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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반혼재

기자명 법보신문

장례 후 처음 올리는 재
칠칠재 입재의식에 해당
마음의 때 씻는 게 목적


반혼재는 장례를 끝내고 혼령의 영위(위패)를 본래 있던 절로 돌아와 모시며 올리는 재로 49재나 칠칠재의 입재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제사에 국한되지 않으므로 ‘재’라고 한다. 재는 공불재승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스님들께 재(공양)를 올리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별도의 재공작법은 행해지지 않고 관욕을 행하고 사성례를 한 후 상단권공을 하고 영위를 봉안하는 반혼재가 진행된다.


그렇다면 반혼재의 핵심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영위를 사찰 안이나 법당 안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목욕을 시켜드리는 관욕의식이 아닐까. 목욕 관욕이라고 하는데, 머리를 감는 것을 목이라 하고, 몸을 씻는 것을 욕이라고 한다. 관욕은 물을 머리서부터 부어 목욕하게 한다는 뜻으로 석가모니붓다의 탄생 때 아홉 마리 용이 따뜻한 물과 시원한 물을 몸에 부어주어 목욕시켜 드렸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절 문 밖에 욕실에 마련하고 향탕을 차리고 영위로 하여금 목욕을 하게 한다. 관욕의식은 알려주는 법어와 게송, 그리고 진언으로 진행되며 욕실의 향탕에 촛불로 영위의 위패를 비쳐 목욕하게 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그 문장이 참 좋다. “단 한 번 본래 마음 등진 때부터 삼도사생 그 얼마나 윤회했던가. 오늘에야 물든 번뇌 씻어 없애니 인연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소서.” 입실게송인데 단 한 번의 착각으로 본래 청정한 마음을 등지고 지옥, 아귀, 축생의 삼도와 태생, 난생, 습생, 화생의 네 가지 모습으로 태어나고 죽는 윤회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오늘 물들어 버린 번뇌를 씻어 없애니 인연 따라 본래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목욕의 의미는 몸의 때를 씻는 데만 한정되지 않고 마음의 때를 씻는데 초점이 주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깨끗한 물에 몸을 씻는다고 해서 마음의 때인 번뇌를 씻지 않고, 마음을 돌이키지 않으면 윤회는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영위를 목욕하게 해드릴 테니 목욕을 통해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고 참된 세상 안락세계에 가서 태어나라고 간절한 축원의 목욕게송을 읊기도 한다. 이 의식은 게송, 진언, 결인으로 진행된다. 목욕게송을 먼저 설하고 다음은 목욕진언을 설하며 수인을 맺는 방식이다. 마치 통역하듯이…. 이를 현교와 밀교의 언어로 함께 행하는 법이라고 해서 현밀행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불교의 관욕의식은 중국불교의 그것과 달리 대단히 구체적이다. 목욕게송에 이어 목욕진언이 설해지는 것은 같지만 목욕진언 다음에 작양지진언, 수구진언, 세수면진언이 결인과 함께 추가로 설해진다는 것이다.

 

왜일까. 몸을 잃어버리는 순간의 충격으로 영위는 7세 정도의 어린아이와 같은 영격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 아이들에게 목욕의 하위적인 행위인 양치하기, 입 헹구기, 세수하기와 같은 구체적인 목욕 법을 일러주어야 한다고 한다. 목욕을 끝내고 나면 저승 옷을 입혀드리는데, 이때도 옷을 변화시키는 화의진언, 수의진언, 착의진언, 정의진언을 염송하여 옷을 입도록 하고 있다.

 

▲이성운 박사

이렇게 하고서야 비로소 성인이 거처하는 법당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된다. 극락의 네 성인께 인사를 올리고 각종 진언을 염송하여 영위로 하여금 극락에 왕생할 수 있는 정토의 선업을 닦아준다. 이어 상단을 향해 축원하고 영단에 영위를 모시고 차를 올린 후 봉안을 마치게 된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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