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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의 힘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3.07.23 14:02
  • 수정 2013.07.23 14:10
  • 댓글 0

여름이 되면 42년 전 화엄사 템플스테이가 떠오른다. 요즘 명상과 힐링이 키워드인데 템플스테이는 이 두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명상은 마음을 갈등과 고통에서 평화와 행복한 상태로 만드는 마음 치유법 곧 힐링이다.


내가 불교를 제대로 만난 것은 고3 여름 방학 때이다. 화엄사에서 만난 스님은 건성으로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물었다. “누구에게 절했느냐?” 나는 스님에게 되물었다. “스님은 어디에 절하셨습니까?” 갑자기 소로가 떠오른다. 자연과 친하고 명상을 좋아한 ‘월든’의 저자 소로에게는 스승 에머슨이 있다. 노예폐지 운동하다가 투옥된 소로에게 에머슨이 묻는다. “자네는 왜 여기 있는가?” 소로가 반문한다.

 

“당신은 왜 여기 있지 않습니까?”


에머슨은 뭐라 답했는지 모르지만 42년 전 화엄사 큰스님은 나의 반문에 빙그레 웃으시며 “나 자신에게 절했노라” 하셨다. 인디언 추장 시애틀이 거주지를 팔고 이주하라는 미국 대추장(대통령) 피어스에게 보낸 답장에 이런 글이 있다. “어찌 하늘과 땅과 물을 소유할 수 있는가? 하늘과 공기와 물, 나무, 새 등 모든 것은 신성한 것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어떻게 당신들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모두의 하나님을 어찌 그대들의 하나님으로만 한정짓는가?”


소유할 수 없는 것을 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은 19세기 미국인들이나 서양인들만이 아니다. 우리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알고 믿고 있는 게 너무 많다. 그 가운데 이 몸과 마음이 대표적이다. 이 몸만 해도 우주 자연의 햇볕과 공기와 물과 대지의 초목 동물들로 구성된 것이다. 내 것이 아니다. 햇볕은 나라고 하지 않는다. 물도 공기도 동식물도 그렇다. 유독 인간만 나라고 분별한다. 그 분별심도 분노 원망도 모두 내가 아니건만 나라고 믿고 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이 나인가? 이 궁극적 질문에 답하려면 지금껏 소홀했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로처럼 자연 속에 터전을 잡지 않아도 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해 며칠간 짬을 낼 필요가 있다.


부처는 밖에 있지 않다. 마음의 분별로 인하여 모든 갈등과 고통이 생겨난다. 분별이 끊어진 순수한 의식 상태, 그것을 불성이라 하든 신성이라 하든 진여(참나)라 하든 주인공이라 하든 하나님이라 하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그 당체는 하나이건만 모두들 저마다 개념의 틀을 짓고 거기에 맞추어 생각하고 판단한 것이고 표현을 달리한 것뿐이다. ‘금강경’에 이르시길 ‘비불법도 불법이다.’ 기독교적으로 표현하건 힌두교적으로 표현하건 무신론적으로 표현하건 하늘이 내 하늘 네 하늘 주장한다 하여 다르지 않듯이 모두 하나이고 둘이 아니니 서로 우상이요 이단이라 시비하지 말라는 뜻이다.


집안에 보석 묻힌 걸 모르고 집밖으로 찾아 헤매며 수많은 삶을 보냈다. 너와 나 분별하는 것은 중생 삶이요, 있는 그대로 즐기며 살면 부처의 삶이다. 거두면 하나요 펼치면 여럿이다. 모든 게 불성 아닌 게 없으니 나 자신과 하나 되고, 남들과 하나 되고, 우주자연과 하나 되고, 불성과 하나 될 일이다.


▲최훈동 원장
고3 여름방학 때 받은 신선한 충격은 일생을 두고 나침반이 되었다. 불상이 아닌 나 자신에게 절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이 인연으로 2년 후 월정사 템플스테이에서 수계 받은 이후 북방 불교의 간화선, 만트라(진언)명상과 남방불교의 위빠사나, 자애명상 등을 모두 체험하였다. 템플스테이가 휴식과 재충전을 넘어 삶에서 받은 상처의 치유와 나아가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깊은 영감을 주었으니 참나 부처님께 감사드리며 절한다.


최훈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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