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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칠칠재

기자명 법보신문

죽으면 7일마다 생사 반복
망자 위해 공덕 짓는 행위
산 사람도 선행 쌓은 계기


49일 동안 재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돌아가신 날로부터 매 칠일마다 재를 올린다. 이렇게 일재, 이재, 삼재…, 마지막 일곱 번째 49일에 올리는 칠재까지를 칠칠재·칠칠기(七七忌)·누칠재(累七齋)라고 부른다. 49일재, 49재라고 하는 말은 최근에 만들어져 쓰이게 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돌아가신 분을 위해 왜 칠칠재를 올릴까. 칠칠재의 개념이 등장하는 경전으로는 ‘지장보살본원경’, ‘범망경’, ‘약사경’ 등과 ‘유가사지론’을 들 수 있다. ‘지장보살본원경’의 ‘이익존망품’에는 칠칠일 동안 친척이 망자를 위해 재를 올리는 등 선업 공덕을 지어주어 망자로 하여금 좋은 곳에 나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 설해져 있고, ‘유가사지론’에는 칠칠재를 올려야 하는 근거가 제시돼 있다.


불교에서는 인간 삶의 순환을, 태어남의 생유(生有), 인생의 본유(本有), 죽음의 사유(死有), 죽고 나서 다음 몸을 받기 전까지의 중유(中有) 등 넷으로 나눈다. 중유에서 곧바로 태어날 곳이 정해지지 않으면, 중유는 7일을 머물다가 죽고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전전하다가 49일 뒤에는 자신의 남은 업의 종자에 따라 어떤 유형의 몸을 받게 된다. 7일을 주기로 중유가 죽고 나고 한다는 것이다. 해서 산 자가 7일마다 공덕을 더해 주어, 중유가 지은 업보다 더 좋은 곳에 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를 위해 시설된 의례가 매 칠일마다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는 칠칠재이다. 49일째 되는 날에만 재를 올리면, 매 칠일마다 죽고 날 때는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것으로 볼 때 중유가 죽고 나는 날에 재를 올리는 칠칠재는 인도의 중유 사상과 그 신앙에 연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칠칠재 신앙은 중국에 오면 다른 모습으로 변해 정착된다. ‘지장경’에 무독귀왕 같은 지옥의 임금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염라대왕 같은 10명의 지옥 왕은 없다. 지장시왕사상은 ‘예수시왕생칠경’ 같은 경전에 의거해 죽은 이(중유)는 초칠일에 진광왕의 심판을 받고, 이칠일에는 초강왕, 삼칠일에는 송제왕, 사칠일에는 오관왕, 오칠일에는 염라왕, 육칠일에는 변성왕, 칠칠일에는 대산왕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도 다시 날 곳이 결정되지 않으면 백일에는 평등왕, 일주기의 소상에는 도시왕, 삼회기의 대상에는 오도전륜왕의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도교의 시왕사상과 습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행 한국불교의 칠칠재 등 영가를 천도하는 신앙에도 이 시왕심판 신앙이 겹쳐져 있다. 대표적인 한국의 불교의례라고 할 수 있는 예수재, 영산재 등에서 행해지는 시왕각배가 이를 증명한다.


이렇듯이 인도의 중유 신앙에 의지한 칠칠재에는 지옥왕의 심판 개념이 등장하지 않지만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된 칠칠재에는 시왕의 심판 사상이 들어 있다. 10명의 지옥 왕을, 제1전의 진광왕은 부동명왕…제10전의 오도전륜왕은 석가여래라고 하여 심판하는 존재인 시왕을 불보살로 지위를 격상해 신앙하고 있다.

▲이성운 박사

이것은 불교와 도교의 습합이라고 단순하게 봐서는 안 된다. 이것은 아마도 칠칠재가 망자를 위해 공덕을 쌓아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산 자로 하여금 선행을 쌓으며 바르게 생활하라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서 ‘지장경’에는 망자를 위한 추선공덕의 7분의 1은 망자가 받지만 나머지 7분의 6은 산 자가 받는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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