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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를 모독하지 말라

티베트의 자유와 달리아라마의 귀환을 외치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인 소신공양이 120명을 넘어섰다. 지난 20일 중국 쓰촨성 아바 티베트족자치주에서 푼촉 쏘남 스님이 120번째 소신공양을 감행했다. 올해 나이 고작 18살이다. 이후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2009년 이후 120명이 소신공양을 감행했고 이 가운데 최소 10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모든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며 티베트의 참상을 은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사태를 “중국의 분열을 노리는 달라이라마에 의한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7월13일자 한겨례신문 토요판 ‘정문태의 제3의 눈’이라는 코너에 실린 한편의 글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세계의 분쟁지역을 현장에서 취재하며 ‘전선기자’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정문태 기자가 ‘환상을 먹고 자란 세계 평화의 우상’이라는 제목으로 달라이라마를 평가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정문태 기자는 ‘구치 신발을 즐겨 신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7살짜리 달라이라마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보낸 롤렉스시계를 가장 아끼고 자랑스러워하고, 종교지도자로는 말할 것도 없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도 지금까지 유일하게 기업 광고에 얼굴을 내민’ 등의 표현으로 달라이라마를 설명했다. 덧붙여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략 전쟁에 입도 뻥긋한 적이 없다’ ‘절대적인 우상’ ‘미국정부의 대 티베트 공작과 지원이 달라이라마라는 우상이 태어난 조건’이라고 달라이라마를 평가했다. 이러한 정문태 기자의 설명과 평가에 대해서는 온라인상에서 잘잘못을 따지고 있으니 여기서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한 가지 꼭 짚고 싶은 대목이 있다. 그의 주장대로 달라이라마가 ‘환상을 먹고 자란 세계 평화의 우상’이라면 그가 이끌고 있는 티베트망명정부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티베트의 자유와 달라이라마의 귀환을 외치며 목숨을 내던진 이들의 희생은 미친 짓인가. 환상으로 가득 찬 우상의 모습과 그의 주장에 현혹당해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인 광신적 행위니,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달라이라마 공작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만에 하나, 아니 백에 하나 달라이라마가 환상의 결정체인 우상이라 하더라도 120명의 티베트인들이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 달라이라마의 귀환을 외치며 목숨을 던지고, 더 많은 티베트인들이 투쟁하고 있는 시점에서 달라이라마를 우상이라 매도하는 것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남수연

티베트인들이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요구와 희망, 그리고 지금 처해있는 절망을 세계에 알릴 방법이 그 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자신들의 소식을 보고 전해줄 ‘제3의 눈’이 목숨만큼 절박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참담하고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들을 생각한다면 달라이라마에게 ‘침묵했다’고 비난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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