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1. 쓰레기 굴 할머니의 공양

기자명 법보신문

겨자씨만한 보시에도 산 같은 공덕 있다

탁발 온 가섭존자에게
배고픔 참고 공양 올려
찌꺼기 음식 불과해도
공덕은 수미산과 같아

 

 

 

 

부처님 제자 중에서도 가섭존자를 두타제일 대가섭이라 불렀습니다. 번뇌를 떨쳐 없애고, 의식주를 탐하지 않으며, 청정한 수행을 앞세우는 두타행에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섭존자는 홀로 다니며 부처님 법을 펴고, 가난한 집을 찾아가 공양을 얻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복을 짓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왕사성 쓰레기장에 몹시 가난한 할머니가 혼자 살았습니다. 쓰레기더미를 뚫어 굴집을 만들고 주운 누더기를 걸치고 사는 할머니였습니다. 어떤 장자의 집에서 쌀즙으로 옷에다 푸른 물을 들였습니다. 물들이고 남은 찌꺼기에서 몹시도 쉰 냄새가 났습니다.


“쉰 냄새가 코를 쏘는 이것은 개도 돼지도 먹지 못한다. 쓰레기장 쓰레기더미에 누더기 입은 쓰레기 굴 할머니나 먹을까?”하며 하녀가 쌀즙 찌꺼기를 갖고 나와 내다 버리려했습니다. 배가 몹시 고팠던 할머니가 지나다가 얼른 나서며 말했습니다.


“이리 주시오. 고맙소.”


하녀는 버릴 데가 없던 차에 잘 되었다며 냄새나는 찌꺼기를 할머니 갖고 다니는 깨진 그릇에 담아주었습니다. 쓰레기 굴에 돌아온 할머니가 얻어온 음식을 막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할머니 앞에 가섭존자가 나타났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손을 모았습니다.


탁발을 나서기 전 가섭존자는 삼매에 들어 세상을 살핍니다.


“저기 쓰레기더미에 구해야 될 청신녀가 있네. 홀로 사는 할머니로군.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지금 구해야겠구나.”


삼매의 눈으로 할머니를 본 대가섭이, 바쁘게 걸어 쓰레기장으로 온 것입니다. 할머니는 대가섭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존자님 저는 가난해요. 아무 것도 드릴 게 없어요. 제가 먹으려던 것은 냄새나는 찌꺼기음식인 걸요.”
대가섭이 말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그것으로 복을 지으십시오.”


할머니는 굴 밖으로 냄새 나는 쌀즙 찌꺼기를 내밀었습니다. 누더기 옷을 입고 있어 존자 앞에 나서기가 부끄러워 손만 내민 것이었습니다. 대가섭은 바랑에서 발우를 꺼내어 냄새나는 쌀즙 찌꺼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굴 밖에서 그것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존자님이 냄새나는 음식을 드셨네요. 거룩하기도 하셔라.”


할머니는 감탄했습니다.


“청신녀여, 나는 부처님 제자의 한 사람입니다. 공양은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밥값으로 나의 재주를 보여드리지요.”


대가섭은 훌쩍 허공에 오르더니 허공에 우뚝 섰습니다. 허공에 서서 물었습니다.


“소원이 무엇이요? 어느 것이든 소원대로 말씀하시오.”


그러자 한 참이나 생각하던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저는 고통에 진저리가 났어요. 존자님께 냄새나는 찌꺼기 음식을 드렸지만, 그것이 적은 복이라도 될 수 있다면 고통 없는 천상세계에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마치고, 가섭은 허공에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할머니는 며칠 뒤 세상을 마치고 둘째 도리천의 천녀(하늘 여인)로 태어났습니다. 몸에서 나는 광명이 일곱 개의 해가 한꺼번에 뜬 것 만큼이나 밝았습니다. 천녀의 광명이 도리천의 궁전 선견성을 비추자 궁전이 ‘쿵!’하고 큰 소리로 울렸습니다. 도리천 임금 제석환인(제석천왕)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습니다.


“누가 많은 복을 짓고 도리천에 태어난 모양이다.”


제석환인이 하늘눈으로 관찰해 보니 염부제에서 크나큰 복을 짓고 도리천에 온 천녀였습니다.


“나의 궁전을 진동하게 하는 당신은 뉘시오?”


환인이 물었습니다. 광명을 비추며 천녀가 말했습니다.


“염부제에서 왔지요. 왕사성 쓰레기장 쓰레기더미 쓰레기 굴 안에서 병들고 가난한 늙은이로 살았지요. 그러나 염부제에는 삼천대천세계의 스승이신 석가모니 불세존이 계시고, 불세존의 큰 제자 대가섭존자가 계셔요. 걸식하러 오신 존자께 차마 드릴 수 없는 냄새나는 쌀즙 찌꺼기를 조금 드려서 맛있게 잡수시게 한 적은 공덕을 지은 것뿐인데, 이렇게 하늘나라에 오게 되었네요. 부처님 덕분이에요. 그리고 가섭존자 덕분이지요.”


환인이 감동하며 말했습니다.


“가섭존자께 냄새나는 찌꺼기 음식을 공양했지만 배고픔을 참고 참고 참으면서 나누어 드렸으니 공덕의 힘이 클 수밖에요.”


천녀는 생각했습니다.


‘대가섭존자께 공양한 인연으로 받은 이 과보는 하늘나라 보물 백 천 가지로도 그 은혜의 일부를 갚지 못한다.’
천녀는 곧 천상의 향과 꽃을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가 가섭존자 앞에 엎드려 절한 뒤, 손을 모으고 찬탄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삼천대천세계에 부처님이 우뚝 높으시고, 다음 가는 존자께서 쓰레기장 쓰레기더미 쓰레기 굴에서 한 늙은이를 구하시기 위해 진리의 말씀 설하시며 냄새나는 쌀즙을 드셨습니다. 저는 겨자씨만큼 보시하고 산같은 과보를 얻었습니다. 저는 천녀의 몸이 되어 이렇게 지상으로 내려와 존자의 복밭에 귀명합니다.”
귀명례를 올리고 말씀을 올린 천녀는 곧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제석환인이 생각했습니다.


‘저 여인은 겨자씨만한 공양에 산같은 과보라지만 큰 공양에 큰 과보였다. 그런데, 자비하신 가섭존자시다. 가난한 자에게만 복을 주실 리 있나? 대가의 집과 귀족의 집에도 고루 복을 주실 것이니 도리천왕이라 해서 복을 짓지 말라는 건 아닐 거야. 대가섭이 계시는 염부제에 가서 복을 짓자.’


냄새나는 쌀즙 찌꺼기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도리천에서는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석환인은 부인과 같이 백 가지 맛 나는 하늘 음식을 병에다 담아 가지고 왕사성으로 내려왔습니다. 마을 옆에 오막살이를 짓고, 병들고 야윈 노인으로 몸을 바꾸어, 허리를 꾸부리고 다녔습니다. 부부는 자리를 짜는 가난뱅이로 가장하기 위해 자리틀 외에 음식이나 곡식과 비단은 쌓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섭을 속일 수는 없지요. 대가섭이 걸식을 하다가 자리 짜는 가짜 가난뱅이 집에 들러 밥을 빌었습니다. 두 꼬부랑 노인 내외는 자리를 짜면서 존자를 맞았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으니 어떻게 하지요? 저번에 얻어온 좋지 않은 음식이 있는데 마침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들으니, 존자께서는 가난한 자만 골라서 복을 주신다 합디다. 먹으려던 것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저희 늙은이도 살펴주십시오. 사실은 이것이 하늘 음식인데 병을 열면 향기가 날 것입니다.


“도인은 많이 취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담으세요.”


대가섭이 발우를 내밀었습니다. 대가섭은 모르는 척 음식을 받았습니다. 하늘음식의 향기가 났습니다. 발우에 담긴 음식을 맛있게 든 대가섭이 말했습니다.


“제석환인이여! 내가 가난한 자에게만 복을 주는 것은 아니요. 하늘 임금의 지위에 이르렀으니 환인은 이미 최상의 지위이지요. 그러나 몸을 낮추어 도리천에서 예까지 오셨으니 복을 주어야겠어요. 지금 지닌 복을 더 늘여드리지요. 환인 내외분은 하늘 복이 오래고 오랠 것이요.”

 

▲신현득

가섭의 이 말에 환인 부부는 갑절이나 즐거워했습니다. 도리천 하늘에서는 풍악을 울리며 돌아오는 제석환인을 맞이하였습니다. 도리천의 궁전 선견성에 돌아간 환인은 여러 대중들에게 가섭존자가 하던 말씀을 이야기하며 기뻐하였습니다.

 

 출처:마하가섭 도빈모경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