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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연가칠년명금동불 발견

옛 신라 땅에서 발견된 첫 고구려 불상

1963년 7월16일 경북 의령서
광배에 기록된 명문 해석으로
조성연대·조성자 등 공식 확인
현존하는 최고의 금동 부처님

 

 

▲국보119호 연가칠년명금동불입상.

 

 

1963년 7월16일, 경남 의령군 대의면 하촌리의 도로공사현장. 강씨 여인은 이날도 아침 일찍 공사현장에 나와 돌을 날랐다. 여인의 몸으로 하기에는 쉽지 않은 막일이었지만 강씨는 감지덕지였다.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홀몸으로 시어머니와 다섯 남매를 키우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가릴 것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지 몇 시간이 지났을 즈음 강씨는 공사장 돌무더기 사이에서 밝은 광체를 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돌무더기를 더 파헤치자 그 속에는 놀랍게도 금빛의 작은 부처님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채 20㎝가 되지 않은 작은 불상이었지만 강씨는 매우 진귀한 보물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강씨는 남몰래 이 불상을 품속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강씨가 금불상을 숨겨온 일은 소리 소문 없이 마을로 퍼져나갔고, 당시 새로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의 존재를 알고 있던 동네 어른들은 빨리 가까운 지서에 신고할 것을 권유했다. 강씨는 고민 끝에 지서에 가서 금불상을 집에 들여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불상을 반납했다. 다행히 정부는 강씨에게 당시로서는 거액인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불상은 곧바로 경남도를 거쳐 문교부에 보고됐고, 당시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여 현장조사와 함께 불상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진행했다. 처음 이 불상이 발견될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조각기법과 주물이 다소 거친 편이고, 광배의 무늬도 일정한 패턴이 없다는 점, 경남 의령에서 출토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라시대 금동불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얼마 뒤 학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불상의 광배 뒷면에 새겨진 4행 47자의 명문이 해석되면서 이 불상이 그동안 남한 지역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고구려 불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불상을 조성할 당시 발원문 형식으로 제작된 명문에는 “연가 7년인 기미년에 고구려 평양에 있는 동사(東寺)의 주지이며 부처님을 공경하는 제자인 승연을 비롯한 사도(師徒) 40인이 함께 현겁천불을 만들어 유포한 제29번째 인현의불(因現義佛)을 비구인 법영이 공양하다”고 기록돼 있었다. 즉 고구려 스님 40명이 국가의 번영과 백성의 평온을 위해 천불을 조성, 전국에 배포하고자 불상을 만들었는데 이 불상은 천불 가운데 29번째인 인현의불로 법영 스님이 조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 불상의 제작연도를 확정짓기가 쉽지 않았다. 명문에서 ‘연가’는 고구려가 독자적으로 사용했던 연호로 추정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사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학계는 연가 다음에 나오는 간지인 기미년을 추적해 금동불의 제작양식을 토대로 539년으로 확정했다. 고구려 평양시대를 감안해 기미년은 479년과 539년, 599년 등이 해당되는데 이 불상의 제작기법인 포복식(곤룡포 형태의 의복을 입은 형식)은 479년의 경우 중국에서도 이런 양식이 등장하기 전이고, 599년은 조각 양식으로 볼 때 너무 늦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연가칠년명금동불입상’으로 이름 붙여진 이 불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판명 났고, 1963년 12월 국보 제119호로 지정되면서 길바닥에 나뒹구는 험난한 여정을 끝내게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동불은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1967년 10월24일 덕수궁미술관에 전시됐던 불상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그 자리에 ‘오늘 24시 안으로 반환한다. 세계신기록을 세우기 위해’라는 메모만 남겨 있었고,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자 범인은 이날 밤 11시 문화재관리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강철교 밑에 있으니 찾아가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황급히 한강철교 밑을 뒤진 경찰은 비닐봉지에 쌓여 모래 속에 묻혀 있던 금불상을 회수해 박물관으로 돌려보냈다. 다행히 금불상은 훼손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범인이 왜 이 불상을 훔쳤고, ‘세계신기록을 세우기 위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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