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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재(齋)-2

기자명 법보신문

공양의 공덕·가호력으로
윤회 벗어나 해탈 발원
유교 제사와 크게 달라

 

전호에서 재(齋)의 의미를 살리지 않은 채 단지 사찰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불교제사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제사는 사당에 조상님의 신주를 모시고 명절이나 기일에 제수를 올리는 것으로 조상신을 받드는 것이다. 조상신을 따로 인정하지 않는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제사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도들은 제사를 지낸다. 어찌된 일인가.


생사윤회설을 수용하고 있는 불교에서는 생전에 지은 업보에 따라 사후에서 다음 생의 몸을 받기까지 일정 기간의 중간 상태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상태를 중음(中陰), 중유(中有)라고 한다. 육신이 사라진 중유는 죽었지만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 산 자처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사를 지낸다. 또 진리의 말씀을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진리를 들려준다. 그렇지만 중유의 존재에게 누구나 음식을 베풀 수 있고 진리를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행을 많이 하여 도력이 높은 스님에 의해서만 불교의 제사는 봉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성을 들이는 데 무슨 차별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할 수 있지만 불교제사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긍되리라 본다.


시제, 명절제사, 기제와 같은 유교식 제사를 지낼 때도 제사를 지내는 이는 산제와 치제를 한다. 산제(散齊)는 다른 집에 가서 조상을 하지 않고, 질병 문안도 안 가며, 흉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치제(致齊)는 음악을 듣지 않고, 출입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마음속으로 제사 지낼 분만을 생각하며,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안팎으로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재계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교제사는 조상신께 제수를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조상님이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 자체를 윤회하지 않고 벗어나기를 바라며 봉행한다.


그래서 목욕재계하고 공양물과 제수를 준비해 절에 가서 조상님으로 하여금 육도를 벗어나게 하기 위해 먼저 삼계의 도사시고 사생의 어진 아버지이신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린다. 이어 부처님의 가호력이 담긴 공양물을 다시 내려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올린 공양의 공덕과 가호력으로 조상님이 육도 윤회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목욕재계하고 정성을 다해 조상님께 제수를 올리는 행위 자체는 유가의 제사와 불교의 제사가 유사하지만 불교의 제사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재 공양을 먼저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교제사라고 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때에 따라 제사를 올리고 조상신으로 잘 받들며 후손의 가호를 청하는 유교의 제사, 삼보님께 재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으로 조상님으로 하여금 육도윤회를 벗어나 극락세계에 태어나고 결국에는 부처가 되기를 빌며 올리는 불교식 제사인 재는 용어의 차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성운 박사

죽어 조상신이 되는 단생(單生)적 세계관과 나고(生有)-살고(本有)-죽고(死有)-머물다가(中有) 다시 나고(生有) 윤회하는 다생(多生)적 세계관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 존재한다. 불교제사 재의 목적은 돌고 도는 윤회를 끊고, 나고 죽음이 없는(不生不滅) 세계로 가는 데 있다. 해서 재는 의미 있는 행위가 정연하게 의식으로 정형화돼 있다. 이제부터는 49일재 원형인 칠칠재의 그 깊은 의미를 새기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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