 쉽게 가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가야 비로소 그 진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과경’에는 “전생을 알고 싶거든 현재를 보고, 미래를 알고 싶거든 현재를 보라”는 말이 있다. 폭로자의 현재 삶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그것이 양심선언이지 폭로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장주 스님은 얼마 전 20년간 주지로 있던 오어사 주지 재임에서 탈락했다. 지금의 이 사단은 그 일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종단 선거 때마다 상대 후보를 사회법에 제소하기도 했다. 스님의 신분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정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본인의 말처럼 수십 년간 도박을 했던 사람이 이제 종단 개혁의 기수를 자임하고 있다. 지금의 행동이 양심선언인지 폭로인지는 자명해 보인다. 장주 스님의 폭로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당장 알 수는 없다. 스스로 자수하며 검찰에 고발했으니, 수사결과에 따라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어쩌면 거론된 사람들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형규 부장
어찌됐든 이번 기회에 폭로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자정노력이 절실하다. 폭로가 설 자리가 없도록 스님들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봐야한다. 또 폭로로 인해 양심선언이나 건전한 자정의 움직임까지 희석되지 않도록 지혜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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