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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대통령의 거짓말

자연법칙 거스른 무지한 행동
‘녹조’라는 재앙으로 되돌아와
도덕적이지 못한 정권의 탐욕
지혜없는 국민이 자초한 불행


자연의 법칙에 대한 무지에는 용서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요즘 비수처럼 국민들의 가슴에 박히고 있다. 지난 5년 간 멀쩡하게 흐르던 아름다운 강을 파헤친 과보를 톡톡히 받고 있다.


최근 낙동강이 온통 초록색으로 변해버렸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류가 대량 번식해 강물을 뒤덮어버렸다. 녹조 현상은 강물에 의지해 사는 생명들에게는 사형선고다.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강물은 썩어가고 있다.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삼는 영남지역 주민들의 시름이 특히 깊다.


4대강 공사는 시작부터 복마전이었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반대했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무슨 운하냐”며 따졌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그러자 말을 바꿨다. 대운하 공사가 아닌 4대강 살리기 공사라고 했다. 국민들은 “4대강 삽질”이라며 반대했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수억 년을 말없이 대지를 적시던 강물에 시멘트를 쏟아 붇고 거대한 보를 쌓아 물길을 막아버렸다. 강 주변의 금빛 모래와 눈부신 자갈밭, 습지와 푸른 숲이 사라졌다. 대신 강바닥에서 퍼 올린 모래와 자갈로 거대한 성을 쌓아올렸다. 강 주변은 황무지로 변해갔고 무수한 생명들이 죽거나 떠나버렸다.


4대강 공사의 이유도 수시로 변했다. 물류를 위해서라 했다가, 관광을 위해서라 했다가,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 치수라고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사 과정에서 나온 골재만 팔아도 충분히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고는 강을 파괴하는데 혈세 30조원을 쏟아부었다.


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이 모여 4대강 공사저지를 위해 강을 순례하고, 온 몸으로 불도저를 막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공권력을 앞세운 정부의 폭력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보다 못한 문수 스님이 몸을 불사르며 소신공양으로 맞섰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강은 파괴됐고 썩어버린 녹색의 저주만이 우리 곁에 남았다.


그런데 녹조로 가득 찬 강물보다 더 추한 진실들이 최근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4대강 공사에 참여한 기업들이 담합으로 세금을 도둑질하고 장로 대통령의 거짓말이 있었다는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이어 최근 4대강 공사가 대운하 공사를 하기 위한 눈속임이었다는 정부 문서도 공개됐다. 기업들이 담합을 통해 얻은 이익의 낙처(落處)가 어디였을지도 미뤄 짐작이 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부인이 불교의 표를 얻기 위해 스님들에게 삼배를 하고 ‘연화심’이라는 법명을 받은 바 있다. 이것을 법보신문에서 처음 보도하고 그것이 교회에서 문제가 되자 딱 잡아 뗀 전력이 있다. 친인척이 줄줄이 비리로 쇠고랑을 차고 있는 와중에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대운하 공사’를 ‘4대강 살리기 공사’로 거짓말을 한 것도 이런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스스로 개신교 장로임을 뿌듯하게 여겼던 전직 대통령의 거짓말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형규 부장

불교에서는 공업(共業)을 이야기한다. 모두 함께 만든 업이라는 뜻이다. 결국 혈세를 들여 강을 파괴해 식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대재앙을 부른 것은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 지혜가 없는 국민은 스스로 불행한 미래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불러온 그 불행한 미래가 지금 괴물이 되어 우리를 옥죄고 있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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